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온전한 다짐을 찾아서 올곧게 돋을새김
올해 3학년이 된 아들이 학교에서 생존 수영을 배운다고 했다. 수영을 배워 본 적이 없는 아들은 깊은 물이 무섭다고 겁을 냈지만, 생존 수영을 반드시 배워야 할 이유를 작년 여름에 뼈저리게 체감하더니 군소리 없이 스스로 수영복을 챙겼다.
"엄마! 나 생존 수영 잘 배울 수 있겠지?"
"그럼! 엄마도 곧 수영을 배우러 갈 거야. 알지? 우리 각자 생존이다!"
우리 모자는 비장한 다짐을 나눴다. 생존, 구조되기 전까지 살아내기 위해 최소한으로 스스로를 지키는 것! 생존을 위한 오늘의 우리 다짐을 마음에, 글에 새겨본다.
여름이면 내가 살고 있는 포항 바닷가 어디든 우리 가족의 피서지가 된다. 작년 여름 주말에 돗자리, 파라솔, 컵라면, 보온 물통 등을 가볍게 챙겨 집에서 멀지 않은 바닷가로 향했다. 나는 튜브 구멍에 엉덩이를 끼우고 두 다리를 튜브에 올려 파란 하늘을 향해 얼굴을 젖히고 따가운 여름볕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남편이 내 튜브에서 손을 잠시 뗀 사이, 호기심 많은 아들 녀석이 내 튜브를 바닷가 쪽으로 밀기 전까지 나의 동해 바다는 평온했다. 곧 내가 탄 튜브는 파도에 밀려 점점 깊은 바다 저멀리 흘러가 버렸다. 나는 수영을 할 줄 모르기에, 겁에 잔뜩 질려 멀어져 가는 남편을 애타게 불렀다. 내 다급한 눈길과 외침은 차차 분노로 바뀌어갔다.
남편은 결혼 전, 밤하늘의 별도, 달도 따주겠노라, 불구덩이 일지라도 따라 들어가서 나를 건져주리라 맹세했던 남자였건만, 불구덩이 대신 물구덩이에서도 건져줄 수 있냐고 그때 물어봤어야 했는데...... 아차차, 그는 물에 빠진 나를 절대 구할 수 없는 수영을 잘 못하는 육지 태생 남자였다.
"여보! 나 어떡해? 어떻게 좀 해봐! " 그런 나를 보고 아들은 남편 옆에서 울고 있었다. 자기 장난 때문에 엄마가 좌초되어 저 바다 멀리로 떠나는 줄 알았다나. 남편은 속은 타지만 차분한 목소리로 튜브를 타고 있는데 무슨 걱정이냐, 저기 안전요원도 있다, 손을 이리이리 저어 앞으로 나오라는 같은 이야기만 하고 있었다.
나는 정신이 혼미하여 손을 젓는 방향을 앞으로 해야 하는지, 뒤로 해야 하는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내 손버둥으로 튜브배는 노란 안전선 가까이로 떠내려갈 뿐이었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흥분을 가라앉히고 심호흡을 하면서, 가족 가까이까지만 가자하고 손으로 물살을 가르며 튜브배를 앞으로 움직였다. 힘 빠진 내 손을 남편이 당겨 내 발이 닿는 곳으로 끌고 갔다. 눈물 나는 가족 상봉의 순간이었다.
그날 저녁, 남편은 물에 빠졌을 때 필요한 생존 요령이라며 유튜브 영상을 하나 틀었다. 아! 사랑하는 이를 위해 불 속은 뛰어들 수 있어도, 물속에 뛰어드는 것은 무모한 일이지. 물속에서는 진짜 각자도생이구나! 생존법을 배워야만 한다!
[삶도 물속, 바다]
평온할 때는 얕은 바닷가에 발을 디디고 선 것처럼 잔파도에 살짝 흔들리지만, 거센 파도가 휘몰아쳐오면 일상 그곳은 발이 닿지 않는 깊은 바다가 되어 순식간에 사람을 당황하게 만든다. 그 물 웅덩이가 얼마나 깊은 지, 그 수렁과 외로움은 또 얼마나 깊은 지를 가늠하기 힘들기 때문에, 가까운 사랑하는 사람들이 선뜻 도와줄 수 없음은 비극처럼 안타까운 일이다.
그날 바닷물 깊은 곳에 튜브를 타고 떠내려 갔을 때, 나는 구조가 힘든 더 깊은 곳-절망으로 가지 않기 위해, 나를 걱정하는 가족들과 더 멀어지지 않기 위해서 구명 튜브를 믿고 몸에 힘을 빼고 발버둥을 멈추고 호흡을 가다듬고 팔을 저어 앞으로 나아갔다. 남편이 나를 건질 수 있는 거리만큼은 나 스스로 가야만 했다. 그리고 나를 기다리던 남편이 나를 당길 때 그 손을 꼭 잡았다.
인생의 바다에서도 나는 버티며 숨을 쉬는 자이자 구조를 기다리며 표류하는 사람 같을 때가 있다. 구조되기 전까지 어찌 됐든 살아내기 위해 누군가가 힘든 나를 도와줄 것이다라는 믿음과 더 깊은 곳까지 막무가내로 흘러가는 마음을 다잡고, 사랑하는 이들 가까이에 가고자 스스로를 지키고 있어야 했다. 그래야 누군가가 손을 내밀어 구조의 도움을 줄 때 그 손을 잡고 얕은 곳으로 가서 내 두 발로 설 수 있을 테니까.
생존 수영을 배워온 너.
한 번의 경험이 엄마의 백 마디 말보다 강했다. 생존 수영을 무사히 배워 온 아들이 "로빈손 크루소"와 " ○○에서 살아남기 시리즈" 책을 진지하게 읽는다.
삶의 "생존 수영"은 엄마가 가르쳐줘야겠지? 삶이라는 바다에서도 깊은 절망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가 있어. 엄마가 늘 네 곁에서 손을 내밀고 있지만, 가늠할 수 없는 깊은 수렁까지 흘러가지 않도록 그전에 최소한으로 네 스스로를 지키는 일-마음 구명조끼 안전장치를 만들어 놓아야 해. 또 너무 멀리 깊은 곳에서 표류하지 않도록 늘 가까이에 있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할 줄도 알아야 한다.
남편은 지난여름휴가 때 친정아버지께 배영을 배웠다. 남편은 배영을 배웠기 때문에 자기는 이제 물에서 생존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제 나만 우리 집에서 생존 수영을 배우면 된다고 했다.
그런데 과연, 남편은 배. 영. 만 배워서도 물속에서 생존이 가능할까? 그가 배영으로 버티는 시간은 고작 1분인데.
오늘의 온전한 다짐을
올곧게 돋을새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