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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좋은사업가 Feb 27. 2020

한 번 받은 마음의 상처는 돌이키기 어렵다

쿠쿠다스 멘탈이면 어떠한가. 세상은 넓고 좋은 사람들은 많다.

가장 배려 없는 말 : 나는 솔직해, 대신 뒤끝이 없어


당신은 공격하고 있는가, 공격당하고 있는가. 누군가를 배려하지 않고 화가 나서 하고 싶은 말을 막 뱉은 적이 있는가, 아니면 누가 나한테 홧김에 막말을 한 적이 있는가. 이 두 경우다 겪지 않는 것이 좋지만, 살다 보면 피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자기가 편한 대로 행동하고 막말하는 사람들은 상대가 자기를 반격할 만한 힘이 없다고 생각하는 ‘관계적 우위’에 서있는 사람들이 보통이다. 동등한 위치라고 하더라도 그런 행동을 하면서 정당화를 한다. 그들은 쿨하고 시원하게 말하는 대신에 본인들을 뒤끝이 없는 사람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걸 당하는 사람은 이미 마음에 상처를 받는다. 충분히 순화된 언어로 성숙하게 표현할 수 있지만, 그런 복잡한 프로세스를 겪지 않고 제멋대로 내뱉는다. 나쁜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옆에 있으면 정말 괴롭다. 학교나 회사면 졸업하거나 이직하면 되지만, 그게 가족이면 평생 트라우마로 남기도 한다. 사람 간에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는데 천지 분간을 하지 못해 마음대로 말한다. 그리고 상대가 상처를 받던 아파하던 상관하지 않는다.


성장 과정에서 부모가 아이를 그렇게 대하면, 아이는 마음의 상처를 회피하려하다가 사람을 믿지 못하거나, 공감 능력이 부족한 아이로 성장하기도 한다.





말로 받은 상처는 정신적 학대이다.



가족 같이 인생에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말로 상처를 받게 되면, 더 오랫동안 마음속에 담아두게 된다. 내가 그런 욕을 들을 정도의 사람이 아닌 건 알지만, 서운함과 과거의 서운했던 기억, 어린 시절 저 끝에서 상처 받았던 상황들까지 여러 감정들이 중첩된다. 내 인생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사람들로부터 받은 상처이기 때문이다.


세월이 지나 잊은 줄 알았지만, 그런 상황이 재연되거나 비슷한 경우를 맞이하게 되면, 과거 일까지 영화처럼 떠오르게 된다. 10년도 더 된 일이 왜 기억이 나는 걸까. 내가 속이 좁은 걸까. 아니면 다들 이렇게 사는 걸까. 결국 상처는 치료되지 않았던 거고, 깊숙한 곳에 숨어 있었던 것이다.


그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해본다. ‘분노했을 때 침묵하기.’ 화는 나지만, 상대에게 반격하지 않고 침묵하면서 상황을 종료시키고 빠르게 잃어버리는 훈련을 해본다. 하지만 속은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지워지지 않는 격한 감정에 쓰는 에너지와 감정 소비는 어마어마하다.





감정 소모는 집 밖에서도 일어난다.



회사에서 험담을 밥 먹듯 하는 동료가 있었다. 그 사람의 옷이 어떤지, 말투가 어떤지, 무슨 사건이 있었는지 타 부서에 있었던 일까지 알아와서 퍼뜨리고 다닌다. 초반에 공공의 적이 생겨 시작된 험담들이 모든 사람들의 험담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나도 험담 창립 멤버로 할 말은 없다.


처음에는 맞장구를 쳤다. 그다음에는 사소한 것 까지 습관처럼 험담을 한다. 어느 순간 같이 물들고 있다. 타깃을 바꿔가며 공공의 적을 만들고 뒷담화 하기. 관계의 끈끈함 단체 채팅방은 그런 불편한 내용들로 꽉 찼다.

그런 유형의 사람들은 기가 막히게 자기 사람들을 챙긴다. 적과 내편을 가르는 작업이다. 그 굴레에 벗어날 수 없어 한동안 마음에도 없는 동조를 하다, 어느 순간 내가 그 관계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생각 나는 대로 말 뱉기, 욕하기, 상대의 비밀 퍼뜨리기… 하지만 그렇게 험담 도마 위에 올라선 사람들이랑 아무렇지도 않게 잘 지낸다. 겉으로 보기에는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는 쿨 한 이미지에 인간관계도 좋아 보이는 캐릭터다. 기분에 따라 내 비밀도 퍼트리고, 말도 막한다.


나는 이 깃털처럼 가볍고, 속이 시커먼 여자와 멀어지기를 결단했다. 100% 뒤에서 내 험담을 하고 다니겠지만, 더 이상 배려 없는 말들 속에 노출시키기 싫어졌다. 눈치가 빠른 그녀는 알아챘고, 차가운 행동들이 조금 서운했지만 잘 결정한 것 같고 시간이 갈수록 속은 너무 편했다.






예외 없이 멀리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유익하다.


사람들과 관계를 하다 보면, 이런 악연들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온다. 그래도 최소한의 건조한 관계만 이어가다가 멀리하는 것이 최상인 것 같다. 가족은 예외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무리 가까운 촌수의 가족이 더라도 나와 맞지 않을 수 있고, 부끄러운 인격체 일 수 있다. 정신적으로 내 자신을 그만 학대하고 멀리하는 것이 좋다. 상처는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깊숙하게 숨겨져 있으므로, 그 상황이 되면 다시 깊은 곳에서 기억이 올라온다. 그래서 상처는 받지 않고 경험하지 않는 게 제일 좋다.


더 이상 ‘듣고 흘려라. 참을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지 못하겠다.


쿠쿠다스 멘탈이면 어떠한가. 세상은 넓고 좋은 사람들은 많다. 상처 받지 않고 내 마음 편한 게 제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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