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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현희 Feb 15. 2020

나의 불행은 누군가의 행복

나의 행복은 누군가의 불행

내가 회사를 휴직한다고 했을 때 가족들은 모두 반대했다. 물론 지금도 꾸준히 반대를 하고 있다.


엄청난 설득 끝에 두 손 두 발 다 든 나의 부모님.

시원하게 욕 한 바가지 부어준 언니.

그리고 며칠 동안 말이 없어진 남편.


아무도 내 편이 없다는 사실에 내 인생이 무척이나 슬프게 느껴졌다. 지금껏 일만 해온 나한테 어찌 다들 일 년이라는 길고도 짧은 시간을 납득하지 않는 건지. 이유가 뭘까? 돈? 시간? 하나같이 얘기하는 이유 중 하나는 "너는 결혼을 한 여자잖아."라고 했다. 물론 나도 내가 결혼한 사실을 모르고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결혼한 여자는 휴직을 하면 안 된다는 법이 없지 않나? 결혼한 여자는 언제까지나 남편 내조하고 가정에 충실해야 된다는 법이 세상 어디에 나와있는 법인지 의문이 들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은 회사에 들어가고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그렇게 누가 정해준 삶처럼 바람직하게 살아간다.


결혼한 여편네는 왜 하면 안 되지?


'결혼하기 전에 했어야지'라고 말하는 가족들. 결혼 전에 내가 휴직한다고 했으면 과연 그때는 반대를 안 했을까? 아니다. 사람은 다 똑같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고 30년째 가족을 위해 일해온 아버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가정이 있으면 자연스레 책임감이 생긴다. 하지만 그건 아버지 시대이고 지금은 나의 시대이다. 부모님이 자라온 환경대로 맞춰서 따라갈 수 없는 노릇이었다. 휴직을 하기로 결심하고 가족 중 제일 가까운 사람인 언니한테 먼저 이야기를 했다. 언니라면 분명 나를 잘 이해해주고 따라줄 줄 알았는데 결과론적으로는 아니었다. 가족 모두 나에게 그놈의 일이나 계속하라는 것이다.


크나 큰 충격이었다. 결코 작지 않았다.


나의 어렸을 때부터 꿈이 과연 안정적인 회사원이었나 싶기도 하고 이러려고 이제껏 열심히 살았나 회의감이 들었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조차 나를 이해 못 해준다고 하니 이제서는 나 혼자 헤쳐나가고 싸워나가야만 했다. 그래서 엄마랑 울면서 통화도 참 많이 했다. 서로 자기 의견을 안 굽힌 채 한 바탕 소리 지르면서 통화는 끝났고 그 당시 집안 분위기는 폭발 전이었다고 한다. 엄마는 내가 휴직하고 런던을 가면 시댁이랑 사위 얼굴을 어떻게 보냐는 것이었다. 이래서 안되고 저래서 안 되는 결혼한 여자인 나는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가족은 내가 죽을 때까지 평생을 봐야 할 사람인 거고 내가 잠깐 일 년만 사라지더라도 그들에겐 큰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 지구가 멸망하는 일도 아니지 않나. 내가 나의 시간, 나만을 위해서 오로지 나의 행복을 위해서 찾아 떠나는 여정인데도 다른 누군가의 허락을 받아야만 했다. 참 아이러니한 일.


"엄마, 나 요즘 너무 불행해서 미칠 것 같아. 제발 일 년만 내 시간을 허락해줘. 쉬는 동안 내 행복 찾고 싶어."

"너는 왜 네 행복만 찾아. 너만 행복하면 다인 줄 알아? 그럼 다른 사람들은 어떡하라고. 너 하나만 포기하면 여러 사람이 행복해져. 네가 지금 거기 안 간다 해서 불행한 것도 아니잖아."


내가 지금 불행한데 어떻게 행복한 척 가족 앞에서 생활할 수 있을까. 내가 휴직을 안 하고 런던을 안 가면 지금 가족 모두가 행복할 수 있겠지만 나는 계속 여전히 불행할 거다. 반대로 내가 지금 휴직하고 런던에 가면 그곳에서 새로운 행복을 찾을 수 있고 지금 아주 잠깐 동안은 가족들이 불행할 수는 있다. 하지만 멀리 보면 나 자신이 스스로 행복해야 가정에 더 충실할 수 있고 더 건강한 관계가 유지될 수 있다. 내 행복을 더 구체적으로 정의할 수 있으면 지금 내가 행복한 거고 행복에 대한 정의가 머뭇거려진다면 아직 못 찾은 거 아닌가. 지난날을 항상 후회하며 살아왔고 이제는 더 이상 후회하는 삶이 아닌 행복한 삶이 살고 싶었다.


그렇게 몇 주간의 전쟁이 끝난 채 비로소 가족의 설득을 얻을 수 있었다.

쉬운 일이 하나 없는 나만의 '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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