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호텔 밖에 무엇이 당신을 기다리는지 아세요?

영화 Youth, 2015

by 콩이

영화 Youth, 2015
프레드, "누구야?"
믹, "God(신)!"


내게 영화 「Youth」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으라면 단연 이 장면이겠다. 그녀의 몸매에 눈을 뗄 수 없어서기도 하고, 믹이 그녀를 보고 내벧은 대사가 마냥 이 여자의 나체를 향한 말만은 아닌 것 같기 때문이다. 미스 유니버스의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게다가 온천에 적셔진 몸을, 그것도 심지어 바로 내 눈 앞에서 보게 된다면, 여자인 나라도 저절로 '(Oh, my) God!'이란 감탄사가 튀어나올 것이다. 또한 아름다운 여성의 몸을 'God'이란 단어 뜻 그대로 '신'으로 견주는 것은 누구나 수긍할만한 분명한 것이다. 이처럼 'God(신)!'이란 대사는 예찬하는 감탄사가 되기도 하고, 진정 신을 가리키는 말을 뜻하기도 한다.


단순히 여성의 나체에 제한을 두지 않고, 늙은 두 노인 앞에 대조된 젊은 청년을 향한 말이라 생각해도 이는 충분히 상통한다. 매일 아침 시원하게 소변을 보았는지 걱정해야 하는 노쇠한 노인에게 있어 젊음은 건강하고 매혹적인 육체를 지닌 것과 동시에 무궁무진한 가능성과 에너지를 지녔기에 그 자체로서 예찬의 대상이면서 전지전능한 신으로 보이는 것이다. 물론 그들에게 있어서 청년기는 이미 지나가버린 그리고 돌아갈 수 없는 시기이기에 미화되어 그렇게 느껴질 만한 것일 수도 있다. (영화 속 레나나 지미와 같은 젊은 이들에게 있어서 그 시기는 나름대로의 고뇌와 불안감에 힘든 시기이기에, 청년기의 당사자들에게 있어서는 마냥 아름다운 시기라고만 보기 힘들다.) 어찌 되었든, 노인들의 눈에 비친 젊음은 신에 견줄 만큼 아름답고 성스럽다!


영화는 호텔의 투숙객들을 통해 끊임없이 젊음과 늙음을 견준다. 물리적인 신체도 정신적인 마음도.

영화 Youth, 2015

노년의 프레드는 과거에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작곡한 '심플 송'을 더 이상 지휘할 수 없게 되었다. 그 시절의 자신과 그 시절의 아내가 더 이상 없기 때문에. 하지만 절친 믹의 죽음을 계기로 그는 더 늦기 전에 10년 만에 아내를 만나기로 한다. 프레드는 사랑했던 그 시절 두 사람의 이야기는 가슴에 품고, 현재의 늙고 아픈 서로를 그대로 받아들여야 함을 깨닫게 된다. 프레드는 현재를 외면하고 과거 젊은 시절에 갇혀있던 자신과의 화해를 청하는 꽃을 건냈고, 그러자 그는 다시 '심플 송'을 지휘할 수 있게 되었다. 프레드는 더 이상 시원하게 소변을 못 볼지도 모르지만, 그의 마음만큼은 젊은 시절 그때와 다름없을 것이다.


영화 Youth, 2015

믹의 작품을 향한 열정은 늙어서도 식지 않았다. 함께 작품 준비 중인 젊은 친구들은 그런 믹을 동경하고 따른다. 보통 열정과 희망이란 단어는 마치 젊음과 일맥상통하는 당연한 말처럼 통용되곤 한다. 하지만 함께 준비 중인 작품이 좌절되었을 때, 오히려 믹이 지쳐버린 젊은 친구들을 다독이고 희망을 주었다. 열정과 희망을 품는 것에 나이는 제한되지 않는 것이다.


영화 Youth, 2015

지미는 연기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흥행한 단 하나의 영화로서만 그에게 열광을 한다. 다른 작품에서 연기자로서 인정을 못 받은 지미는 슬럼프에 빠졌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시간을 이 호텔에서 보내고 있다. 그리고 호텔에서 성장하는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특히 늙어서도 끊임없이 자신의 주관대로 열정을 좇는 믹을 통해서 그는 삶의 힌트를 얻게 된다.

지미, "무언가를 바란다는 것(desire)은 아주 순수하고, 아주 불가능하고, 또 아주 비도덕적인 거야. 그런데 그건 상관없어. 왜냐하면 그것이야말로 우리를 살아있게 해주는 것이거든."


영화 Youth, 2015
마사지사, "오늘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셨네요. 그렇다기 보단,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감정적인 날이네요."
프레드, "당신은 손으로 모든 것을 꿰뚫어보네요."
마사지사, "말로서만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손으로만 느낄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요. 또 그렇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만지는 것을 두려워하죠."
프레드, "그렇지만 그것은 즐거움을 주는 것이기도 하죠."

마사지사인 이 젊은 여자는 밤이면 홀로 방에서 춤을 춘다. 말이 아닌 손(Touching)으로만 느낄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 그래서 그녀는 춤을 춘다. 몸짓 하나 손짓 하나에 공을 들여 움직인다, 입과 귀로 느낄 수 없는 것을 얻기 위해. 그 춤은 내겐 마치, 젊음을 느끼려는 듯이 보였다. 젊음은 말로서만 완전히 이해될 수 없는 것이기에 그리고 섬세한 몸짓을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무언가가 있으므로. 그래서 이 영화는 젊음이 무엇인지 단도 진입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카메라를 통해 보여준다. 렌즈는 그녀의 몸짓을 따라가다 시간의 순리도 잊은 듯 천천히 그러다 다시 빨리 따라가곤 한다. 마치 우리도 그렇게 느껴보라는 듯이.


왜 하필 주인공이 다른 직업이 아닌 지휘자인걸까? 이 영화에서 논하고자 하는 Youth(젊음)이란 것을 10대, 20대 혹은 30대를 가리키는 물리적인 의미가 아닌 좀 더 추상적이고 진정한 의미로서의 여느 것을 가리킨다고 여겨본다면 그 설정에 무릎을 칠 것 있다. 영화 끝부분에서 내제된 젊음을 되찾은 노년의 프레드가 다시 심플 송을 지휘하는 모습이 꼭 마사지사의 춤추는 모습과 오버랩되었다. 그가 지휘하는 행위를 보면, 그가 말로서 다 할 수 없는 감독이 전하고 싶은 진정한 의미의 Youth를 온몸으로 깨닫고 온전히 만끽하고 있음을 우린 알아차릴 수 있다.



영화 Youth, 2015
의사, "이 호텔 밖으로 나가면 무엇이 당신을 기다리는 지 아세요?"
프래드, "뭔가요?"
의사, "YOUTH."

Youth(젊음, 청춘)는 나이에 따른 게 아니다. 그것은 이 호텔 밖을 나가 꿈을 꾸는 자들에게 들어맞는 표현이다. 노년의 두 남자가 열정에 대해 고민을 하고 진지하게 사유할 때면 카메라는 그들의 옆모습을 비추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모습과 똑 닮은 옆모습의 사람을 그린 그림이 잇다랐다. 그 그림 속의 사람은 몇 살인지 나이를 가늠할 수 없었다. 즉, 사유하는 사람은 나이의 굴레를 벗어난다. 고민하고 꿈을 꾸는 사람에게 있어서 나이는 허구인 것이다.


프래드, "어떻게 늙는지도 모른 채, 나이가 들어버렸어."

이 단순한 말 한마디가 결국 답이 아닐까. 우리 모두는 우리네의 삶에 있어서 의미 있는 것을 붙잡으려 노력한다. 누군가에겐 연기 혹은 음악, 영화, 축구, 암벽등반, 공중부양, 춤 등등. 그렇게 그것을 붙잡고 열심히 살아가는 게 젊음이나 늚음 할 것 없이 이 생을 살아가는 의미일 것이다. 고로 우리는 정신없이 단순히 그것에 달려들어 끝까지 다다라야 한다. 그러한 사람은 늙든 젊든 오롯하다. "God!"이다. 그러다 문득 지치면 이 호텔의 사람들처럼 잠시 쉬어가고 또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며 힐링을 하자. 그리고선 다시 그 호텔을 떠나자. 여기까지 생각하다 보니 현재의 나 자신의 삶에 대해서도 고찰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아마 이 영화를 보고 있는 학생도, 아기 엄마도, 할아버지도 모두가 그러하고 있으리라.


영화 Youth, 2015

덧붙여, 극 중 여배우 제인 폰다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이 영화를 이렇게 표현했다 - Feast for the eyes.(눈을 위한 축제) 동그란 렌즈를 통해 반듯한 화면에 내비친 이 호텔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그저 아름답다. 색감, 움직임, 음악, 감성 모두가 아름답다. 어쩌면 영화 주제뿐만 아니라 장면과 음악이 전하는 이 영화 자체가 Youth(젊음)를 가리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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