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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이 Jul 17. 2015

Be a wanderer.

the reason.


두 사람이 길을 걷고 있다. 한 사람은 한눈팔지 않고 일직선으로 뻗은 그 길을 곧장 달려가 목적지에 제일 먼저 도착했다. 다른 사람은 길을 걷다 나무에 열린 사과를 따먹고 돌멩이를 만져보기도 하고, 옆에 새로 난 길을 갔다 오기도 한다. 물론 늦게 도착했다. 제시간에 들어 온 사람도, 많은 경험을 하느라 늦은 사람도 모두 가치 있다. 이것은 대학 신입생 시절 교수님이 해준 이야기이다.


삐딱선 없이 얌전히 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교를 졸업했다. 인턴쉽을 거쳐 입사한 이 회사의 동기들 혹은 후배들보다도 남녀 통틀어 내가 가장 어리다. 벌써 대한민국 평범한 3년차 직장인인데 말이다. 그렇게 나는 크게 뒤처짐 혹은 앞지름 없이 제때라는 시기에 맞춰 오늘에 이르렀다. 나를 안심하는 부모님, 안정적인 직업, 속 터놓을 수 있는 친구들 몇명 충분해 보이는 이 일상에 문득 멈추어 서서 뒤돌아본다.


고등학교 3년만 참고 열심히 공부하면 대학 가서 하고 싶은 대로 살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대학을 가니 4년만 참고 스펙을 쌓으면 나중에 돈도 벌고 너가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했다. 입사하니 이 일을 3~4년만 참고 묵묵히 하다 보면 나중에는 너가 원하는 부서에 갈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 끊임없이 행복을 유보하는 삶을 살아가길 강요받았다. 네모반듯한 천장 아래 줄 맞춰 앉아 내 앞으로 주어지는 옷감과 모양 틀에 맞춰 묵묵히 미싱을 돌리는 삶을 사는 것 같다. 후회는 없으나 앞을 보니 먹먹한 침묵만 가슴에  고일뿐임을 깨닫는다. 행복을 느낄 리 만무하다.


그래서 나는 정처없이 방랑하려 한다. 네모난 천장이 아닌 곳으로, 틀에 맞춰 옷감을 짜지 않는 곳으로, 길가의 사과도 따먹고 돌멩이도 만져보기 위해, 더 이상 오늘의 행복을 유보하지 않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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