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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ngs Oct 17. 2015

우리 속도로 걷자

여행 에세이

14화 - 로브스터부터 스파게티까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이전에 먹었던 싱싱한 로브스터를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한번 더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은 소호에 가서 노트북 케이스를 사기로 했었는데 소호에 가기 전에 다시 한 번 첼시마켓을 들르기로 했다.

첼시마켓은 과거에 과자공장이었던 건물을 개조해 대형 식품 마켓으로 만든 명소인데 공장스러운 내부구조를 그대로 살려서 멋스럽고 이색적인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한국에서는 싱싱한 로브스터를 먹기엔 가격이 다소 부담스럽기 때문에 많은 한국 여행객이 첼시마켓 로브스터 플레이스를 찾는다. 로브스터 플레이스는 싱싱한 로브스터를 사이즈별로 선택하면 바로 찌어주는 방식으로 로브스터외에도 샐러드, 회, 생굴 등 많은 해산물이나 해산물을 이용한 요리를 저렴한 가격으로 배불리 먹을 수 있다. 우리는 작은 사이즈의 로브스터와 맥주를 구입해 감탄사를 연발하며 먹었다.

첼시마켓에는 유명한  에이미브래드도 있고 그 외에도 다양한 과자 컵케이크 빵 등 식사 후 디저트를 먹을 수 있는 훌륭한 상점이 즐비하다. 게다가 유명한 향신료 매장이나 와인, 조리도구상점들이 많기 때문에 요리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꼭 구석구석 들러보기를 권한다.

우리는 이미 충분히 배가 불렀기 때문에 브라우니를 파는 빵집인 팻 위치에 가서 선물용 브라우니를 몇 개 샀다. 첼시마켓을 둘러봤어도 좀 전에 먹은 로브스터가 다 소화되지 않아서 소화시킬 겸 하이라인파크를 산책하기로 했다. 하이라인 파크는 1980년까지 화물열차가 다니던 길이었는데 철거를 앞두고 주민들의 의견으로 지금은 멋진 공원으로 변신했다고 들었다. 철길의 흔적을 고스란히 남겨둔 채로 고가에 이어지는 빌딩 숲 사이의 공원은 다른 공원들과는 또 다른 느낌을 선물해주는 것 같았다.

산책을 마치고 소호거리에 가기 전에 웨스트 빌리지에 있는 BOOKMARC에 들러 노트북 파우치도 구입하기로 했다. 나는 결혼할 때 선물로 가방 대신에 맥북을 받기를 원했기 때문에 기왕이면 예쁜 파우치를 맥북에 입혀주고 싶었고 뉴욕에 오기 전부터 BOOKMARC를 들러보고 싶었다. BOOKMARC 근처에는 '마크 제이콥스 뷰티'등 다른 라인의 매장도 있었고 사람들이 이 거리를 '마크 제이콥스 거리'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만 했다.

건너편엔 유명한 매그놀리아도 있었고 부유한 동네라 그런지 분위기도 건물들도 훌륭했다.

BOOKMARC의 매장 내부는 생각한 것보다 더 작았고 마크 제이콥스가 영감을 받았다는 책과 문구류, 티셔츠 , 핸드폰 케이스 등이 있었다. 나는 마치 몇백만 원짜리 가방이라도 사는 듯 한참을 고민하다가 가방과 파우치를 둘 다 구매했다.

웨스트 빌리지의 예쁜 주택가를 벗어나 버스를 타고 소호로 향했다.

소호에 도착했지만 우리는 이미 꽤 걸었고 둘 다 쇼핑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어서 그런지 통 흥미롭지 않았다. 이미 며칠 전 우드버리에서 사려는 물건은 대부분 구매했기 때문에 목적도 궁금한 것도 없었다. 소호는 정말이지 멋쟁이가 많다라는 느낌과 유명 브랜드가 5번가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즐비하다는 것. 한국사람들한테는 어그 매장과 사봉매장이 인기가 많다는 것 정도를 느끼며 터벅터벅  걸었다. 그러나 쇼핑을 즐기는 친구들과 왔다면 이곳을 벗어나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소호를 벗어나 리틀 이탈리아로 향했다.

계획에 들어있지는 않았지만 거리가 멀지 않아서 저녁을 먹을 겸 구경하기로 했다.

입구부터 누가 봐도 이탈리아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확실하게 표시해 놓았다. 뉴욕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노천카페가 즐비해서 진짜 이탈리아 같았다. 맛있게 스파게티를 먹고 간단히 맥주 한잔까지 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기에 우연히 차이나 타운을 지났는데 해가져서 어둡고 벽에 그려진 지저분한 그래피티들 때문인지 둘 다 잔뜩 겁에 질려 손을 꼭 잡고 눈도 마두치치 않고  걸었다.

지나서 생각해보면 그냥 자기네 집이나 가게 앞에 나와 앉아있거나 거리에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뿐이었는데 왜 그런  모습들을 보면 그렇게 무서운지 모르겠다.

이제 내일이면 뉴욕과도 안녕이라고 생각하니 아쉬워서 잠도들지않겠다고 생각했지만 곧 곯아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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