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스트레스도 필요하다.
학창 시절 체육 시간은 제게 늘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체육시간에 하는 웬만한 활동들을 즐겼습니다. 달리기가 빠르지 않더라도 그 달리기 측정하는 날이면 0.1초라도 줄이기 위해 노력하였고 뜀틀을 넘는 것이 어색하지만 도움닫기를 향해 힘차게 달렸습니다. 그러다 마지막 10분 자유 시간이라도 주어지면 친구들과 모여 열심히 공을 찼습니다. 늘 즐겁던 체육시간에 어려움을 느낀 것은 3학년쯤 되었을 때였습니다. 보통 줄넘기도 아니고 2단 줄넘기를 한다고 합니다. 분명 줄넘기를 많이 하면 키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들었지만 줄넘기는 제게 심리적으로 먼 상대입니다. 우선 2단 뛰기는 해 본 적도 없으며 줄넘기 1단 뛰기 자체도 난관이었습니다. 줄넘기의 핵심은 머리 뒤에서 넘어오는 줄을 타이밍 맞춰 넘어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제때 뛰어넘는 것에 하나만 집중을 하다 보니 동작 연계가 전혀 안되었습니다. 그래서 하나 뛰고 다시 하나 뛰었습니다. 한두 번의 실패 끝에 드디어 두 개를 하게 되었습니다 와 같은 동화가 아닙니다. 정말 한 번에 두 개가 왜 안되는지 납득이 되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연습했습니다. 주변에 딱 봐도 몸이 가벼워 보이는 친구들이 어렵지 않게 연속하여 줄넘기를 하는 모습을 보며 좀 유달리 무거운 나의 탓인가 속상한 적도 있습니다. 속상하다고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나름의 스트레스를 받아 가며 연속으로 뛰는 날을 향해 나아갔고 마침내 한 번에 하나 뛸 수 있던 줄넘기는 한 번에 두 개를 뛰는 것이 아니라 한 번에 열댓 개는 넘을 수 있는 실력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2단 뛰기입니다. 단순히 생각해 봤습니다. 두 배 높게 뛰거나 두 배 빨리 돌려야 합니다. 하지만 이 두 가지를 절묘하게 조합하여 조금만 더 높게 뛰며 조금만 더 빠르게 줄을 돌리면 어떨지 생각합니다. 이것이 가능하다면 승산이 있을 것 같습니다. 무려 줄넘기 1단을 할 줄 아는 초등학생이니까요. 조금 더 높게 뛰며 빠르게 팔을 휘젓습니다. 1단 뛰기를 할 줄 아는 초등학생의 산술평균 방식의 2단 뛰기 해석은 보기 좋게 빗나갑니다. 당연히 하나는 할 줄 알았는데 줄은 제 발 앞에 있습니다. 처음이라 낯설어서 실패한 것일 수도 있으니 다시 한번 도전합니다. 이번에는 조금 더 높이 뛰고 조금 더 빨리 팔을 휘젓습니다. 역시나 줄은 제 발 앞에 있습니다. 처음 1단 뛰기를 할 때는 그래도 한 번은 줄이 발 뒤에 있었고 당시의 문제는 연계가 쉽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2단 뛰기는 하나조차 쉬이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황스럽습니다. 어째서 나의 산술평균이 만들어준 시나리오는 실패하는 것인지 용납이 안됩니다. 그리하여 동네 형에게 물어봅니다. 제 누나와 나이가 같은 이 형은 무려 태권도 검은띠입니다. 형은 제게 팔로 줄을 돌리지 말고 손목을 이용하여 줄을 돌려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그리고 점프와 관련하여서도 점프의 높이 혹은 다리를 들어 올리는 정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오히려 연속 동작을 위해 현재 제가 점프하는 것보다 낮게 점프를 해야 하며 착지 시 지면에는 발 앞꿈치로만 닿아야 한다고 알려줍니다.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말일까요? 팔이 아닌 손목으로 줄넘기를 돌린다는 게 말이 되는가 싶었습니다. 손목은 결국 팔과 연결되어 있는데 어떻게 팔을 돌리지 않고서 손목을 돌릴 수 있다는 말입니까? 또 더 높이 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착지하는 방법이 중요하다는 말도 너무 의아했습니다. 높이가 왜 상관이 없을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저의 치밀한 계산 방식을 벗어나는 방식인 점에서 납득이 잘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이 형은 본인이 태권도장 내에서도 2단 뛰기를 많이 하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렇기에 그의 말을 믿어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우선 하나씩 차분히 진행합니다. 하나를 성공해야 합니다. 무작정 높게 뛰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높이를 뛰며 앞꿈치로 착지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 정도는 그래도 할 수 있지만 손목 스냅을 이용하여 줄넘기를 돌리기까지는 정말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아무리 손목만을 이용하려고 하여도 팔이 손목과 연결되어 있는데 어떻게 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리하여 팔만 따로 연습했습니다. 점프는 점프대로 뛰면서 줄을 넘는 것이 아니라 한 손으로 줄넘기를 잡고 손목으로 돌리는 것을 연습합니다. 연결 동작이 잘되지 않을 때는 동작을 세세하게 나누어 해결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느낌이 잘 오지는 않지만 팔만 힘차게 돌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은 조금씩 느껴집니다. 정말 2단 뛰기 하나를 하기까지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하나를 넘는 순간 정말 신기하게도 한 개만 딱 넘은 것이 아니라 두세 개를 한 번에 넘었습니다. 너무 기쁘고 당황스러우면 웃음이 나와버리나 봅니다. 그동안 정말 하나 넘기가 힘들었기에 이 성공이 웃음 짓게 한 것입니다. 게다가 하나를 정석으로 할 수 있게 되는 순간 계단식 성장처럼 두세 개를 성공합니다. 혹시나 행운의 결과일까 봐 걱정하며 다시 한번 뛰어봤지만 이제는 정말 2단 뛰기를 할 수 있는 초등학생이 되었습니다. 하나도 제대로 뛰지 못하여 스트레스받고 속상했던 과거는 이제 작별입니다. 얼마나 기뻤으면 어머니께 달려가 자랑도 하였습니다. 이제는 2단 뛰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고. 그리고 얼마 전 줄넘기를 해봤습니다. 이제는 2단 뛰기를 한 번에 100개도 할 수 있는 성인이 되었습니다.
최근 유행하는 밈이 있습니다. 전 UFC 선수였던 김동현 선수가 운동하는 후배들을 코치하며 하는 말입니다. “ㅇㅇ이 스트레스 많이 받는다. 그래도 이런 스트레스도 필요하다. 오늘 운동 많이 된다.” 저도 그 영상들을 다 본 것은 아니지만 짧게나마 본 영상에서 주로 후배들이 보다 강한 상대와 스파링을 할 때 힘들고 지치는 상황에서 힘을 주고자 하는 말들입니다.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유명해졌습니다. 비록 지금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상황이지만 운동선수에게 스트레스란 성장을 위한 밑거름이며 결국 그 스트레스가 나를 더 강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는 의미가 담긴 메시지입니다. 과거 한국 프로야구 최초의 외인 감독이었던 전 롯데 자이언츠의 감독 제리 로이스터 감독의 슬로건으로 유명한 ‘No Pain, No Gain’ (고통 없이는 얻는 것도 없다.)와 일맥상통하는 말입니다. 근육의 성장도 근육에 난 상처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이루어집니다. 결국 어려움을 헤쳐 나가야만 성장하는 것이 여러 분야에 적용되나 봅니다.
이 말들이 꼭 스포츠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모두가 경험해 보셨을 것입니다. 공부, 악기 그리고 어쩌면 회사에서의 업무에서도 성장이 더뎌 고통의 시간을 보내다 언젠가 괄목할 만한 성장을 경험하셨을 것입니다. 다만 그 성장을 위해 스트레스를 받을 때 지치고 힘들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힘들지 않았다면 두 가지 이유 중 하나였을 테지요. 그렇게 어렵지 않아 누구나 쉽게 얻을 수 있었거나 그 분야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셨거나. 저의 경우 그 어떤 분야에서도 대단한 천재성을 가진 비범한 자는 아닙니다. 스스로를 믿지 못하거나 자신감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스스로를 잘 알아야 하는 때이기에 알고 있습니다. 천재적인 재능을 나타내는 분야는 없지만 감사하게도 노력의 가치를 줄넘기를 하며, 수영을 배우며, 공부를 하며 조금이나마 배웠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스트레스 많~이 받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고 합니다. 오랜 기간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누적되어 언젠가 몸에 이상 증후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하지만 성장을 위한 스트레스는 누적되어 조금 더 빛나는 내가 될 수 있게 해 줄 거라 믿습니다. 밥벌이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래도 오늘 하루 잘 마무리하고 퇴근길에 올라 스스로에게 말해줍니다. “오늘 나 스트레스 많이 받는다. 그런데 이런 스트레스도 필요하다. 성장 많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