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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좋은사업가 Apr 12. 2020

코로나 19, 아이가 태어나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우리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시간

코로나 확진자가 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외국보다 사망률은 적지만, 여전히 집 밖에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모임도 가질 수 없다. 끝날 줄 모르는 상황에 주가도 떨어지고 매출도 하락하고... 우리 모두를 우울하게 하고 있다. 해외여행은 물론 회사까지 재택근무로 바뀌면서 활동 범위는 좁혀지고 있다. 길거리에는 사람이 없고, 생필품들은 마트 대신 온라인으로 구매하게 된다.



조리원은 코로나 확진 병원 건너편


3월 초 코로나 19로 개학까지 미뤄졌다. 만삭이었던 나는 이즈음 아이를 낳았다. 산부인과에 아이를 낳는 것도, 조리원을 가는 것도 너무 조심스러웠다. 아이를 낳고 입원해있는 동안 아이를 방으로 데리고 올 수 없었다. 코로나 때문에... 퇴원할 때까지 하루에 딱 두 번 아이를 유리창 너머로 1분 정도 볼 수 있었다. 매일 태명을 불러보며 이산가족처럼 쳐다만 보다가 병실로 돌아갔다. 갓난아이를 안아주지 못해 미안했다. 시부모님들과 친정 부모님 면회도 금지였다.

조리원으로 옮긴 날 건너편 대형 병원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고, 뉴스가 뜬 다음날 그 병원은 폐쇄되었다. 조리원은 비상 상황이 되었고, 남편 면회도 제한적으로 진행되었다. 부모님은 물론 외부인 출입 금지에 산모인 나도 외출이 금지되었다. 면역력이 약한 신생아가 있었기에 가족 외에 아무도 마주칠 수 없게 격리되었다. 의도치 않게 조리원에 있는 동안 나와 아이, 남편 셋이서만 시간을 보냈다.



산후 도우미 안됨, 산후 관리 안됨, 사람들 안됨


조리원이 끝나고 집에서 당분간 산후 도우미를 쓰기로 계획이 되어있었으나 외부인을 들일 수가 없었다. 내가 있는 지역 일대는 확진자가 많았고, 면역력이 약한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해가 될까 봐 굉장히 조심스러웠다. 어쩔 수 없이 나는 엄마를 불렀고, 재택근무하는 남편의 도움도 받았다. 몸이 다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처음 해보는 육아가 많이 힘겨웠지만, 아이와 가족과의 시간은 많아졌다. 엄마와 눈 맞춤하는 순간, 소리를 내기 시작한 순간, 좋고 싫은 감정 표현을 하는 순간들을 같이 맞이하면서 남편도 나도 아이의 엄마, 아빠가 되어가고 있었다.


코로나 19로 산후 마사지나 필라테스를 할 계획도 무산되었다. 지금 우선순위는 아이와 가족의 건강이다. 나는 마스크를 쓰고 자연을 풍경삼아 걷기, 유튜브 홈트레이닝으로 산후 관리를 대체했다. 벚꽃과 개나리는 실컷 볼 수 있었다.



코로나 19로 인해 만들어진 ‘사회적 거리 두기’는 사람과 어울려 사는 사회에 익숙한 우리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상황이다. 코로나 19와 같은 비극이 다시 오지 않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미 마주한 시점에서 가만히만 있지 말고 그동안 바빠서 보내지 못했던 가족과 내 자신과의 시간을 갖는 것도 좋다. 밖에서 회사 사람들과 사회생활 하느라 친구들을 배려하느라 정작 가까운 남편은 챙기지 못했던 것 같다. 당연히 항상 그 자리에 있었기에 그 소중함을 몰랐던 것이다. 아이는 성장한다. 아이의 성장을 충분히 바라보고 감정을 공유하는 것도 중요한데... 그 소중한 순간들을 놓치지 않았다. 임신기간에 돈 버느라, 일하느라 태교도 잘 못해줬다. 코로나 19로 가족과의 시간이 늘어나면서 나는 가장 가까운 사이를 가까이하고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생각 정리도 많이 했다.

바쁘게만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남편이 서운해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 아이는 하루하루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엄마가 될 것인지... 어떻게 경제적으로 독립을 할 것인지....



그렇게 스트레스 받으며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떠올리며, 나는 왜 그렇게 여유 없이 그 상황에 매몰되서 바라봤을까 반성했다. 목표만을 위해 사람들이 떠나가는 줄 모르고 달렸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무엇이 중요한지 왜 우선순위를 갖지 못했을까 한걸음 뒤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 소중하고 멀리서 바라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에 너무 집착하면서 살아 왔던 것 같다.


오늘도 집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면서 좀 더 성숙하고 행복하게 사는 길을 찾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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