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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ngs Sep 20. 2015

우리 속도로 걷자

여행 에세이

      

4화 드디어 뉴욕

다시 비행기 타기 전으로 살짝 돌아가자면 우리의 신혼여행은 결혼식 끝나고 바로 출발이 아니라 인천공항 근처 호텔에서 자고 아침 비행기를 타는 일정이었다. 결혼식이 끝나고 어찌나 지쳤는지 첫날 밤은 둘 이서 번갈아 가 토하며 지새웠다.

아마 8월 말이라는 더운 날씨에 한껏 긴장했던 탓 이겠지만 몸은 쓰러질 것 같아도  하루 종일 행복한 마음만 가득했다.

아무튼 그런 상태로 아침부터 비행기를 10시간이 넘게 탄 주제에도 너무 들떠서 인지 피곤한지도 모르고 방방 뛰어다니며 곧바로 뉴욕 행 버스를 타기 위해 길을 나섰다.

 나의 여행 스타일을 언급하자면, 여행을 할 때 치밀히 계획하는 편은 아니다.

유심, 데이터 로밍 등 실시간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도 많지만 나는 그런 것들을 사용한 적도 없다. 다만 그때그때 와이파이가 터지는 곳에서 자료를 검색하거나 지도한 장 들고  돌아다니는.

한마디로 옛날 스타일의 여행자다. 다행히 길눈이 밝은 편이라서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잘 돌아다녔다.

물론 비행기, 숙소는 예약하고 가고 꼭 보고 싶은 것, 꼭 먹고 싶은 것 하나쯤은 훌륭한 블로거들 때문에 생각해두지만 다음날 일정은 여행지에서 전날 밤에 세우면 된다고 생각하고 날씨나 기분에 따라 쉽게 일정을 바꾸거나 중간에 좋았던 곳이 있으면 다시 방문하기도 하고 커피를 마시며 몇 시간씩 멍 때리는 가 하면 원샷하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 기도하는 무계획 스타일이다. 지내고 보니 신랑도 치밀한 계획을 하는 스타일이 아니고, 일단은 "자기가 좋으면 난 다 좋아" 스타일이었다. 그래서 우리의 여행은 항상 즉흥적이기 그지없다.

물론 말 그대로 뉴욕이란 도시는 볼 것, 먹을 것, 느낄 것 투성이라 다른 여행지에 비해서 꼭 볼 꺼야 하는 부분을 전혀 생각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특히 신랑은 '미국을 일으킨  거인들'이라는 다큐멘터리에 푹 빠져있어서  록펠라센터에서 야경을 보면서도 록펠라의 역사를 줄줄 말해줄 정도였다.

우리는 뉴욕 타임스퀘어 도착해 캐리어를 내던지듯 호텔 방에 두고 그대로 뛰쳐나왔다.

서울에 처음 상경한  시골아이들처럼 '우와와'를 연발하며 뛰어다니다가 갑자기 내린 비로 포레스트 검프때문에 유명해졌다는 버바검프에서 첫 만찬을 즐겼다. 사실 바로 앞에 있던 식당이어서 들어갔는데 그렇게 유명한지는 들어가서 알았다.

그날 먹었던 그 평범한 칵테일과 새우는 두고두고 나에게 뉴욕의 첫맛으로 기억되었다.

그러나 흥분도 잠시 결국 그분이 오셨다  시차!! 여행을 하면서 시차 따위는 느낀 적이 없던 나였는데 결혼식 피곤함의 여파 때문인지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고 우리는 결국 호텔에서 잠시 쉬고  나올까?라는 대화를 마지막으로 뉴욕의 첫날이 허무하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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