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개봉한 『아바타』는 당시의 CG 기술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린 작품으로, 관객에게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세계에 들어가는 것”에 가까운 체험을 제공했다. 그로부터 13년 뒤 등장한 『아바타: 물의 길』은 그러한 기술적 유산을 바다라는 새로운 환경으로 확장하며, 판도라라는 세계가 단지 하나의 정글 행성이 아니라 복합적인 생태계를 지닌 행성임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다시 3년 후, 『아바타: 불과 재』는 시리즈가 구축해 온 감성과 시각적 스케일을 그대로 유지한 채 관객을 또 한 번 압도적인 이미지와 사운드 속으로 끌어들인다. OTT의 일상화로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소비할 수 있는 시대에, 이 작품은 여전히 “왜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가장 설득력 있는 답을 제시한다.
그러나 동시에 이 영화는 또 다른 질문을 피할 수 없다. 『아바타: 불과 재』는 과연 시리즈에 새로운 지평을 여는 속편인가, 아니면 이미 익숙해진 구조를 반복하는 장대한 변주에 불과한가?
아바타 시리즈의 서사는 명확한 단계로 진화해왔다. 1편이 새로운 행성을 개척하려는 인류와 판도라의 토착 종족인 나비족 사이의 충돌을 다뤘다면, 2편은 그 갈등이 개인의 삶으로 내려오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인간이었던 제이크 설리는 나비족의 일원이 되어 가족을 이루고, 더 이상 혁명의 상징이 아니라 아버지로서 아이들을 지키는 존재가 된다. 그와 그의 가족은 RDA의 추적을 피해 바다 부족인 메트카이나로 이동하고, 그곳에서 나비의 몸으로 부활한 쿼리치 대령이 이끄는 인간 세력과 다시 맞닥뜨린다. 『아바타: 물의 길』은 거대한 전쟁의 이야기이자, 동시에 가족을 잃지 않기 위한 도주와 저항의 서사였다.
『아바타: 불과 재』는 이 구조를 거의 그대로 반복한다. 제이크는 여전히 RDA의 추적을 받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도망치며, 결국에는 다시 맞서 싸우기로 결심한다. 영화의 클라이맥스 역시 바다 위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전투로 귀결된다. 이러한 반복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이 시리즈가 아직도 ‘인간 대 판도라’라는 중심 갈등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음을 드러낸다.
이번 편이 새로이 제시하는 요소들은 분명 존재한다. 하늘을 떠도는 상인 집단인 윈드 트레이더스는 판도라가 단절된 부족들의 모음이 아니라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된 세계임을 암시하며, 불과 파괴를 숭배하는 망콴 부족은 “판도라 내부의 어둠”이라는 새로운 갈등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는 시리즈가 처음으로 인간이 아닌 나비족 내부의 도덕적 분열을 다루려는 시도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이 흥미로운 설정들이 이야기의 중심으로 들어오지 못한다는 데 있다. 윈드 트레이더스는 등장하자마자 전투에 휘말려 서사에서 이탈하고, 망콴 부족 역시 독자적인 위협이 되기보다는 쿼리치 대령의 작전을 보조하는 수단으로 축소된다. 판도라 내부의 갈등이라는 잠재력은 끝내 실현되지 못한 채, 영화는 다시 익숙한 구도인 “제이크 설리 대 쿼리치 대령, 가족 대 침략자”로 수렴된다. 그 결과 『아바타: 불과 재』는 세계관의 확장을 어중간하게 펼쳐 보이는 작품이 된다.
이 과정에서 가족 서사 역시 미묘하게 흔들린다. 2편에서 한꺼번에 등장한 제이크의 가족들은 이번 편에서 개별적인 서사의 진전을 맞이하지만, 형을 잃고 그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며 자기혐오에 빠진 로아크가 아버지에게 다시 인정받는 과정과, 인간인 스파이더가 나비족들 사이에서 일원으로 받아들여지는 과정은 자연스러운 성장이라기보다는 이전 영화에서 미처 소화하지 못한 설정을 보충하는 숙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이 영화는 독립된 3편이라기보다, 거대한 2편의 후반부, 말하자면 ‘2.5편’에 가까운 인상을 남긴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실패작인가?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아바타: 불과 재』의 진정한 힘은 여전히 압도적인 시청각적 체험에 있다. 불길과 바다, 하늘, 그리고 그 위를 가로지르는 생명체들의 움직임은 극장에서만 온전히 경험할 수 있는 밀도로 구현된다. 스크린과 스피커를 통해 쏟아지는 이미지와 소리는 관객을 현실에서 분리시키고, 판도라라는 세계 속으로 강제 이주시킨다. 이 영화가 제공하는 쾌감은 서사의 반복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강력하다.
결국 『아바타: 불과 재』는 완성도 높은 이야기라기보다는 강렬한 체험에 가깝다. 시리즈는 이제 기술적으로나 시각적으로 더 이상 증명할 것이 없을 정도의 경지에 도달했지만, 서사적으로는 아직 진정한 진화를 유예하고 있다. 이 영화는 판도라의 세계를 넓히려 시도하지만, 그 세계를 더 깊게 파고들지는 않는다. 『아바타』는 여전히 가장 화려한 블록버스터이지만, 동시에 ‘새로움’의 요소를 점차 잃어가는 프랜차이즈가 되어가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