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표현한다는 것은,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힘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표현할 수 없는 상태, 나를 드러낼 수 없는 상태는 인간이 가장 견디기 힘든 상황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글을 쓸 수 있음에 감사한다.
내가 글자를 알고, 다행히도 한글이라는 것이 매우 유연하고, 창조적인 문자이기에.
어렵지 않게 글을 쓰고 있음에 감사한다.
한글을 배운 누구라면, 글을 쓸 수 있다.
속상할 때, 일기장을 펼치는 A 아파트 101동 어느 여고생처럼
얼굴을 마주하고 건넬 수 없는 이야기를 편지로 쓰는 B 대학의 어느 남학생처럼
멀리 떨어져 있고, 서로 시간이 맞지 않는다는 핑계로 카톡으로 일상을 주고받는 C와 D처럼
글은 감정을 해소하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감사한 수단이다.
그러나 글이 사람들에게 공유될 때, 글은 조금 다른 무게를 갖는다.
글이 내 안에 조용히 잠들어 있는 경우와 사회적 공간(블로그, 페이스북, 게시판 등)에 던져지는 경우는 내게 몹시 다르게 다가온다.
누군가에게는 쉬운 일일지라도 내게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브런치를 시작하게 된 것도, 네이버 블로그에 가끔 글을 올리는 것도
내게는 큰 자신감과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언젠가 짝사랑이 나에게 가장 적합한 사랑의 형태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혼자 사랑한다고 외쳐도, 상대방은 내 마음을 모르기에
누군가 나를 거부할 수도, 수용할 수도, 비난할 수도 없는 가벼운 상태
'받는 사람' , '글을 쓴 사람' 외에는 그 누구에게도 읽히지 않았던 글들을
나 혼자 두고 읽는 것은 몹시 편안하고,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글'이라는 존재가 여러 사람에게 읽힐 때, 생명력을 얻는 것처럼
'사랑'이라는 것이 좋든 싫든, 서로에게 표현될 때, 사랑이 가지는 의미가 풍부해지는 것처럼
조금 불편하고, 귀찮더라도
내가 뱉은 사랑에, 내가 쓴 글에 책임감이 막중해질지라도
읽어주어야, 들어주어야,
'사랑'도 '글'도 즐거이 살아난다.
글을 많이 써보려 한다.
그리고 공유해보려 한다.
내 글이 조금이라도 살아 움직여 자신의 존재를 찾아볼 수 있도록
애써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