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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ngs Oct 01. 2015

우리 속도로 걷자

여행 에세이

12화 - 그래 바로 여기

뉴욕 여행이 좋은 것 중 한 가지는 미드나 영화에서 보던 반가운 장소가 많다는 점 일 것이다. 일부러 찾아다니지 않아도 문득문득 반가운 장소가 나타난다. 맨해튼 중심 42번가를 지나 아침부터 별다를 목적 없이 걷던 날이었는데 동쪽으로 한참을 걷다 보니 멋스러운 오래된 건물이 보였고 우리는 자석에 끌리듯 그 안에 들어섰다. 안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내가 아주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인 이터널 선샤인에 나오는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이란 걸 알았다. 오래되고 웅장한 건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름다움이 있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느낌, 기차역이 아니라 마치 중세 유럽의 궁전 같았다. 마침 애플 이벤트를 하는 것인지 원래 매장이 있는 것인지 애플 매장이 터미널에 클래식하게 잘 녹아들어 있었다.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은 복합 쇼핑센터로서 유명한 매장들이 입점해 있었는데 그중 지하에 있는 쉑쉑 버거는 역시 인기가 대단했다.

좋아하는 영화에 나오는 장소를 우연히 발견하고 나니 스파이더맨에서 나왔던 루스벨트 아일랜드 케이블카가 생각이 났다. 여행책자에서도 읽었던 기억이 있어서 한번 찾아가 보기로 했다. 스파이더맨이 좋아하는 영화 편에 속하는 건 아니지만 배경 자체가 뉴욕이라서 그런지 뉴욕에 와서 며칠 있으니 가장 생각이 많이 나는  영화였고 케이블카를 타고 매일 출퇴근을 하는 뉴욕 사람들의 모습이 궁금하기도 했다.

출퇴근을 위한 교통수단으로 만든 케이블카 있기 때문에 매트로 카드로 탈 수 있었는데 케이블카를 매트로 카드로 타니 뭔가  어색했다. 케이블카는 지하철보다 훨씬 쾌적하고 깨끗했으며 굉장히 큰  느낌이었다. (런던아이 보다 더 컸던 기억이다) 5분 정도면 루스벨트 아일랜드로 건널 수 있다. 우리는 딱히 루스벨트 아일랜드를 구경할 계획은 아니었기 때문에 버스를 타고 현대미술관  MOMA를 가보기로 했다. 뒤에서 한번 언급하겠지만 뉴욕은 버스노선이 쉽고 편해서 여유만 있다면 끔찍한 지하철 대신 도보나 버스 이동을 권하고 싶다.

MOMA는 메트로폴리탄과 휘트니  뮤지엄처럼 금요일에 기부금 입장 또는 무료 입장이 가능한  곳이고 뉴욕에서 꼭 가봐야 하는 뮤지엄 중 하나로 알려져 있어 관광 필수 코스 중 하나였다.

MOMA는 맨해튼 중심에 위치해 있었고 어디서 한 번쯤 봤던 친숙한 작품이 많았다. 세잔이나 피카소 클림트 등 아는 관람을 하면서 마치 사람을 만나는 기분이었고 정원도 너무 예뻐서 뮤지엄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우리 커플 조차도 한참을 떠나지 못했다.

MOMA에서 해질 때까지 시간을 보내다가 근처에 있던 록펠러 센터에서 야경을 보기로 했다. 처음부터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나 록펠러 센터둘중 한 곳에서 뉴욕의 낮을 다른 한 곳에선 뉴욕을 밤을 보기로 계획했기 때문에 엠파이서 스테이트 빌딩에서 이미 뉴욕의 낮을 봤으니 록펠러 센터에서 야경을 보는 것만 남았었다.

록펠러 센터는 철조망 사이로 뉴욕을 내려다 봐야 하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는 다르게 통유리로 되어있기 때문에 나는 록펠러 센터에서 야경을 보기를 권하고 싶다. 어차피 사람은 두 곳 다 만원이고 록펠러 센터는 눈 깜짝할 사이에 오르는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여러 번 나누어 줄을 서야 하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보다 전망대 까지 가기도 쉽다. 게다가 소파 등 쉴만한 공간이 있어서 해가 지기전에 올라 천천히 야경을 보기엔 최적의 장소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록펠러 센터의 야경에서만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맨해튼의 밤에 우뚝 서있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보는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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