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 영화는 흔히 '재미'를 직관적으로 우선시한다.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어 화려한 비주얼과 호화 캐스팅으로 관객을 사로잡는 작품들이 대부분 그렇다. 2010년대 이후 히어로 영화가 상업 영화의 중심축을 차지해 온 가운데, 2022년 박스오피스를 휩쓴 작품은 다름 아닌 『탑건: 매버릭』이었다. 그 연출을 맡았던 조셉 코신스키 감독은 이번에는 F1을 소재로 다시 극장가에 복귀했다. 『F1』은 말 그대로, 순수한 '재미'를 핵심 가치로 내세우는 영화다.
이야기는 한때 은퇴했던 베테랑 레이서 소니 헤이즈와, 떠오르는 신예 조슈아 피어스가 리그 최하위 팀 에이펙스 GP에서 정상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을 따라간다. 제목 그대로, 영화는 F1이라는 모터스포츠를 직접적으로 다루며, 상당한 러닝타임을 레이스 장면에 할애한다. 실제 F2 차량을 개조해 배우들이 직접 운전하며 촬영한 실물 기반 액션은 F1 특유의 속도감과 긴장감을 극대화해 낸다. 홍보 영상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F1의 박진감을 시네마 환경에 효과적으로 녹여낸다.
연출 전반은 F1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는 관객들도 쉽게 따라올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드라이버뿐만 아니라 레이스 밖에서 차량을 설계하고 정비하는 팀, 전략을 짜는 데이터 분석가들까지 고루 조명하며, F1이라는 장르의 매력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경기 중에도 해설을 통해 규칙이나 상황을 친절히 설명하며, 기존 팬들뿐 아니라 입문자도 부담 없이 몰입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또한 실제 F1 인물들이 카메오로 등장하거나 언급되며, 픽션과 현실의 경계를 설득력 있게 넘나 든다.
레이스가 이야기의 주축을 이루지만, 인물 간의 관계 또한 서사에 감정적 깊이를 더한다. 비극적인 사고로 경력을 접었던 소니 헤이즈, 재능은 있지만 성적이 부진한 신예 피어스, 그리고 기술력과 자본 모두 부족한 에이펙스 GP 팀은 처음부터 불리한 조건을 안고 있다. 그들은 최고의 머신 대신 빈틈 많은 전략과 간신히 유지되는 팀워크로 승부해야 하며, 때로는 규칙의 경계를 넘나드는 선택을 통해 위기를 타개한다.
중반부 전개에서는 반복되는 사고 장면이 주요한 서사 장치로 작용한다. 경기 지연을 위한 고의적 충돌, 팀 내 갈등에서 비롯된 접촉, 예기치 못한 변수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며, 본격적인 결승 전까지는 완주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 계속된다. 이러한 전개는 중반부에 다소 단조롭게 느껴질 수 있으나, 이는 마지막 아부다비 그랑프리를 위한 긴 호흡의 빌드업으로 기능한다.
클라이맥스인 결승전에서 주인공은 마침내 완주의 감동을 이끌어낸다. 소니 헤이즈와 조슈아 피어스는 팀의 재정적,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며 치열한 접전을 펼치고 우승을 차지한다. 마지막 순간, 두 사람이 서로에게 우승을 양보하려는 장면은 이 영화가 궁극적으로 그리고자 하는 ‘인간적인 가치’를 부각하며, 레이스의 승리를 한 개인의 영광이 아닌 팀 전체의 성취로 승화시킨다.
『F1』은 모터스포츠 오락물의 틀을 넘어 그 이상을 지향한다. 고도로 연출된 레이스 장면과 정교한 서사 구조, 그리고 인간적인 이야기까지 조화를 이루며 관객에게 몰입감과 여운을 동시에 안긴다. 무엇보다도 왜 우리가 극장을 찾는지를 다시 떠올리게 만드는 작품이다. 빠르고 짜릿하며 때로는 뭉클한, 오락성과 완성도를 고루 갖춘 상업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