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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ngs Oct 18. 2015

우리 속도로 걷자

여행 에세이

15화 - 마지막은 처음과 같게

마지막 아침이 밝자 약간은 우울한 마음이었다.

대부분 여행에서는 음식도 그렇고 여행이 좋으면서도 집도 그리웠는데 뉴욕은 그렇지가 않고 아쉽기만 했다. 신랑도 아쉬웠는지 깨우지도 않았는데 눈을 번쩍 뜨고 있었다.

마지막 날음 처음 도착했던  날처럼 센트럴파크까지 걸어가 크게 공원을 한바퀴 돌고 5번가를 따라 내려오기로 했다. 다른 여행에서는 굳이 처음 갔던 길을 마지막에 돌지 않지만 신혼여행이라 그런지 왠지 둘이 설레며 걸었던 그 길을 쭉 둘러둘러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밖에 나오니 제법 쌀쌀했다. 여름에서 가을이 되어가는 계절이라 그런지 첫날 나시만 입고 돌아다녔던 길을 가벼운 패딩을 입어야 했다.

타임스퀘어에서 셰이크 셰이크 버거로 아침을 해결했다. 이 또한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신랑은 꽤나  아쉬워했다. 아침을 먹으며 와이파이가 빵빵 터지는 이곳에 나와서 노트북으로 일정을 짜던 매일이 그릴 울 것 같았다.

센트럴파크로 걷는 동안 쓸 수도 없을 것 같은 엉터리 포즈의 사진을 백장은 찍었다. 한걸음 한걸음이 아쉬웠다. 센트럴파크는 꽤나 가을에 가까워져 있었다. 초록빛만 가득하던 곳이 알록달록 해진 것을 보니 새삼 또 신기했다.

센트럴파크를 가로질러 메트로폴리탄으로 향했다 시간이 없어서 미쳐 들러 보지 못해 마지막 날이라도 들러보고 싶었다. 메트로 폴리탄은 자연사 박물관 과는 다르게 건물 자체에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신랑은 조소를 전공해서 그런지 아는 작품이 많아 꽤나 신이나 이것저것 설명해주며  감탄했다.

구경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여러 행사가 진행되고 있어서 조금 구경을 하다가 애플 매장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순간 순간이 아쉬운 마음에 마지막으로 애플도 찬찬히 구경했다. 5번가를 따라 내려오니 언제나 그렇듯 LOVE 조각상이 나타났다. 첫날 흥분해서 사진을 찍었던 생각에  다시 한 번 사진을 찍었다. 유치하지만 이런 사진은 두고두고 좋은 것 같다.

한참을 걸으니 맨해튼에 밤이 내렸다. 하루 종일 얼마나 걸었는지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구석구석 걸었지만 그래도 아쉬웠다.

저녁은 맥주도 한잔 할 겸 신나는 분위기가 느껴지는 술집에서 피자 같은 안주랑 마무리하기로 했다.

 좀 더 근사한 저녁으로  마무리할까 생각도 했었지만 사실 뉴욕의 물가는 그리 착한 편이 아니라서 푸드트럭을 이용하는 간식도 우리 돈으로 10,000원 정도는 있어야 하고 저녁마다 분위기를 낸다고 꽤나 지출이 커던탓에 가져간 돈은 이미 오래전에 바닥났고 카드 생활로 근근이 버티고 있었던 탓에 그냥 기분만 내기로 했다.

들어간 술집은 앞에서 언급했듯 노래바였고 우리는 말 그대로 만취할 때까지 노래를 따라 부르며 뉴욕 여행의 끝을 잡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머리가 띵했다. 숙취에 시달리며 캐리어를 끌고 공항에 가는 버스에 오르니 말 그대로 우울했다. 이제 돌아가면 결혼한 삶의 시작이라니 어쩐지 머리가 띵한 만큼 맘도 무거운 거  같았다.

잘 해나갈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말없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으니 옆에서 같이 숙취에 시달리고 있던 신랑이 손을 꼭 잡으며 "이제 우리 집에 가자"라고 나직이 말했다.

그 당연한 말이 어쩐지 가슴에 울렸다.

우리는 이제 정말 세상에서 '우리'라는 이름이 제일 잘 어울리는 둘이 되었다. 공원을 산책하듯 우리는 우리에 맞는 속도로 인생을 걸어나가기만 하면 된다. 때로는 지쳐서 주저앉을 수도 있고 신나게 방방 뛰며 앞으로 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겁내지도 두려워도 말고 우리 둘만의 속도로 그렇게 걷자.

어차피 우리 둘의 인생이자 우리 둘의 여행이니까. 우리 속도로 걷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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