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영화 러브레터, 1995

by 콩이
おけんきですか? はたしわげんきです。


대부분의 우린 새하얀 설원에서 주황색 스웨터를 입은 여자가 눈 덮인 산을 향해 '오겡끼데쓰까'를 외치는 영화 러브레터를 떠올리곤 한다. 이 말은 누구에게 향한 말이었을까..?


이츠키라는 남자는 두 사람을 사랑했다. 중학생 때 같은 이름의 이츠키라는 여자아이와 성인이 되어 그 첫사랑과 비슷하게 생긴 히로코라는 여자를. 남자 이츠키의 2주년 추모식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카메라는 그의 죽음을 애통해하기 보단 담담하게 바라보며 그 기점으로 벌어지는 두 여자의 성장을 지켜본다.

러브레터, 1995 - 이와이 슌지



약혼자가 죽은지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히로코는 이츠키 뿐만아니라 스스로도 자유롭게 놓아주지 못하고 있다. 그녀가 모르는 그의 시간들을 되짚어 가다 그의 첫사랑이 자신과 똑같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히로코, "(졸업앨범 속 여자 이츠키를 가리키며) 닮았나요, 저랑?"
남자 이츠키의 어머니, "히로코를? 음.. 닮은 것 같기도 하고.. 닮았다면? 닮았으면 뭐가 달라지는 게 있니?"
히로코, "아뇨.. 닮았으면 용서 못해요.. 그게 절 선택한 이유라면, 전 뭐가 되는 거죠..? 첫눈에 반했댔어요. 믿었고요. 그런데 첫눈에 반한 데에는 이유가 따로 있었네요.. 전 속은 거예요."

여자 이츠키로부터 남자 이츠키와의 풋풋한 첫사랑이야기를 전해 듣다 되려 그녀는 그들의 시간에 갇히게 된다. 내내 그녀가 사랑받은 이유는 그의 첫사랑과 닮은 외모때문이라 믿으며 계속해서 스스로를 괴롭힌다. 그러다 문득 그들이 아닌 히로코와 이츠키 두 사람 만의 추억을 회상하게 된다. 이츠키가 제대로 프러포즈도 못해 결국 히로코가 프러포즈했던 추억을 떠올리며 말한다.

하지만... 다 좋은 추억이에요. 그것 말고도 좋은 추억들이 엄~청 많아요. 그런데도 아쉬운 게 많아요. 죽은 사람 붙들고 투정이나 하다니, 전 그런 여자였네요..

이츠키 그리고 히로코, 완연한 그들만의 시간이 있었다. 이제 히로코는 여자 이츠키에게 그들의 추억이 담긴 편지를 다시 되돌려줌으로써 그들의 시간에 얽매였던 자신을 놓아주게 된다. 그들의 것은 그것대로 우리들의 것은 우리대로. 그리고 그녀는 설원으로 달려 나가 그에게 안부를 전하며 죽은 그를 못 보내고 투정 부리던 자신에게도 이별을 고한다. 잘 지내나요. 난 잘 지내요.

러브레터, 1995 - 이와이 슌지


여자 이츠키에게 남자 이츠키란 같은 학급에 이름이 같아 성가시면서도 꽤 신경이 쓰였던 남자 아이로 남아있다. 그리고 그 비슷한 시기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영화 처음부터 내내 그녀는 콜록콜록 감기에 시달리지만 병원에서 실려가던 아버지의 기억이 트라우마가 되어 그녀는 아직 병원에 가지 못했다. 그러다 히로코의 부탁을 시작으로 과거를 회상하다, 제대로 마주하지 못했던 첫사랑과 아버지 죽음이란 두 과거의 기억이 오버랩되어 되살아났다. 그 아이의 알지 못할 행동들은 그녀를 향한 애정이었던 것을 깨닫고 한참이 지나서야 그것은 풋풋한 첫사랑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더불어 얼음 속에 갇힌 잠자리를 보며 아버지의 죽음을 병원이 아닌 폐렴이란 병으로 연관지어 진정히 받아들이게 된 기억도 함께 되살아 난다.

깨달음의 순간 히로코가 먼 산에 대고 그랬던것럼, 이츠키도 밤새 열병을 앓다 씻은 듯이 나은 아침 과거의 자신에게 안녕을 고한다. 마지막에 그녀는 이츠키가가 어릴 때 독서카드 뒤에 그려준 그녀의 초상화를 발견하곤 히로코에겐 부끄러워서 이 소식은 전하지 못하겠다는 말을 남긴다. 그에 대해 내내 무심함으로 일관하던 그녀가 부끄러움을 탔다. 더불어 아버지의 죽음을 극복한 그녀는 병원에 간다. 첫사랑과 아버지의 죽음에 관한 기억을 제대로 마주하자 그녀는 감정적 성장을 이룸과 동시에 트라우마도 극복하였다. 그녀는 훌쩍 앞으로 나아가 있었다. 잘 지내나요. 저는 잘 지내요.

러브레터, 1995 - 이와이 슌지



남자 이츠키의 첫사랑 경험이 그가 현재 히로코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여자 이츠키는 어릴 때 아버지가 병원에서 돌아가시는 장면이 뇌리에 박혀 성인이 되어서도 병원에 못 가게 되었고 그런 과거 기억을 극복해서야 병원에 갈 수 있었다. 이츠키 두 사람이 도서관에 함께 일했던 풋풋한 과거의 추억이 현재 이츠코가 도서관에서 일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과거는 없어진 게 아니라 오늘 속에 존재한다. 그저 기억은 어렴풋한 저너머로 흐릿해지고 그리고 그것을 제대로 마주하지 못했을 때 우린 과거를 잃어버린 시간이라고 부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고로 과거를 잘 마주하고 그것이 녹아든 현재를 열심히 살아가는 것은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츠코의 러브레터는 바로 그가 사랑했던 두 여자가 과거를 제대로 마주하고 현재를 씩씩하게 살아가길 전하는 메세지를 담고 있는게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러브레터, 1995 - 이와이 슌지



히로코도 여자 이츠코도 잃어버린 시간을 찾고 나니 모든 것이 치유되었다. 게다가 히로코에게는 그녀가 과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언제나 격려하고 지켜봐 준 사람이 있다. 그녀는 이제 그 사람과 다시 사랑을 하고 결혼도 할 것이다. 여자 이츠코에게도 항상 그녀를 지켜주는 할아버지가 계시고, 그가 심어준 이츠코라는 나무 덕분에 그녀는 집 마당에 들어설 때마다 그녀와 같은 이름의 무엇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특별함에 기쁨을 가눌 수 없게 될 것이다. 또한 병원에 다시 갈 것이고, 첫사랑의 아름다운 추억을 안고 살아가게 될 것이다.


과거를 마주하자. 아니,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자. 담백하게 받아들인 과거는 오늘에 녹아들어 앞을 향해 살아가게 할테니까. 그렇게 되었을 땐 묵은 자신에게 안부를 전하고 이별을 고하자. 그렇다면 하얀 설원처럼 깨끗이 치유되어 성장한 빛나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おけんきですか?

はたしわげんきです。


러브레터, 1995 - 이와이 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