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에세이
9화 - 섹스 앤 더 시티 데이
여자들이라면 누구나 섹스 앤 더 시티를 한 번쯤 봤을 것이고 이 드라마를 본 여자라면 누구나 캐리와 친구들이 5번가에서 하이힐을 신고 쇼핑을 하거나 인기 있는 식당에서 브런치를 즐기는 모습이 기억에 남을 것이다.
이 드라마는 여자의 심리묘사를 아주 훌륭하게 표현했음에도 불구하고 외관상 보이는 이런 사치스러운 모습 때문에 많은 남자들의 '적' 이자 '표적'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도 이 드라마를 즐겨보았고 많은 부분을 공감했으며 많은 장면이 기억에 남았는데 역시 그중 캐리가 친구들과 브런치 약속을 즐겼던 사라베스와 컵케이크를 즐기던 매그놀리아의 모습이 있었고 뉴욕에 온 이상 하루쯤 '섹스 앤 더 시티 데이'를 보내기로 했다(계획이 정말이지 촌스럽지만).
사라베스는 뉴욕에 5군데 정도 있었는데 우리는 비교적 가깝고 찾기 쉬운 센트럴파크 바로 앞에 있는 지점을 선택했다. 근처에 다다르니 찾을 필요 없이 위치를 안내해 주듯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영화에서 나오는 창가 자리 나 테라스는 한참을 기다려야 했지만 실내에서 식사를 하는 건 다행히 오래 기다리지 않고 들어갈 수 있었다.
제일 유명한 에그 베네딕트를 시키고 두리번 거려 보니 관광객이 거의 다수인 것 같았다. 역시 세계적으로 유명한 드라마 덕을 톡톡히 보는 구나 싶었는데 주문한 음식을 맛 보고는 단지 드라마 때문에 유명한 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에그 베네딕트와 살몬 에그네딕트 두 가지만 먹어봤지만 다른 음식도 충분히 맛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밌게도 관광객은 거의 에그 베네딕트를 시키고 뉴요커들은 대부분 다른 메뉴를 시키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언제 또 올지 모르는 맛집에서는 제일 유명한 메뉴를 시키는 게 역시 정답이겠지.
만족스러운 브런치를 즐기고 근처에 있는 애플 매장을 들렀다. 애플은 역시 입구부터 "대단해!!" "대단해!!"를 연발할 수밖에 없었다.
첫날 산책 겸 애플까지 왔었는데 밤에 본 애플도 멋있기 그지없었다. 게다가 각종 애플 기기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고 노트북 충전과 와이파이 가장 강한 이곳을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는가. 아마도 뉴욕에 있는 열흘 동안 애플 매장은 지나칠 때마다 들어가서 한참을 지체했던 것 같다.
애플 뒤쪽으로 나홀로 집에 2에 나오는 유명한 장난감 가게인 FAO Schwarz가 있었는데. 생각보다는 한산했다. 천천히 구경하며 5번가를 내려오니 롹펠라센터 근처에 있는 레고매장이 보였다. 엄청난 레고벽을 보니 금세 흥분했지만 진정하고 '섹스 앤 더 시티데이' 2번째 미션인 매그놀리아를 가서 컵키이크를 사기로 했다.
매그놀리아 역시 많은 사람들이 컵케이크를 고르려 줄을서 있었다. 뉴욕에선 유명한 곳엔 항상 사람들이 길게 줄을 늘어서 차례를 기다리기 때문에, 길을 헤맬 염려가 없다. 뉴욕이 컵케이크가 유명한 곳 인건 알고 있었지만, 매그놀리아에서 즐비해있는 귀여운 컵케이크들을 보자 단것을 좋아하지 않는 나 조차도 괜스레 달콤한 향기가 좋아졌다. 우리는 제일 유명하다는 바나나 푸딩과 예쁘고 조그마한 컵케이크를 두개 그리고 커피를 사들고 근처 분수에서 피크닉 삼아 먹기로 했다.
분수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컵케이크와 커피 바나나 푸딩 등을 즐기고 있었다.
단것을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뉴욕 최고의 컵케이 크니까!!"라는 마음으로 한입 먹다가 결국은 포기하고 사진만 잔뜩 찍었다. 컵케이크와 바나나 푸딩의 달콤함은 우리에겐 지나치게 느끼하였다. 그래도 "내일 아침 배고플 때 커피와 먹으면 최고로 맛있을 거야" 우리는 서로를 그렇게 위로하며 컵케이크 포장을 슬며시 닫았다.
나는 뭔가 저 깊은 곳 잔뜩 한 느글느글함으로 내 '섹스 앤 더 시티데이'를 찝찝하게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