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을 찾아서

영화 Breakfast At Tiffany's, 1961

by 콩이

홀리는 종종 아파트 입구 열쇠를 가지고 나오는 것을 잊어버리고 (혹은 일부러) 이웃의 초인종을 누른다. 그 소리에 잠이 깬 이웃은 잠옷 바람으로 뛰쳐나와 온갖 잔소리와 욕을 퍼부어 대지만, 홀리가 필요할 땐 언제나 문을 열어준다. 귀가한 홀리는 잠을 청하나 곧 이어 그녀의 초인종도 울린다. 윗집의 폴. 여기 사람들을 서로가 집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 달라하기도 하고 또 열어주기도 한다. 그렇게 서로의 벨이 울린다, 문을 열기 위해.



홀리가 키우는 고양이의 이름은 '고양이(Cat)'다. 그녀는 고양이에게 이름을 붙여 주지 않는다. 아직 어울리는 이름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그리고 서로를 구속하지 않기 위해. 그런 그녀는 '폴'을 입대로 헤어진 친동생 이름인 '프레드'라 부른다. 그녀에게 다가온 '폴'이란 사람은 마치 헤어진, 마음속 깊은 곳에서 만지고 싶어 하는 그리움의 대상인 '프레드'의 그것과 같은 존재인 것이다. 얽히지 않기 위해 이름을 붙이지 않는다는 그녀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 이미 사람들과 섞이고 스며들고 있었다.


어쩌면 우리는 타인을 통해 자신의 진정한 혹은 한층 더 고조된 자신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게 되는 것 일 수도 있겠다. 그저 존재만 하던 실체가 누군가에게 다가가 꽃이 되고 그로부터 진정한 의미로 이름이 불린다. 여기서 이름은 너와 나를 위한 것임에 틀림없다. (김춘수 시인의 시 '꽃'을 참고)



그녀는 말한다,

"갑자기 두려워지는데 무엇이 두려운지조차 모를 때가 있죠. 그런 기분이 들 땐 택시를 잡아타고 티파니(보석상점)로 가요. 그럼 금방 마음이 평안해져요. 그 고요하고 당당한 모습. 아무리 나쁜 일도 거기선 일어나지 못해요. 내가 티파니와 같은 장소를 찾는다면, 그땐.. 그땐 가구를 사고, 고양이에게 이름을 지어줄 거예요."


이 영화에서 '티파니'는 '낙원'과도 같은 곳이다. 현재 그녀의 삶은 불안하다.



홀리는 부자와의 결혼을 통해 낙원에 이르려 한다. 하지만 파혼 통보를 받은 그녀는 더 이상 이 곳엔 낙원이 없다 여기고 떠나려 한다.


Paul: Holly, I’m in love with you. 홀리, 사랑해요.
Holly: So what? 그래서요?
Paul: So what? So plenty! I love you. You belong to me. 그래서요? 그것으로 충분해요! 당신과 나는 하나예요.
Holly: No. people don’t belong to people. 아뇨. 사람은 사람에게 얽매일 수 없어요.
Paul:: Of course they do. 가능해요!
Holly: I’m not going to let anyone put me in a cage. 그 누구도 날 새장 안에 가두게 하지 않을 거예요.
Paul: I don’t want to put you in a cage! I want to love you! 당신을 새장 안에 가두는 게 아니에요! 그저 당신을 사랑하고 싶을 뿐이에요!
Holly: It’s the same thing. 그건 같은 거예요.
Paul: No, it’s not! Holly! 아니에요!
Holly: I’m not Holly. I’m not Lula Mae, either. I don’t know who I am! I’m like Cat here, We’re a couple of no-name slobs. We belong to nobody, and nobody belongs to us. We don’t even belong to each other. Stop the cab. What do you think? This ought to be the right kind place for a toughguy like you—garbage cans, rats galore. Scram! I said take off! Beat it! Let’s go. 난 홀리도 룰라메(전 남편이 부르던 이름)도 아니에요. 나조차도 내가 누구인지 몰라요! 난 이 고양이와 같아요. 이름도 없고 누구를 길들이지도 누구에 의해 길들여지지도 않아요. 우리 둘 서로 조차도요.
Paul: Driver... pull over here. You know what’s wrong with you, miss whoever-you-are? You’re chicken. You got no guts. You’re afraid to stick out your chin and say, “o.k., life’s a fact.” people do fall in love. People do belong to each other, because that’s the only chance anybody’s got for real happiness. You call yourself a free spirit, a wild thing. And you’re terrified somebody’s going to stick you in a cage. Well, baby, you’re already in that cage. You built it yourself. And it’s not bounded in the west by Tulip, Texas, or in the east by Somaliland. It’s wherever you go. Because no matter where you run, you just end up running into yourself. 당신은 겁쟁이예요. 현실을 받아들이기 겁나는 거예요. 사람은 사람에게 속하기 마련이에요. 왜냐면 그게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니까. 누군가 당신을 새장에 붙잡아 두려는 걸 두려워하지만, 당신은 이미 스스로 만든 새장 그 안에 있어요.


돈과 명성을 추구하는 화려한 부호들의 삶이 아니라 우정과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서로를 서로에게 속하는 이 곳이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낙원이라고 폴은 가르쳐준다. 홀리가 어떤 사건에 연루되어 경찰에 붙잡혀 있을 때 명성에 금이 간다며 파혼 통보를 한 것은 부자였고, 그로 상처받은 그녀가 의지할 수 있게 붙잡아 준 것은 다름아닌 폴이 아닌가.

자신을 그 누구와도 얽메지도 얽매이지도 않을 거라던 홀리이지만, 그녀는 이미 문을 열어 달라며 이웃의 벨을 누르고 폴을 애정의 대상인 프레드라 부르고 있었다. 사람들과 속하게 하고 속해지며 사는 이 곳이 바로 낙원(티파니)이었음을 자신이 만든 새장에 갇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던 것이다.


Holly: Where’s the Cat? 고양이는 어딨죠?
Paul: I don’t know. 나도 모르오.
Holly: Cat. Cat! Cat! Cat! Cat! Cat! 고양아 어디 있니? 고양아!
Holly: Oh, Cat. Cat. 오, 고양아 여기 있었구나. 고양아.


그녀는 스스로 찾아 나선다. 그리고 다시 품에 안은 고양이는 예전의 그 이름 없던 a cat이 아니다. 이제 그녀에게 속한 그리고 그녀가 속한 하나의 당당한 존재로 다가온다, the cat으로. 이제 그녀는 가구도 사고 폴의 반지를 매일 낄 것이다. 끝으로 낙원에 가면 고양이에게 이름을 붙여준다던 그녀는 고양이에게 이름을 붙여줌으로써 드디어 낙원에 들어서게 되었음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