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받고 수련 중입니다.
일주일에 3일 1시간씩 새벽에 스터디카페 청소아르바이트를 한지 벌써 44일째, 3개월이 지났다. 무엇인가 습관이 되려면 적어도 3개월은 지나야 한다고 하는데, 그렇게 생각해 보면 한 고비는 넘긴 것 같다.
나는 정해진 시간에 딱 맞춰서 시작하려는 효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이는 효율적으로 움직인다는 장점도 있지만, 반대로 유연성이 부족해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응할 여유가 없다는 단점도 있다. 계획이 조금만 어긋나거나 미루는 습관이 생기면 지각으로 이어질 때도 있다. 이런 성향 때문에 조금 더 일찍 일어날 수 있어도, '이 정도까지는 자도 괜찮아'라고 타협하여 딱 맞춰서 일어나다 보니, 아침시간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기도 했다. 이런 부분을 고쳐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오래된 습관이라 막상 바꾸기는 쉽지 않았다. 특히 일이 없는 주말에는 마음을 놓고 불규칙하게 아침을 시작하면서, 허무하게 흘러가는 시간을 보며 불편함을 느끼곤 했다.
이런 점에서 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나에게는 딱 맞는 아르바이트를 찾은 건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3일 동안, 새벽 5시부터 아침 8시 사이에 자유롭게 1시간을 선택해 청소를 마치면 되기 때문에, 주말에도 특정 시간을 정확히 지켜야 한다는 부담을 덜 수 있다.
주말 아침 시간의 노동으로 받는 돈은 1만 4천 원. 큰돈이 아니지만, 돈을 받는다는 건 액수와 상관없이 책임이 따르기에 주말 이른 아침에 나를 깨우고 기분 좋은 긴장을 만들어 준다. 나는 이 1만 4천 원의 노동 덕분에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많은 배움과 깨달음을 얻고 있다고 생각한다. 돈을 받는 일은 단순한 보상을 넘어 교환과 약속의 의미를 담고 있어, 그만큼의 책임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매번 같은 일을 반복하지만, 그 안에서 나를 발견한다.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은 단순히 습관을 자동화하는 기계적인 과정으로 보이지만, 사실 그 안에는 자기 관찰과 성찰을 가능하게 하는 심리적 기제가 숨어있다. 매일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그날의 감정, 컨디션, 생각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반복 속에서 오히려 내 상태를 섬세하게 알아차릴 수 있게 된다.
이런 반복은 내적 변화를 감지하고 나를 이해하는 능력을 키우는 과정이며, 자기 인식을 높여주고 자기 조절을 연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결국 반복이라는 단순함이야말로 나를 비추는 거울이 되어, 매번의 수행을 통해 나를 발견하고 다루는 법을 배우게 되면서 내면이 강해진다.
마치 오랜 운동으로 한 겹 한 겹 쌓이는 속 근육이야말로 우리가 힘들 때 버틸 수 있는 힘이 되는 것처럼, 반복적인 경험과 연습은 위기 상황에서 발휘할 수 있는 심리적 탄련성을 키운다.
나는 오랫동안 요가를 했다. 매일 같은 동작을 정해진 순서로 반복하는 아쉬탕가 요가 동작을 하면서 끊임없이 올라오는 잡념들을 버리는 의식적인 연습을 하며 습관을 형성했다. 매일매일 시간을 내야 하고, 몸을 끌고 매트 위로 올라서야 했지만, 반복하다 보니 내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또 한편으로는 매번 같은 동작이지만, 어제보다 더 깊게 숙여지고, 멀게만 느껴지던 자세가 어느 날은 편안해진다. 이런 작은 성취가 나를 붙잡았고, 그것은 하루하루 나를 움직이는 강화가 되었다.
그리고, 누가 시켜서가 아닌 나 스스로 선택했고,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아니라 '하고 싶다'라는 자율성을 가지고, 내 몸과 마음을 이해하고 다루는 능력이 커졌다. 또한 '저 자세를 완성해보고 싶다'라는 자연스러운 목표가 설정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오늘 무리해서 모두 해내야 하는 게 아니라, 내일을 위해 오늘의 나를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는 마음을 배우게 되었다. 이렇게 아쉬탕가 요가를 꾸준히 하면서 내가 배운 건 동작의 완성이 아니라 나를 이해하고 다루는 법이었다. 매일 같은 것을 반복하면서도 매일이 다르다는 걸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중요한 나의 루틴은 업무가 늘고 부상까지 겹치면서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고, 한동안 슬럼프를 겪고, 지금은 다시 편안한 요가와 필라테스를 통해 아쉬탕가에서 살필 수 없었던 다른 방식으로 내 몸과 마음에 여유를 주며 다시 시작하는 회복 탄력성을 기르고 있다.
이런 배움은 스터디카페 청소 아르바이트에도 닮아 있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이지만, 매번 내 상태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 이제는 효율만 따지기보다 내 리듬을 살펴보며, 오늘의 나를 이해하는 시간이 되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불필요한 잡념이 많이 올라오고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잡념이 올라올 때 스스로 그것을 알아차리고, 생각을 비우며 정리하는 과정은 마음을 다스리고 집중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이를 알기에, 나는 오랫동안 나에게 중요한 생각에서 한 발 물러나고 비우는 연습을 꾸준히 해왔다. 또 다른 하나는 일이나 과제에서 잘하고 싶고 칭찬받고 싶어 하는 내 인정 욕구를 알아차리고 조절하려는 연습이다. 인정 욕구는 인간의 기본적인 사회적 욕구로, 타인에게 가치 있고 유능하게 보이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이는 자존감과 동기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이지만, 과도할 경우 스트레스나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자칫 과도해지는 내 인정욕구를 나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이 1시간짜리 일을 하면서 당황스러웠던 것은 내가 하지 않아도 될 생각을 하고 과도하게 노력하며, 문자로만 소통하는 스터디카페 사장님에게 괜히 "나는 이렇게 청소를 잘하고 있다"라고 인정받고 싶어서 장황하게 문자를 쓰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나를 발견하고 당황스러웠던 적이 있다.
다행히 지금은 필요한 말만 간단히 전할 수 있게 됐고, 청소도 몸에 익어 1시간 안에 능숙하게 마칠 수 있게 되었다.
청소를 하는 동안에는 잡념 없이 오디오북에 귀를 기울이며 공부하듯 내용을 듣고, 마친 뒤에는 가볍게 동네 산을 오르고 이른 아침 문을 여는 커피집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며 일을 정리하는 여유로운 루틴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긴 나만의 아침 시간을 보내고도 집에 돌아가면 가족과 함께 아침을 먹을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는 생각을 한다. 이런 특별한 주말 덕분에 시간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고무줄처럼 길게도 쓸 수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내가 언제까지 이 아르바이트를 계속하게 될지 모르지만, 이렇게 직접 경험한 이 기억은 분명 내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