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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이올린 이수민 Mar 27. 2020

바흐의 대표곡 1

커피 홍보에 힘 썼던 음악의 아버지 바흐

바로크 시대 존재했던 거의 모든 장르의 곡들을 남긴 요한 세바스찬 바흐.

지난 글에서 335번째 생일을 맞은 바흐의 소소한 일화들을 소개해드렸다면, 이번 글에서는 오케스트라곡, 합창곡, 오르간곡, 무반주 첼로곡, 무반주 바이올린곡 등 다양한 장르를 대표하는 곡을 하나씩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바흐의 일화들이 궁금하다면?  https://brunch.co.kr/@connectart/45)








<커피 칸타타> BWV 211


지금으로 치면 이렇게 커피를 홍보하기 위한 광고 음악이었다. 센스 있는 <커피 칸타타> 공연 포스터



이 곡은 <커피 칸타타>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조용히 하세요, 떠들지 말고(Schweigt stille, plaudert nicht)’가 원제입니다. 내용과 가사를 살펴보면 유머와 풍자가 가득합니다.




커피 계속 마시면 결혼 안시킨다고?? 엥??


‘커피를 마시면 얼굴이 검게 변한다, 불임이 된다’ 등 떠도는 소문 때문에 커피를 금지하는 아버지와 커피와 사랑에 빠진 딸의 실랑이를 담은 곡입니다.

딸이 “하루 세 잔의 커피를 마시지 못하면 구운 염소처럼 바싹 마를 것”이라고 말하자 아버지는 이렇게 협박합니다. “건강에 해로운 커피를 끊지 않는다면 약혼자와 결혼시키지 않을 거야!”



바흐의 유일한 실내 칸타타이자 희극적인 내용을 담은 이 곡는 한마디로 커피 광고 음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라이프치히에 위치한 ‘짐머만 커피하우스’의 의뢰로 이 곡을 작곡, 연주하게 되는데 정부가 외화낭비라는 구실로 규제했던 커피의 홍보, 커피하우스의 홍보가 주목적이었습니다.




바흐가 살았던 시대에는 여성들의 활동에 제약이 많았습니다. 교회에 출입할 수 없어 성가의 높은 음역대는 카스트라토 혹은 보이 소프라노가 맡아서 부르곤 했습니다. 커피하우스 역시 여성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어 당시 짐머만 커피하우스에서의 초연 때 남성 성악가가 딸의 역할을 맡아 유머러스한 느낌이 더욱 강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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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짐머만 커피하우스의 외관







    

<마태수난곡> BWV 244


수난곡 장르는 바흐의 마지막 직장인 라이프치히 성 토마스 교회에서 매년 성금요일마다 연주되었는데, 바흐는 이를 위해 5개의 수난곡을 작곡했습니다. 현재는 마태복음을 바탕으로 한 <마태수난곡>, 요한복음을 바탕으로 한 <요한수난곡>만 남아있죠. 바흐의 교회음악 작품의 정점은 이 <마태수난곡>이라고 할 수 있는데 막상 이 곡의 초연 때에는 ‘기교가 너무 과하다, 자연스럽지 않다’며 사람들의 혹평을 받았습니다.


바흐의 <마태수난곡>을 200년 만에 다시 빛을 보게 한 사람은 바로 독일 낭만주의 시대에 활동했던 펠릭스 멘델스존(1809~1847)입니다. 멘델스존 역시 바흐처럼 라이프치히에 터를 잡고 활동했는데 라이프치히의 대표적인 공연장인 게반트하우스에서 이 곡을 연주했습니다. 위대한 선배 음악가에 대한 멘델스존 나름의 존경심의 표현이었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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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작곡가 멘델스존, 멘델스존은 그림에도 소질이 있어 수채화로 게반트하우스의 외관을 그렸다.










<토카타와 푸가> BWV 565


패기 넘치던 청년 바흐, 패싸움을 벌이던 그의 불 같은 성격에 대해서는 이전에 얘기했죠.

(바흐의 패싸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https://brunch.co.kr/@connectart/45)


그 성격은 후에 나이가 들어서도 어디 가지 않았습니다. 화가 치밀어 오를 때마다 혼자 교회 문을 닫아놓고 친 곡이 있는데 바로 이 곡입니다. 당시 사람들에게는 이 곡의 격정적인 분위기가 익숙하지 않았죠. 때문에 뒤에서 ‘바흐가 드디어 미쳤다’고 수군거렸습니다.


바흐에게는 바로크 시대 당시 견고한 신분제도, 노예계약과 다름없는 조건으로 다니던 직장,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스케줄 등으로 받은 스트레스를 음악으로 풀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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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화가 날 때 오르간을 쳐...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1권> 1번 프렐류드 BWV 846




이 곡집은 즐거움뿐만 아니라 종교적인 감동을 준다.
기쁨, 슬픔, 눈물, 탄식, 웃음 등 모든 것이 듣는 이에게 몰려온다...  




바흐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쾨텐 시절에 작곡된 곡 중 하나가 바로 이 곡입니다. 이 시대 바흐의 명성이 이 정도일 수 있게 만든 대표곡이기도 하죠.

(바흐의 쾨텐시절이 궁금하다면?  https://brunch.co.kr/@connectart/45)


원래는 건반악기를 위한 교육용 교재로 작곡되었지만 그 누구도 이 곡을 연습곡이라고 생각하지 않죠. 후에 낭만주의 시대에 이르러서는 친구이자 라이벌이었던 쇼팽과 리스트가 <연습곡>이라는 장르를 한층 더 높은 경지로 끌어올리게 됩니다.




<연습곡> 장르를 예술의 경지로 멱살 잡고 끌어올린 두 사람




당시 독일 궁정에 막 도입된 전형적인 이탈리아 스타일의 곡들, 밝고 경쾌한 기악곡들을 접했던 바흐는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에서 그 영감을 마음껏 풀어냅니다. 한 옥타브 안의 12개의 음을 기준으로 장, 단조로 곡을 써서 1권에 24곡, 2권에 24곡, 총 48곡을 작곡합니다.


제목의 ‘평균율’이란 ‘조율이 잘 되었다’라는 뜻입니다. 당시에는 지금과 같이 정리된 조성이 없었고 막 평균율이 도입되었던 시기였습니다. 그렇기에 이를 바탕으로 곡을 쓴 바흐의 성격, 진취적이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바흐의 성격을 엿볼 수 있습니다. 또 ‘클라비어’란 독일어로 건반악기를 뜻하는 것으로 현대에 와서는 이 곡을 하프시코드 혹은 피아노로 연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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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율 클라비어 곡집> 원본 표지, 마리 앙뜨와네뜨가 쓰던 하프시코드



후에 이 곡의 멜로디를 그대로 써서 낭만주의 시대, 프랑스 출신의 작곡가 구노가 <아베 마리아>를 작곡하게 됩니다. 이 곡으로 인해 바흐의 곡이 다시 한 번 재조명 받게 되죠. 게다가 피아노계의 황태자로 불리며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던 리스트가 이 곡을 자신의 공연에서 기회가 닿을 때마다 연주했다고 합니다. 화려한 테크닉과 무대매너로 인기를 얻었던 리스트가 이렇게 차분하고 성스러운 곡을 치는 모습이 쉽사리 상상되지 않지만 분명한 것은 그의 반전 매력을 돋보이게 해주었을 것 같습니다. 



바흐의 원곡에 가사를 붙인 구노의 아베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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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 맥퍼린이 원곡을 음정을 노래하고, 요요마가 첼로를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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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라 모음곡 3번> 2악장 에어 BWV 1068


정확한 작곡년도를 알 수 없지만 BWV 1066~69번으로 묶인 <4개의 관현악 모음곡>. 바흐의 여느 곡들처럼 구조적이고 이성적인, 전형적인 독일 음악의 특징이 살아있지만 그 속에서 프랑스 궁정 풍의 세련되고 우아한 스타일을 모방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바흐가 이 곡을 작곡하면서 모델로 삼은 것이 프랑스 오페라, 발레 음악이죠. 여러 개의 춤곡들이 묶인 모음곡이지만 정통 모음곡의 형식을 그대로 따르지도 않아 여러 면에서 독특한 작품입니다.


이 곡의 2악장 ‘Air’는 느리지만 여유롭고 자유로운 분위기의 악장입니다. 19세기 바이올리니스트인 아우구스트 빌헬미가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버전으로 편곡 후 <G선상의 아리아>라는 제목을 붙여 4곡 전 악장을 통틀어 가장 유명한 음악이 되었습니다. 원래 조성을 임의로 바꾸어 바이올린을 이루는 4개의 현 중 가장 낮은 G선만을 이용하여 연주할 수 있도록 하여 이런 제목이 붙은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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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의 제일 왼쪽 선, 제일 낮은 음정을 내는 것이 G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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