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중요한 자격시험을 준비하던 어느 날
지역 커뮤니티 카페에서 구인 글 하나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바로, 내가 매일 공부하고 있었던 스터디 카페였다.
퇴근하고, 거의 매일 2달 동안 새벽까지 공부를 했던 때라
스터디 카페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 꽤 익숙해진 상황이었다.
무인으로 24시간 동안 운영하는 곳임에도 늘 환경이 깔끔해서,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 이렇게 깨끗하게 관리가 되지?"
항상 정돈된 책상, 깨끗한 바닥, 접혀있는 담요.
텅 빈 공간 속에서도 느껴지는 정성.
누군가가 이곳을 돌보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그 누군가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이 공간에 대한 나의 궁금증,
그리고 애정이 묻어 나오는 순간 구인 글을 보게 되어 너무 반가웠다.
이미 구인 공고가 마감이 된 상태였지만,
'이렇게 사람이 이 공간을 돌보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묘한 안도감과 반가움, 호기심(?)이 생겼다.
그래서 나는 문자 한 통을 조심스럽게 남겼다.
'스터디 카페, 너무나 잘 이용하고 있습니다.
관리도 잘 되어 있어서 공부에 집중하기 참 좋은 공간이에요.
혹시 나중에 다시 사람을 구하시게 되면
연락 주실 수 있을까요?
문자를 보내고 나서, 내 적극적인 태도에 순간 웃음이 났다.
'나에게 이런 면이 있구나' 나한테 신선함을 느꼈다.
그런데, 얼마 안 지나, "네, 연락드릴게요"라는 문자를 받았다.
공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던 날, 소소한 재미를 느끼며
그 문자는 그렇게 묻혔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 문자 한 통이 왔다.
혹시 아직도 스터디카페 청소일에 관심이 있는지 묻는 문자였다.
고민할 것도 없이 "네, 하겠습니다!"라고 답문을 보냈고,
그렇게 나는 지금, 4주 하고 1일째, 이 일을 하고 있다.
아침 5시부터 8시 사이, 내가 가능한 시간에
스터디카페로 가서 1시간 동안 청소를 하고 돌아오는 일.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
이미 익숙한 공간,
하지만 이제는 전혀 다른 시선으로 마주하게 되는 시간이다
처음엔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실제로 청소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이었으니까.
그런데 막상 해보니,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낯설고 서툴게 느껴졌다.
예를 들어, 재활용 분리수거.
제일 어렵게 느껴졌다.
집에서는 남편이 늘 조용히 알아서 해주던 일이었기에,
내가 얼마나 모르고 있었는지를 그제야 깨달았다.
고마웠다.
무심히 지나쳤던 손길들이 지금 와서 새삼 따뜻하게 다가왔다.
사실 이 일을 시작한 건
얼마 안 되지만, 소소한 수입을 위한 일이 아니었다.
요즘 나는 집안일을 마치고 다시 책상에 앉아 일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잠드는 시간이 늦어졌다.
일찍 눈을 떠도
“수면의 질을 위해 조금 더 자야지” 하는 마음에
결국 아침 일정에 딱 맞춰 겨우 일어나게 된다.
그렇게 아침 시간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채,
피로만 쌓여가는 비효율적인 루틴 속에 살고 있었다.
하루를 규칙적으로 시작하고 싶었다.
일찍 일어나고, 정신을 맑게 깨우고,
너무 늦지 않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었다.
...
[다시 이어서 쓸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