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사연처럼 써보았어요.
안녕하세요? 애청자 콩이입니다. 얼마 전 ‘토니 에드만’이라는 영화를 보았어요. 아버지와 딸이 나오는 영화입니다. 부녀는 사이가 그리 좋진 않아 보입니다. 딸은 집에서 나와,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며 살고 있지요. ‘워커홀릭’이라고 해두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소식이 원만하게 닿지 않는 딸을 찾아 아버지가 딸의 직장이 있는 도시로 여행을 가며 이야기는 제대로 시작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는 ‘세대 갈등’을 다룬 이야기라 하더라고요. 구세대와 신세대의 벌어진 가치관, 그리고 그 빈 공간을 채워나가는 이야기? 근데 전 이상하게 그런 생각이 들지 않더라구요. 그냥 아빠와 딸의 이야기 같았어요. 그들이 지나온 세대가 무엇이든지요. 이 영화 속에서 서먹한 딸과 아빠는 어쩔 수 없는 일로 함께 시간을 보내는데, 함께 노래를 부르는 부분이 있어요. 아빠는 피아노를 치고, 딸은 노래를 불러요. ‘난 성공해야 돼! 난 아빠처럼 안 살 거랍니다.’ 눈에 불을 붙이고, 일을 하던 딸이 유일하게 살아 숨 쉬는 장면 같았어요.
저도 여행을 떠나고 싶어요. 이번에는 아빠를 찾아 떠나는 딸의 이야기겠어요. 모든 아빠는 딸을 사랑하지요, 물론 그렇지 않은 아빠가 간혹 있다는 것이 세상을 슬프게 하지만요. 우리 아빠는 제게 유별난 아빠였어요.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보는 아이들마다 아빠의 질문을 받아야 했거든요. “우리 콩이 아니? 우리 콩이가 얼마나 이쁜데~” 지금 돌아보면, 아이들이 얼마나 난처했을지 미안한 마음도 듭니다. 콩이를 모르는 아이, 콩이를 알지만 공감하지 못하는 아이. 그러나 아빠의 팔불출 행동들, 그리고 퇴근 후에 뼈가 으스러질 정도로 저를 꽉 안아주셨던 사랑들 덕에 제가 자랐습니다. 그런데 아빠는 젊었을 때, 술을 참 좋아하셨데요. 그래서 많이 아프셨어요. 고등학교 2학년 가을이었습니다. 영어 과외를 하고 있었어요. 아빠는 안방에서 신문을 읽고 계셨고요. 아빠가 제 방문을 두드리고 들어오셨어요. 코코아 가루를 찾아 달라 하셨어요. 코코아가 드시고 싶다고 . 단 한 번도 그런 적 없던 아빠였는데.. 저는 신경질적으로 방에서 나와 코코아를 찾았습니다. 찾아드렸는지, 못 찾아드렸는지는 기억나지 않아요. 아버지에게 왜 과외 하는데 부르냐고, 짜증을 냈던 기억은 아주 선명하게 납니다. 그리고 1년 뒤에 아버지는 돌아가셨어요.
‘토니 에드만’을 보니, 딸이 참 부러웠어요. 귀찮도록 직장에 와서 딸을 찾고, 걱정해주는 아빠가 있으니까요. 억지로라도 노래를 부르게 해서, 잠깐 숨통을 틔어주는 아빠가 있으니까요. 삶에서 아빠가 그리운 순간들은 정말 많더라고요. 제 삶에서 아빠를 뺄 순 없으니까, 이렇게 자꾸 글로 쓰고, 생각을 하며 과거의 아빠로부터 위로를 받고 싶어요.
토니 에드만에서 딸과 아빠가 부른 노래
휘트니 휴스턴의 ‘GREAT LOVE OF ALL’ 신청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I4fy4Xrfv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