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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일상

CEO

by 노르웨이신박

2025.3.1

CEO


2년 동안 회사에 다니면서 아직 CEO를 만나본 적은 없다. 미디어나 영상을 통해서 전해지는 메세지와 영상을 접했을 뿐이다.

CEO 주요 집무실은 오슬로가 아닌 스타방게르 지역이라 오다가며 먼발치에서도 건너 뵙기 어려운 분일 테다.

작년에는 한국에 방문하셔서 국무총리와 관련 장관들을 만나 면담을 하셨다는 기사를 신문에서 본 적이 있다.


작년 실적과 올해 전략과 목표를 직원들과 공유하는 타운홀미팅이 오슬로에서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직원들과 점심을 먹고

타운홀 미팅 장소로 갔다. 각종 방송사 카메라가 세팅되어 있었고, 진행을 맡은 듯한 아나운서는 준비된 원고를 훑어보느라 분주했다..


제일 뒷자리 앉아 CEO 얼굴이나 한번 보자고 직원들과 자리를 잡았다.

방송 시작을 앞두고, 피디로 보이는 진행자가 장내를 정리하며 자리배치를 하는데,

나와 몇몇 사람을 콕 집어 앞자리로 나와 줄 수 있냐는 부탁을 했다. 나는 부담스럽게도 제일 앞자리에 앉게 되었다.


방송 시작 5분 전을 알리는 신호가 내리자, CEO 앤더스 오페달씨가 입장하며 바로 내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나는 먹던 커피를 후루룩 내려놓고, 두 손과 두 다리를 공손히 모으고, 가벼운 목례를 하는 듯 마는 듯 긴장한 모습에 괜히 두리번댔다.


직원들의 눈과 귀는 한해의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 모아졌다. 직원들과 기자들은 날카로운 질문을 준비하고 있었다.


시작을 알리는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자, 강한 조명이 앞쪽에서 비치며 앤더스 씨를 조명했다.

허름하게 주름져 보이는 검은색 양복에 흰 와이셔츠. 유난히 빛나는 검은색 구두와 조명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윗 가슴에 달린 회사 베치.

짧은 백발의 머리와 눈가에 잔주름은 강한 조명에 더 희고 더 깊어 보였고, 파아란 색 눈동자 속에는 걱정이 깊어 보였다.

분칠 하나 없이 나오 생얼굴은 더 꺼칠해 보였고, 웃음끼 없는 입술은 곧 갈라질 듯 말라있었다.

단단해 보이는 체구였지만 강한 조명과 카메라 앞에서 긴장한 모습은 왜소한 체구였다.


혼란스러운 국제정세와 어려운 시장경제 상황에서도 작년에 선방을 했다는 발표였다. 노르웨이 3대 대표 유전 중 하나인 요한스베드럽에서는 사상 최대의

생산실적을 올렸으며, 향후 오일 생산을 10% 늘리는 계획과 함께 신재생에너지 50% 감축을 통해 향후 3년간 23조의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주요 골자의 타운홀미팅은 직원들의 질의응답 시간을 끝으로 한 시간여만에 잘 마무리되었다.


이제 긴장이 풀렸는 듯 환하게 웃고 있는 앤더스 씨를 보니 내 마음의 긴장도 풀리는 듯했다.


노르웨이에서 가장 큰 회사의 대표가 느끼는 부담감과 책임감이란 어떤 것일까?


25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늘 생각하던 한 가지는 나의 팀장이 잘 되길 바라며 일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늘 나의 팀장은 잘 되었다.

여기에 하나 더. 회사 CEO가 잘 되길 바라며 일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3월은 일 년에 한 번 보너스가 나오는 달이다. 아직 몇 %가 나올지 결정되지 않았다.


앤더스 씨의 결정에 내 마음이 전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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