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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ngs Sep 21. 2015

우리 속도로 걷자

여행 에세이


                                                                                           5화  일상과 여행 사이

아침에 눈을 뜨니 옆에 털북숭이 커다란 남자가 누워있고 창밖은 뉴욕이었다. 한동안 멍 때리다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뛰쳐나갈 준비를 마쳤다. 신랑은 분주한 나의 준비에 미동도 없이 한밤중인 듯했다. 아무 데 서나 잘 자는  타입이구나.. 잠시 부럽다는 생각을 하고는 깨워 욕실로 강제 연행했다.

뉴욕의 두 번째 날 아침은 맑았다.

고층 빌딩 사이로 떨어지는 햇빛이 방방 뜬 기분을 더 업 시켜주는 것 같았다. 센트럴파크를 향해 손을 잡고 한참을 걸었다. 걷다 보니 커피 와 갓 구운 빵 냄새가 솔솔 풍겼다. 누가 먼 저랄 것도 없이 카페로 들어갔다 많은 사람들이 커피와 간단한 아침을 즐기고 있었다.

테이블에 앉아서 멀리 카운터에서 주문하고 있는 신랑을 보고 있자니 둘이란 게 실감 났다.  '아 행복해' 하고 혼자  중얼거렸다.. 우리는 커피를 마시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신기 해하며 한참을 수다  떨었다. 하루 종일도 이러고 있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가보고 싶은 곳이 많아 다시 걷기 시작했다. 높은 빌딩들 사이로 저 멀리 푸른 나무들이 보였다. 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하니 설레었다.

노트북으로 뭔가를 하고 있는 사람들, 조깅하는 사람들, 하이킹하는 사람들,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 영화에서 나오던 모습들이 교차되어 영화를 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콧노래가 저절로 나오는  풍경이었다. 저 나무, 저 벤치, 저  돌다리!! 괜한 거에도 다 감동이 밀려오는 것 같았다. 공원 구석구석을 걸어 다니다 보니 꽤  지쳤다. 이 쯤에서 신랑이 추천한 미국 3대 버거라는 셰이크 섀크버거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근처만 가도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위치를 금방 알 수 있었다. 한 명은 자리를 잡고 한 명은 주문을 하기로 했다. 당연하게도 주문 담당은 신랑~ 운 좋게 자리에 금방 앉자서 밖의 풍경을 감상했다. 친구들과 점심을 먹으러 온 사람들, 아빠 손 잡고 온 꼬마 여자아이, 노 부부, 유모차를 끌고 와서 포장을 하는 엄마들, 피부색만 아니면 우리나라에서도 늘 상 보던 살아가는 모습들. 여행지에서는 이 뻔한 모든 모습이 감동과 행복함으로 다가오고 내가 늘 살아오던 일상이 얼마나 아름다운 건지 깨닫고 감사하게 된다. 어쩌면 이 감정이야말로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닌가 싶다.

한 가지 덧 붙이자면, 여행지에서 의 낯선 음식의 성공 여부는 항상 반반인 것 같다. 셰이크 섀크버거에서 제일 유명한 건 버거와 함께 먹는 바닐라  셰이크였다. 단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일단 호기심에 도전했었다. 셰이크 섀크버거는 맛도 훌륭했고 센스 있는 패키지도 맘에 들었지만 셰이크는 내게는 너무도  느끼했다. 맥주를 마실걸 하고 계속 후회가 되었다. 나는 실패를 하더라도 일단 그 가게에서 내세우는 메뉴는 먹어보는 편이다. 평소 좋아하는 취향이 아닐지라도 일단 도전하고 곧잘 실패하곤 한다. 하지만 신랑은 아는 맛 신봉자, 모험보다는 아는 맛 중에서 고르는 편이다.

그러나, 막상 음식이 나오면 결국엔 대부분 신랑이 주문한 음식은 내가 먹고 아무거나 잘 먹는 신랑은 내 모험의 피해자가 되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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