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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이 Nov 12. 2015

글을 쓰고 싶은 마음에서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으로


작가님!
요즘 너무 OOO팝 게임만 하시는 거 아니에요?
글이 너무 안 올라오네요!


지난밤 8시 42분, 내 글의 팬임을 자청하는 십년지기인 그녀로부터 온 메시지. 이 메시지는 곧 나의 글쓰기에 있어서 Alarm 이었음을.. 최근에 일기는 제쳐두고 블로그나 브런치에 썼던 지난 글들을 다시 읽었는데 부끄럽기 그지 없고 다 지워버리고 싶은 생각만 들면서 점점 글을 쓰는 것에 회의감이 들었었다. 그런데 가만, 나는 왜 글을 썼지..?



나는 생각이 참 많은 사람 중에 하나이다. 어두운 방안에 창 밖 가로등 불빛만 겨우 들어오는 야밤에 가만히 누워있으면, 가지에 가지를 뻗은 수 많은 생각들로 머리 속이 가득해져 잠을 설치기 일쑤이다. 버스를 타면 슥슥 지나가버리는 가로수들을 멍하니 보고 있다가 몽상에 빠지곤 한다. 혼자 카페에 가서 흰 페이지만 켜진 노트북을 앞에 두고 노래가 안 나오는 이어폰을 끼고선 도시의 소음이 조금 멀어질 때면, 가만가만 상념에 잠겨 생각이 흐르도록 내버려 둔다. 그러다가 떠오른 생각과 단어들을 써가며 연결 지어 나가는 것을 즐기곤 한다.


사람을 좋아하는 만큼이나 혼자 있는 것도 좋아하는 편이다. 사람들과 만나 같은 음식을 함께 먹고 녹녹한 공간을 나누는 것을 좋아하지만 거기에 할애한 시간만큼 온전히 혼자인 시간이 주어져야만 한다. 수영이나 요가처럼 혼자 하는 운동을 좋아하고, 노래를 듣는 것을 좋아하나 가끔 생각에 빠질 때를 방해하기에 도중에 멈추는 경우도 빈번하다.  그렇게 사람들로부터 다양한 생각을 듣는 것을 좋아하는 만큼이나 (혹은 조금 더) 나 본연의 스스로와 오롯이 마주할 시간을 정말 좋아한다.


나는 말에 집착하기도 하는 편이다. 외국어를 쓰는 것에 대해 희열을 느끼는 점도 그러하고, 학창시절 친구들과 다르게 듣기보다 말하기 점수가 더 잘 나오는 것을 보고 표현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구나 싶었다.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예쁜 구절은 적었다가 두고두고 그런 문장들을 꺼내어 보는  것쯤은 물론이거니와 가끔은 대화에서도 얻어낸 말들을 기억해 되뇌곤 한다. 또 상대가 의도 없이 내벧은 말인데도 그 선택된 단어에 있어서 집착하고 되뇌고 간혹 상처를 받기도 하는 자신을 보고 나는 말에 집착하는 게 분명함을 깨달았다.


그렇게 생각이 많은 자신이 주체하기 힘들어 지칠 즈음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고3 때부터 열심히 써 내려간 일기장들이 해가 지나갈 때마다 켜켜이 쌓이는 것을 보면 왠지 뿌듯하고 사진으론 남길 수 없는 그 날의 나의 생각이 남아있음을 생각만 해도 가슴이 꽉꽉 채워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정리된 생각들을 혼자만 품고 있기엔 아쉬워 꼭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해야 성이 풀렸었다. 공감을 받으면 더 좋고 공감을 받지 못해도 시무룩할지언정 하고 싶은 말은 내벧었으니 그것대로 마음이 평화로웠다. 그러다 블로그를 시작했다.


그렇게 내게 있어 글이란 넘쳐나는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문학적 표출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는 방법이자 기억의 수단이었다. 이런 이기적인 이유에서 시작한 글이기에 타인으로부터 큰 공감은 받지 못할 거라 여겼고 간혹 읽어주는 분들이 생기면 그저 놀랍고도 너무나 감사할 따름이었다. 선뜻 내 글에 대해 친구들에게 내놓지 못하다가 십 년 넘게 알아온 그녀에겐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처음에 한 번 읽어달라 청하였고, 지금까지도 간혹 내 글을 읽어준다는 사실을 알았을 땐 너무도 놀랐다.


J: 작가님, 요즘 너무 OOO팝 게임만 하시는 거 아니에요? 글이 너무 안 올라 오네요 ㅋㅋㅋ

C: 읽어주고 있었어?? ㅜㅜ 감동이다.

J: 틈틈이 들어가서 봐. 다 공감하진 못하지만, 심쿵 하는 것도 있었어.

C: 와.. 요즘 다시 읽으니 너무 못써서 부끄럽고 그랬는데. 진심으로 감동이다..

J: 무엇보다 내가 너를 잘 아니까 네 글들을 읽으면  더... 여하튼 요즘 쫌 그르시네요!

C: 선생님답네.. 응! 정진할게!



자기 만족을 위해서 글을 쓰기 시작할 때는 그저 문학적 자기 표출에 대한 갈증 해소 그 뿐이었다. 그러다 공개적으로 글을 쓰고 누군가 나의 글을  읽는다는 것을 의식하는 어느 순간부터 나는 잘 쓰고 싶어졌고 매끄럽지 못한 내 글들을 부끄러워 했다. 자연스럽게 나는 그저 글을 쓰고 싶은 마음에서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으로 바뀐 것이다. 밖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맞이할 예고된 성장통인 것을.. 그토록 생각하고 글 쓰는 것을 좋아했는데 좋은 글을 쓰지 못한다는 우울함에 주저 앉았다니, 귀엽기까지 하다.


여하간 이는 좋은 일이 아닌가..? 이 계기로 나는 글을 씀으로 인해서 자기 만족을 함을 깨닫고, 글에 대한 성장 욕구까지도 지니게 되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아직 좋은 글이라 자부할 순 없지만, 최소 한 명 이상의 독자가 있다는 것은 내가 작가임에 틀림 없다는 것을 증명한다. 친구의 진심 어린 응원은 이 깨달음을 위한 신호였음을. 아직 부족하지만 부단히 계속 생각하고 읽고 고민하고 공부해가며 글을 써야 겠다. 언젠간 같은 말도 나의 표현을 거쳐나가 매력적인 글이 되는 것을 꿈꾸며, 나는 오늘도 얽킨 생각을 담담한 척 글로 그려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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