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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이 Oct 20. 2015

칭찬에 관하여

I can't play guitar at all.

21살 여름, 방학을 앞두고 기분전환 겸 머리스타일을 바꾸었다. 그러고 학교에서 오랜만에 어떤 선배와 마주쳤다.

OO선배, "머리 바꿨어? 잘 어울리네, 예쁘다!"
나, "진짜요? 감사합니다~ 제가 봐도 오늘 좀 예쁜 것 같아요 ㅎ"
OO선배  "... 야, 그러면 칭찬해주기가 싫잖아.. 보통은 칭찬을 받으면 겸손하게 아니라고 하기 마련인데, 너는 네 입으로 그러니까 칭찬해주려다 하다가도 하기 싫어진다니까."

충격이 컸었는지 아직도 기억하는대화이다. 나만 그런 건가? 실제로 다른 사람들은 스스로를 대견스럽다고 생각하는 적이 없는 걸까 아니면 생각해도 말을 안 하는 걸까? 왜 스스로를 칭찬하는 건 입 밖으로 꺼내면 안 되는 걸까? 칭찬을 들으면 극구 겸손을 떨어야 미덕인걸까? 이 일화를 들은 친구가 칭찬에 관련하여 생각난 중학교 영어 교과서 본문에서 읽은 외국인 Tom과 한국인 영희의 대화를 알려주었다. 기타 연습을 하고 있는 영희에게 Tom은 물었다, "Oh, Can you play guitar?" 그러자 영희는 "No, I can't play guitar at all."이라 답했다. 이에 탐은 영희가 엄연히 눈 앞에서 기타를 연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왜 기타를 못 친다고 하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어했다. 나는 여기서 not ~ at all의 쓰임보다는 한국의 겸손 문화랄까 경향이랄까 그것이 더 와 닿았다. 어찌 보면 한국에선 흔한 대화인데 말이다.



친구 중에 하나가 본인이 쓴 영어 메일에 어색한 부분이 있는지 한 번 읽어봐 달라는 부탁을 했다. 읽어보니 꽤 잘 써서 대단하다고 칭찬했는데 영문학까지 전공한 그는 극구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다. 기껏 열심히 칭찬해줬는데 되려 힘이 빠졌다. 의사소통도 되고 떡하니 증명되는 졸업장도 있는데 왜 그러는 걸까. 친구에게 본인을 칭찬하는 게 부끄럽냐고 물어보니 그는 토익 점수가 900점도 안 될 정도로 정말 못해서 그렇다고 답했다. 아니, 그 정도면 잘하는 거 아닌가? 토익 만점만 잘하는 걸까? 그런 자신을 대견스러운 칭찬에 어느 정도 놓아주면 안 되는 걸까? 꼭 미국식 영어를 똑같이 흉내내야만 잘 하는 걸까?


간혹 내가 영문과 전공자임을 밝히면 종종 "영어 잘 하시겠네요."라는 말을 듣는다. 한 번은 별 생각 없이 "네, 어느 정도요."라고 답했었다. 이에 친구는 내가 그렇게 말해서 현지인만큼 잘 할 줄 알았다고 한다. (약간 재수도 없었다 하니 다시는 저렇게 대답 못하겠다.)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를 접하고 4년이 넘도록 비싼 등록금 내고 경쟁하고 유학까지 가면서 전공했는데, 이에 어느 정도 잘 할 수 있다고 하면 안 되는 걸까? 내 기준에 있어서 할 줄 아니까 잘 하는 건데 왜 사람들은 완벽해야만 잘 하는 것이라고 집착하며 조금 부족함이나 실수에 대해서 그렇게 인색한지 모르겠다. 흔히 100점을 받았을 때만 잘 한다고 한다. 70점인데 잘 한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본인이 잘 한다고 한 것에서 이미 시기 어린 질투에 싸인 부정의 시선을 보내게 되고 실제로 완벽하지 않았음을 알았을 땐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비판의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우리 이모는 애기가 똥을 싸도 예쁘다고 잘했다고 칭찬하시던데.. 50점 이어도 잘 한다고 인정받을 수 있을 땐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 까지 인 것일까..?



칭찬에 관하여 두 가지; 스스로를 칭찬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것과 완벽하지 않으면 잘한다고 칭찬할 수 없다라는 점.. 겸손은 사회생활에 중요한 덕목이긴 하지만 자기 홍보의 시대라는 핑계로 조금 더 자신을 너그러이 보다듬어 주면 안될까? 너무 각박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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