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 신에서 초인으로, 초인에서 인간으로

by 소나무

1938년에 처음 등장해 슈퍼히어로의 시초이자 상징이 된 슈퍼맨. 이제는 하나의 고유명사처럼 쓰이는 그의 이름은 문자 그대로 초월적 인간, 혹은 초인을 뜻한다. 그렇다면 이 초인은 과연 무엇을 초월한 존재일까?


2013년 개봉작 『맨 오브 스틸』은 슈퍼맨을 "존재론적으로 인간을 초월한 자"로 묘사한다. 압도적인 힘과 고독으로 신격화된 그는 끊임없이 “나는 누구인가”라는 존재의 물음에 시달린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어둡고 묵직한 분위기 속에서, 운명과 책임의 무게를 견디는 ‘강철의 사나이’를 그려낸다.


반면, 2025년작 『슈퍼맨』은 인간을 ‘도덕적으로’ 초월한 존재로 재정의한다. 그는 신이 아닌 이상(ideal)을 구현하는 인간으로 등장하며,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윤리적 질문을 중심에 둔다. 밝고 경쾌한 분위기 속에서 관객은 공감과 선의를 실천하는 슈퍼맨을 마주하게 된다.


그 방향 전환은 영화의 첫 장면부터 분명히 드러난다. 초반, 슈퍼맨은 전투에서 처참하게 패배한 채 퇴각한다. 영화 속에서 그는 여전히 지구 최강의 메타휴먼으로 묘사되지만, 더 이상 ‘절대적인 존재’는 아니다. 이 장면은 슈퍼맨이 절대적 존재로 군림하던 기존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패배와 한계를 지닌 존재로 그려지기 시작했음을 상징한다. 그 결과, 영화는 ‘신의 이야기’가 아닌 ‘영웅의 일상’으로 톤을 재설정한다.


이러한 기조는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이끈다. 메트로폴리스에서 벌어지는 초인적 전투는 이제 재앙이 아니라 일상처럼 그려지고, 시민들은 슈퍼맨의 등장하여 그들을 구해주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더 이상 기원의 신화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도 아래, 영화는 배경 설명 없이 바로 세계관의 중심으로 관객을 안내한다.


서사 자체는 단순하다. 숙적인 렉스 루터가 슈퍼맨을 제거하려 하고, 그에 맞서는 슈퍼맨의 이야기다. 그러나 영화는 이 단순한 줄거리를 토대로 다양한 캐릭터와 화려한 액션을 펼쳐 보인다. 슈퍼맨의 고속 전투 장면뿐 아니라, 저스티스 갱의 그린 랜턴, 미스터 테리픽, 호크걸 등도 각자의 활약을 선보이며, 악역인 울트라맨과 엔지니어 역시 강렬한 존재감을 남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영화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는 다소 흐릿해진다. 『맨 오브 스틸』이 철저히 슈퍼맨 개인의 서사에 집중했다면, 『슈퍼맨』은 DC 유니버스 전체를 소개하는 역할을 겸한다. 이로 인해 슈퍼맨의 서사적 중심성은 상대적으로 약해지고, 기존 팬들에겐 다소 아쉬움으로 남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선택은 동시에, 슈퍼맨이라는 존재가 세계관 내에서 지나치게 신격화되며 발생했던 불균형을 해소하는 방식으로 기능한다.


결국 『슈퍼맨』(2025)은 슈퍼히어로 장르가 정체된 현시점에, “왜 우리가 히어로 영화를 보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에 답하려 한다. 복잡한 철학 대신 직관적인 유쾌함과 볼거리, 그리고 균형 잡힌 캐릭터의 배치를 통해, 슈퍼맨을 다시 '우리 곁의 영웅'으로 자리매김시키는 데 성공한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절대적인 신이 아니다. 넘어지고, 실수하며, 다시 일어서는 인간적인 존재다. 그리고 바로 그 모습 속에서, 슈퍼맨은 다시금 새로운 이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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