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 아슬레
레젼드 아슬레
사람들은 아슬레를 레젼드라 부른다. 그는 42년간 한 회사에서 지오텍엔지니어로 활동하며 이제 곧 은퇴를 앞두고 있다. 노르웨이 북해바다에서 기름이 나고 본격적으로 석유를 시추하기 시작한 1980년대부터 그가 없이는 해상플랫폼을 해저 지반에 설치하는 일은 없었다. 그런 그의 공로를 인정한 회사는 아슬레 이름을 새겨 놓은 거대한 해상 템플렛을 북해 바다 깊은 곳에 설치해주기도 하었다. 바다 깊은 곳이긴 하지만 구조물이 남아 있는 한 그의 이름도 함께 남아있는 것이다.
다음 주면 은퇴할 아슬레에게 프로젝트를 인수인계 받으러 스타방게르에 갔다. 그의 기억력은 여전히 날카로웠고, 총기 있는 눈빛에서 맑은 지혜가 느껴졌다. 회의 중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20년 뒤면 내가 꼭 아슬레 나이가 된다. 나는 무엇을 인수인계 해 줄 수 있을까?
오랜 기간 동안 프로젝트 경험을 단 며칠 만에 전수받을 수는 없다. 내가 오늘 전수받은 것은 42년 동안 수많은 해상 현장에서 그가 직접 겪었던 실패와 좌절과 어려움과 이를 극복해 냈던 도전과 용기와 노력이었다.
다음 주면 아슬레는 알리칸타 어느 바닷가에서 모이또를 한잔 하며 은퇴를 자축한다고 한다.
그의 건강하고 즐거운 은퇴생활을 마음속 깊이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