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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ngs Oct 22. 2015

우리 속도로 걷자

런던 이태리 여행 에세이

1화 - 어쨌든 떠나자


2015년이 시작되면서부터 신랑과 둘이 준비하던 일이 있었는데 결과가 좋지 못했다. 언젠간 우리의 콘텐츠를 통해 우리의 이야기를 풀어가고 싶어서 시작했지만 성공 코앞에서 좌절했다. 사실상 꾸준하게 더 찬찬히 계속 준비해나가면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퇴근 후에도 쉬지 못하고 주말마다 둘이 고생했던 생각에 쉽게 마음이 풀리지 않았다.

늘 그렇듯 출근해서 바쁘게 일을 하고 있었는데 그날따라 일이 더 손에 잡히지 않았다. 갑자기 매일 반복되는 현실이 갑갑해 미칠 지경이었다. 어디론가 뛰쳐나가고 싶었다.

그래서 일단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다행히도 친구에게 잡아놓은 유럽여행 티켓이 두장 있었다. 어디든 좋다는 생각에 일단 친구에게 연락을 해서 여행을 가겠다고 말해두었다. 그리고는 신랑에게는 통보하듯 "떠나자"고 말했다. 잠시 당황하더니 이내 "그래 어디든  가자"라는 대답이 돌아왔고 우리는 그렇게 똑같은 마음으로 여행을 준비하기로 했다.

즉흥적으로 떠나기로  결심했던지라 목적지를 오래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일단 내가  다시 한 번 가고 싶었던 런던에 들렀다가 내가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을 가보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는 런던에 들러 이태리에 가보기로 했다.

우리는 성당에서 결혼식을 했고 그 감사함과 경건함은 맘에 항상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바티칸에도 꼭 한 번쯤은 들러보고 싶었었다. 물론 평소에는 성당에 잘 나가지 않는 불성실한 무늬만 교인이지만 말이다.

일단 목적지가 결정되니 그저 기분 좋은 두근거림만 남았다. 실패하고 좌절해 우울하던 맘이 싹 날아가기까지야 시간이 필요했겠지만 그레도 기분이 한결 가벼웠다. 우리는 그렇게 어느 날 '떠나자'고 결심한지 2주도 채 안돼서 런던행 비행기를 타러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은 갑자기 확삭 된 메르스 여파로 한산했다. 어쩌면 그래서 비행기 티켓을 더 쉽게 구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 비행기는 에티하드 항공으로 아부다비 공항을 경유해 런던으로 가는 노선이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할 것들에 대한 안내 맨트가 수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공항에서 물티슈와 안내책자 그리고 손 세정제를 받고 나니 갑자기 크게 실수하는 건가 두려워져 대기하는 동안 손을 몇 번이나 씼었는지 모르겠다.

에티하드는 처음 이용해 보는 거였고 듣기엔 비교적 쾌적하고 안전하다고 했는데 정말 좌석 간의 간격이 넓고도 편한 편 이었다. 장거리 여행을 위한 배려로 담요, 쿠션과 함께 안대, 슬리퍼, 귀마개를 제공하고 있었는데 비행기에서 잠을 잘 자지 못하는 내게는 꽤 맘에 드는 서비스였다. 곧 비행기가 이륙했고 우리는 그렇게 갑작스럽고도 메르스의 혼동 한 가운데서 우리만의 4번째 여행길을 위하여 건배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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