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이태리 여행 에세이
8화 - 반짝반짝 피렌체
피렌체 이야기에 앞서 잠깐 런던을 떠날 때의 상황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우리는 런던에서 피렌체로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기로 했기 때문에, 런던시티 공항(london city apt)에서 플로렌스 공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로 했다. 시티 공항은 한국사람들은 잘 이용하지 않는 편인데 사실 런던 시내에서 가까운 시골스러운 공항으로 가까운 인근 나라나 도시로 이동시에 많이 이용하는 공항이다.
우리는 킹스크로스에서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다가 독랜드 경전철로 갈아타기로 했는데, 런던에서는 별로 길을 헤맨 적도 없었고 워낙 방송이나 안내가 잘 되어있기 때문에 맘 편하게 있다가 독랜드 경전철을 갈아타는 역에서 예상 밖으로 헤매었다. 생각해보면 지하철과 경전철은 엄현하게 다른 거니까 건물이 다르다는 생각을 했어야 하는데 말이다. 어쨌든 백화점 같은 건물을 돌고 돌며 헤매다가 영국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아 역을 이동해 무사히 시티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워낙 미리미리 출발하는 성격이어서 늦지 않게 도착했지만 공항은 닫혀 있었다.
말 그대로 작은 시티 공항의 문이 굳게 닫혀있고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모여 있었다. 방송에서는 폭탄물에 대한 신고로 잠시 공항을 폐쇄한다는 안내 맨트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시골 대합실 같은 공항밖에 줄 서서 폭발물 신고에 대한 신고를 원망하는 영국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참으로 신기한 느낌이었다.
얼마 후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이 폭동을 일으키기 직전 공항 문이 열렸다.
짐을 붙이고 서둘러 티켓팅을 한 후 커피 한잔을 마셨다. 작은 공항이라 그런지 일처리도 더디어서 여기저기 짜증 섞인 목소리로 가득했지만, 나는 이 경험 또한 마냥 즐거웠다.
비행기는 두어세 시간 비행 후 피렌체 폴 로렌스에 도착했다. 시티 공항처럼 작은 시골 공항이었다.
우리는 산타마리아 노벨라 역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피렌체에서의 숙소는 산타마리아 노벨라 기차역에서 가까운 한인 민박이었는데 방과 화장실이 넓은 예쁜 방이었다. 화장실을 따로 사용하기 때문에 크게 다른 여행객에게 방해받지 않았겠지만 우리가 묶었을 때는 메르스의 여파로 여행 비수기였기 때문에 같은 층에 묶는 사람이 우리 둘 뿐이어서 더 자유롭게 지낼 수 있었다.
피렌체는 산타마리아 노벨라 역에서 시작해서 산타마리아 노벨라 역에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아주 작은 도시였다.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자 허기가 몰려와서 일단 밖으로 나왔다. 골목을 돌자마자 숙소 주인장이 추천해준 파올리 레스토랑이 보였다. 고민도 없이 들어가 티본스테이크와 스파게티를 시켰다.
주인아저씨인지 주방장인지 모를 대머리 요리사는 여자에게는 엄청 친절하고 남자에게는 무척이나 무뚝뚝했는데 내내 무표정이었다가 신랑이 화장실에 간 틈에 말 상대도 되어주고 십자군 전쟁 때 군인들이 피렌체를 지날 때 고기를 많이 먹었기 때문에 티본스테이크와 가죽이 발전했다는 이야기도 해주면서 예쁜 가죽 가방 한 개쯤 집에 돌아가기 전에 사달라고 하라고 귀띔해 주었다.
신랑이 자리로 돌아오자 다시 무뚝뚝한 얼굴로 변했는데 마치 만화 속 인물 같았다.
스테이크를 550g만 주문했는데도 양이 많았고 봉골레 스파게티도 시켰기 때문에 스테이크의 대부분은 그대로 남겨 포장했다. 음식 맛은 좋은 편이니 피렌체에 갈 일이 있다면 들러보기를 추천한다.
피렌체 거리로 나오니 가죽을 팔다가 문을 닫는 상점과 상인들이 즐비했다.
가죽 상점들이 문을 닫자 빈 거리로 가짜 명품을 파는 흑인들이 쏟아져 나왔다.
엄청 많은 가방들을 가판에 순식간에 펼쳤다가 단속반이 눈에 띄는 순간 다시 가판을 접고 숨는데 그 속도가 너무나 빨라서 마술을 보는 것처럼 신기했다.
골목을 돌아서자 냉정과 열정사이를 읽으며 그토록 보고 싶었던 피렌체 두오모 성당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 이외에 많은 사람들이 이미 흥분해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나도 여기는 000입니다 포즈로 유치하게 사진을 찍었다. 런던과는 달리 산책하기에 딱 좋은 시원한 여름밤이었다.
수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로맨틱한 감정들이 이 거리를 메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갑자기 '짠'하고 영화 속에 들어와있는 느낌이었다. 주인을 따라 산책 나온 강아지들마저 웃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까 마신 와인 탓인지도 모르겠다 생각하면서도 조금 더 이 기분을 만끽하고 싶어서 꽤 늦었지만 베키오 다리까지 걷기로 했다.
고요한 모습의 아르노 강의 야경을 바라보는 수많은 연인들이 키스를 하거나 백허그를 하고 있었다.
우리도 한참이나 강을 바라보았다.
다시 지났던 거리를 되돌아 숙소로 돌아오면서 내일은 아침 일찍 두오모에 오르자고 이야기했다.
불과 몇 시간 만에 런던과는 또 다른 밤을 느낄 수 있다는 것에 무안한 행복감을 느끼며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