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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ngs Sep 22. 2015

우리 속도로 걷자

여행 에세이



8화 - 어쨌든 자유의 여신상

어딘지 모를 곳을 헤매다가 문득 저 멀리 보이는 빌딩.. 911 테러 당시 무너진 쌍둥이 빌딩 이었다. 아니 분명하게 말하자면 그 자리에 새롭게 세워지는 빌딩. 말없이 그곳까지 걷다 보니 911 메모리얼  파크의 모습이 보였다. 뉴욕 사람들에게는 그 어디보다도 슬픈 장소일 텐데  공원으로 만들어서 사람들이 계속 찾게 한 부분에 대해 놀라웠고 , 추모공원인 만큼 깔끔하고 숙연한 모습에도  놀랐다. 그라운드 제로에는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이 추모하며 한송이 꽃을 헌화하며 기도하고 있었다.

우리도 잠깐 동안 기도하고 말없이 손을 꼭 잡고 월스트리 쪽으로 걸었다.

무수한 현대식 건물 사이로 트리니티 교회가 보였다. 빌딩 숲 사이의 오랜 교회 건물이 또 다른 경건함을 주는 듯했다. 조금 더 걷다 보니 그 유명한 황소동상이 나타났다. 줄 서서 만지는 황소의 00이라니.. 절대 안 한다고 우겼지만, 신랑은 반드시 부자가 될 거라면서 둘다만져야 한다고  우겼다. 관광지에 가면 꼭 있는 이런 동상들은 누가 처음 이런 부분을 만져야 행운이나 부가 온다고 소문낸 걸까??

어찌하든 신랑이 뭔가를 내게 요구하는 일이 자주 있는 편이 아니라 결국엔 한껏 쑥스러워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나왔다.

황소를 만나고 나면 자연스럽게 자유의 여신상으로 가는 입구라는 배터리 파크를 볼 수 있다.

무료 거리공연을 하는 가수나 스트릿댄서들이 흥겨움을 더했고 많은 사람들이 둘러서서 여유를  만끽했다. 배터리 파크 자체도 공원 조성이 훌륭해서 한참을 구경할 수 있지만, 우리는 목적이 있었기에 페리 타는 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자유의 여신상을 보는 방법은 무료 페리를 타고 멀리서 보는 방법과 유료 페리를 타고 리버티 아일랜드에서 내려서 직접 보는 방법 두 가지가 있는데 우리는 미리 시티패스를 구매했기 때문에 리버티 아일랜드에 방문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시티패스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전망대, 미국 자연사 박물관 ,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 탑 오브 더 락 전망대, 자유의 여신상이 포함된 티켓이었는데 입장료가 비싼 뉴욕에서 관광객이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는 착한 티켓이다.


페리를 타고 자유의 여신상이 가까워지자. 새삼 다시 흥분되었다. 생각보다 거대하고 아름다운 모습 , 그 옛날 멀리서 배를 타고 건너오던 이민자들이 자유의 여신상을 보고는 이제 미국이구나 하고 안도의 눈물을 흘리곤 했다는데.. 무슨 맘인지 알 것 같은  기분이었다.

리버티아일랜드에 내리자마자 내 몸 만한 사이즈의 레모네이드를 사들고 천천히 자유의 여신상을 향해  걸었다. 날씨도 기분도 너무  좋았다. 자유의 여신상 발 밑에 서 있자니 어쩐지 또 현실 같지 않았다.  맑은 하늘과 멀리 보이는 맨해튼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우리는 셀카봉을 꺼내 들고 뱅뱅 돌며 유치하게 동영상 촬영을 했다. 지나가는 외국 관광객들이 우리를 보며 엄지를 척 내보여줬다(ㅎㅎ::) 하긴 커플티를 맞춰 입고 뱅글뱅글 도는 모습이 얼마나 웃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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