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
2025.03
선상일기 2025 /2/
항구에 도착하니 6천 톤급 해상 설치선 OO 호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늘씬한 자태를 뽐내며 항구에서 대기 중인 배는
길이 107 미터, 폭 22 미터로 최대 90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2014년에 태어난 한참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젊은 배다.
해상 작업을 위해 150톤 크레인과 2대의 리모트 컨트롤 작업 로봇과 1대의 관찰로봇을 장착하고 있다. 5미터 파도의 날씨조건과
웬만한 대수심에서도 해상 작업을 거뜬히 수행해 낼 수 있는 배이다. 우리는 수심 400미터 현장으로 가야 한다.
배에 올라 짐을 풀고 숙소를 배정받았다. 5116호 B.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숙소 번호 뒤에 왜 알파벳 B가 붙어 있는 것일까?
같이 간 레미에게 방 번호를 물어봤다. 5116호 A 란다.
불길한 예감에 방 번호를 찾아 급히 5층으로 올라갔다.
아... 2인 1실.
좁디좁고 좁은 숙소방에 화장실이 하나, 2층 침대가 하나 놓여있었다.
침대 1층에 B. 2층에 A라고 크게 적혀 있었다.
12여 년 전 첫 오프쇼어 출장에 2인 1실을 사용해 본 이후 처음이다.
배에 있는 케빈(숙소)은 이미 만실이라 남은 방이 없다고 한다..
요즘 좀 심해진, 아니 심해졌다는 (나는 잘 모르겠지만) 내 코골이에
2층 침대에 누워있는 레미가 무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