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즐기는 취미 중 하나가 영화감상이다. 영화관에 가는 것만으로도 기분전환이 되는 기분이랄까. 영화관이 가까운 곳에 살 때는 주말마다 조조 영화를 보고 하루를 길게 시작하는 게 참 행복했다.
영화관에서 입장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다른 영화의 팸플릿을 하나씩 훑어보는 것도 재미있고, 상영관에서 영화 시작 전에 나오는 예고편을 보는 것도 좋아한다.
장르를 특별히 가리지는 않지만, 공포나 스릴러 영화는 좋아하지 않는다. 깜짝 놀라기도 잘하고 과도하게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라 영화를 보고 나면 온몸이 지끈거릴 정도라서 꼭 봐야 할 정도로 입소문이 난 영화가 아니면 피하게 된다.
그 외에는 코미디, 멜로, 드라마, 액션, SF, 애니메이션 등등 골고루 보는 것을 좋아하지만 사실 제일 좋아하는 장르는 코미디다.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영화도 좋지만 내가 영화를 즐기는 첫 번째 목적은 즐거움이다.
언젠가 좋아하는 배우가 출연한 코미디 영화가 개봉했다. 점심을 먹고 직장 동료와 얘기를 나누다가 퇴근 후에 그 영화를 보러 간다고 말하자 그런 영화를 돈 주고 보는 사람이 있냐며 비웃었다. 나는 당황스러워서 발끈했지만 그 동료는 놀림거리가 생겨 신이 났는지 다른 동료들에게도 내가 그 영화를 보러 간다고 떠들었다.
그 동료는 이전에 독립영화에 대해 몇 번 언급한 적이 있어서 나와는 영화를 보는 취향이 다르다는 것을 일찌감치 알고는 있었지만, 내가 선택한 영화에 대해 조롱하는 태도에 기분이 상했다. 그 비웃음의 저변에는 나의 취향보다 자신의 취향이 더 훌륭하다는 우월주의가 깔려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후로도 몇 번이고 재미있다는 듯이 그 일을 언급하는 동료를 보면서 누군가에게 비웃음을 당할 정도로 내 취향에 문제가 있나 생각해 보게 되었다.
중학교 1학년 때 특별활동으로 영화감상부에 들었을 때 영화관에 처음 가보았다. 그전에는 TV에서 보여주는 명절 특선이나 비디오 대여점에서 한 편, 두 편 빌려보는 것이 전부였다. 띄엄띄엄 보던 영화를 즐겨보게 된 것은 역시 스물네 살 무렵이었다. 목적 없는 하루를 때우기 위해 했던 두 가지 방법이 독서와 영화감상이었다.
한때는 죽기 전에 꼭 봐야 한다는 영화도 찾아보고 케이블 무료 영화 채널이나 월정액 영화 사이트에서 마구잡이로 골라보기도 했다. 많이 보다 보니 슬슬 비슷한 플롯이나 캐릭터는 식상하기도 하고 아쉬운 점들이 눈에 띄어서 영화를 보는 즐거움이 반감되기도 했다. 보다가 중간에 꺼버린 영화도 있고 시간 낭비했다 싶은 영화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그런대로 즐거웠다. 관객들의 외면을 받은 작품이라고 하더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보고 나면 보지 않고 타인의 의견으로 지레짐작해서 판단해버리기보다는 최소한 내 경험으로 느끼고 말할 수는 있었다.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는 코미디 영화나 유명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는 영화도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읽어보면 의견이 제각각이다. 같은 영화가 누군가에게는 인생영화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실망스러운 영화가 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영화를 받아들이는 시선은 각자의 경험과 생각에 따라 달라지는 개인의 취향이고 의견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과연 기준도 정답도 없는 취향에 등급을 매길 수 있는 것일까? 동의하지는 않지만, 등급을 매길 수 있다 하더라도 각자의 취향은 취향 그대로 존중되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나니 더는 그때 그 동료의 행동이 나에게 상처가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