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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현희 Feb 16. 2020

행복이랑 비례하는 것

돈 사랑 가족 여행

영화 '꾸빼씨의 행복여행' 평생 남을 위해 일만 해온 정신과 의사 벡터가 하던 일을 접고 일 년 동안 행복을 찾아 떠나는 여행. 여행에서 중국의 큰 자산가를 만나고 아프리카에서 납치되는 등 많은 사건이 있었지만 결국 내가 지금 살아 숨 쉬고 있는 자체만으로도 행복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벡터. 영화 마지막 장면 중 바람이 불면서 빨래 마르는 모습을 보고 좋아하는 승녀. 행복은 그런 것. 별거 아닌 데에서 소소하게 오는 것. 


참 기분 좋은 영화다.


행복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지내던 시절 이 영화를 우연히 티브이 채널을 통해 접했었다. 평점이 꽤나 높았고 기대감을 안은채 영화를 봤는데 영화가 끝날 때까지 120분 동안 이게 무슨 영화인가 싶었다. 굉장히 잔잔하고 소소한 내용의 그런 영화였다. 도대체 왜 평점이 높은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주인공인 벡터와 나의 모습은 굉장히 비슷했다. 내가 휴직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나의 휴직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나타났고 내가 가장 힘들었을 그때 생각난 영화가 이 영화였고 나는 다시금 찾아보게 되었다. 사람은 보이는 대로 보고 믿고 듣는다. 자기가 원하는 방향에서만 바라보고 기억을 왜곡한다. 분명 몇 달 전 이 영화를 봤을 땐 재미없는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내 상황에서 다시 보니 엄청나게 슬픈 영화였다. 


주인공인 벡터가 수년간 많은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정신과 상담을 해준다. 벡터는 원치 않는 워커홀릭이었다. 나름 안정적이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알고 보면 죽어라 일만 했다. 그렇게 10년이 흐르고 한 손님이 벡터에게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그간 많은 상담으로 정신적 고통을 받은 벡터는 큰 고민 끝에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남을 위한 삶이 아닌 진짜 자기 자신의 행복을 찾기 위해서 오롯이 자신만의 위한 여행을 떠났다. 벡터에게는 아내나 다름없는 10년째 동거하는 여자 친구가 있었기에 여행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벡터를 믿고 의지하는 정신과 환자들도 많았기에 그들을 쉽게 버리고 갈 수 없는 일이었다. 나를 믿고 몇 년간 꾸준히 치료를 받아온 환자들을 하루아침에 떠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행복만을 위해 어쩌면 이기적이게 떠났던 벡터. 벡터가 떠난다고 했을 때 주변 지인과 환자들은 모두 당황했다. 지금 당장 내 눈앞에 벡터가 사라진다고 하니 괘씸하기도 하고 왜 자신만 생각하느냐고 벡터에게만 나무라고 했다. 자신들에게 벡터가 소중한 존재이고 필요로 하는 존재인 건 알지만 벡터가 진정으로 행복하고 정신적, 신체적으로 건강해야만 사람과 사람 간의 지속적으로 건강한 관계가 이어질 수 있다. 생각해보면 그들 또한 이기적이다. 


내 삶은 내가 주체가 되어야만 한다. 남을 위한 삶을 살아서는 안된다. 나 자신이 행복해야 행복에 대한 정의를 표현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행복을 나눌 수 있다. 행복을 찾기 위해서는 더 멀리 더 높게 봐야 한다. 앞만 보고 살면 너무 지루하기 때문이다. 한국사회가 그렇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 중 하나도

생각을 잘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방이라도 화가 치밀어 오를 듯하다가도 글밭에 글을 쓰다 보면 다시금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가 있다. 대부분 회사 욕이지만 살면서 내 기록 하나 정도는 남겨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나마 시작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그래서 가끔은 아주 가끔은 진부한 나의 회사에 고맙기도 하다. 어쩌면 행복은 항상 곁에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다만 익숙해져 있다는 사실에 나 자신이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나도 벡터처럼 행복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다녀오면 

그제야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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