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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이올린 이수민 Apr 16. 2020

바흐의 대표곡 2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

오늘도 음악의 아버지, 바흐의 대표곡들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1편 복습하고 오기 https://brunch.co.kr/@connectart/46 )



좋은건 공유 아시쥬~?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프렐류드 


바흐는 오페라를 제외한 거의 모든 장르를 작곡했습니다. 특히 깊은 신앙심을 바탕으로 교회음악에서 큰 두각을 나타내었고, 바이올린과 첼로 등 기악음악에 몰두했을 때가 있었으며, 말년에는 루터파 음악을 위해 성경내용을 기반으로 한 수난곡, 칸타타 등의 장르를 주로 작곡했죠.      


<6개의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와 파르티타>와 <6개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바이올린, 첼로라는 두 악기의 특성과 개성을 발휘할 수 있는 작품들로 각 악기의 구약성서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오디션, 독주회 등에서도 빠지지 않는 레파토리이고요.      


두 모음곡 중 <무반주 첼로 모음곡>의 기교적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데이는 바흐가 살았던 당시 첼로라는 악기의 개량이 바이올린보다는 더디게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지금보다 음량도 작고, 여러 선을 한꺼번에 긋기가 어려웠기에 좀 더 복잡한 테크닉과 형식을 가진 ‘소나타’ 장르는 바이올린을 위해서만 작곡되었죠.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 원래부터 유명했던 것은 아닙니다스페인에서 태어나 20세기 세계적인 첼리스트로 활동했던 파블로 카잘스가 13살인 1889년에 이 곡의 악보를 바르셀로나의 오래된 악보 가게에서 우연히 발견하였고, 십여 년을 갈고 닦아 공개적인 자리에서 연주하고, 30여 년 후에는 전곡 녹음 앨범을 세상에 내보이게 됩니다. 이를 기점으로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됩니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 곡’으로 꾸준히 뽑히며 아직도 사랑받고 있죠.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을 연주하면 2시간 반 가량이 되는데 이 곡의 1번의 1악장, 프렐류드만이 우리 귀에 익숙하고 들을 기회도 많습니다. 30초짜리 영화 예고편을 보고 영화를 제대로 봤다고 할 수 없듯 클래식 음악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기회에 전곡을 한번 감상해보시면 어떨까요?      



파블로 카잘스가 연주하는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https://youtu.be/KX1YtvFZOj0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파르티타 2번> 중 샤콘느 



바흐의 샤콘느는 가장 놀랍고, 신비로운 곡 중 하나입니다.
바흐는 단 하나의 악기를 위해
가장 심오한 생각과 강렬한 감정을 악보 위에 적었습니다.

                                                   

                                                    -브람스가 클라라 슈만에게 보낸 편지 중          




‘샤콘느(프랑스어 Chaconne/이탈리아어 Ciaconna)’는 16세기 스페인에서 생겨난 느린 박자의 춤곡을 말합니다. 바흐 시대, 독일과 이탈리아로 넘어와서는 더이상 춤곡의 반주로 쓰이지 않고 기악 모음곡의 한 형태로 자리 잡았죠. 원래 샤콘느가 갖고 있었던 장중한 분위기두 번째 박자에 강세가 붙는 특징최저음을 반복시키며 멜로디가 발전해나가는 형태 등을 그대로 모방했습니다. 


바흐의 샤콘느는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파르티타 2번> 5악장입니다. 

앞선 악장들은 알라망드(Allemanda), 쿠랑트(Currente), 사라방드(Sarabanda), 지그(Giga)로 역시 춤곡에서 그 분위기와 형태를 담았죠. 5개 악장 중에서 샤콘느가 길이와 형태 면에서 제일 길고, 복잡하고, 다양한 테크닉을 요구합니다. 샤콘느 한 악장만으로도 깊은 음악성을 표현할 수 있기에 많은 바이올리니스트들이 독주회에서 샤콘느만 따로 떼어 연주하기도 합니다



바흐의 <샤콘느>  https://youtu.be/XkZvyA69wCo?t=5117       









바흐의 샤콘느는 오랫동안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졌다가 19세기 중반에 와서야 다시 연주되었습니다바흐가 살았던 당시의 악기는 4개 줄의 각도, 활대의 각도 등이 평평하여 동시에 4음까지도 연주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대를 거치면서 더욱 큰 소리를 내게끔 개량된 악기는 원전악기의 생김새와 많이 달랐기에 바흐가 써놓은 테크닉을 도저히 재현할 수 없다고 여겨졌죠. 그리하여 샤콘느가 작곡된지 120년 후인 1840년, 바이올리니스트 페르난드 다비드와 멘델스존의 피아노 반주로 다시 연주되기 시작했습니다. 현대에 와서는 4개 음을 동시에 연주하게끔 되어있는 부분을 2음 2음씩 연주하거나, 부드럽지만 재빠르게 활을 꺾는 기법인 아르페지오로 연주하곤 합니다. 연주자마다 해석의 여지연주 스타일이 크게 달라질 수 있죠


샤콘느의 탄생 배경에 대해서 여러 가지 말이 있습니다. 바흐는 1718-20년 무렵, 상사이자 깍듯이 모시던 쾨텐의 왕자 레오폴트 공과의 긴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돌아와서 보니 바흐와 사이가 매우 좋았던 첫 번째 부인이 급사, 이미 장례까지 치른 뒤였습니다. 당시에는 우편체계가 매우 뒤떨어져 있어 바흐에게 소식이 갈 수 없었죠. 바흐는 허탈하고 허망한 마음을 담아 이 샤콘느를 작곡하였는데 아내에 대한 사랑, 영혼이 좋은 곳에 가기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전해집니다.   



바흐의 샤콘느를 듣고 그린 그림



  


    



15분이나 되는 길이에 인생의 희로애락이 다 담긴 듯한 바흐의 <샤콘느>. 고전은 시간을 타지 않죠. 

<샤콘느>는 200년을 훌쩍 뛰어넘어 낭만주의 시대에 활동했던 후대 작곡가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그리하여 슈만, 멘델스존, 브람스, 부조니 등이 샤콘느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하여 작품을 내놓았습니다. 


슈만이 바이올린 솔로에 건반악기 반주를 붙여 편곡 https://youtu.be/r_KCU0CQGlI

멘델스존이 바이올린 솔로에 건반악기 반주를 붙여 편곡 https://youtu.be/KA8HL0BydFI?t=14

브람스가 피아노 왼손만을 위한 곡으로 편곡  https://youtu.be/y8-nWq6pqag 

부조니가 피아노를 위한 곡으로 편곡 https://youtu.be/sw9DlMNnpPM?t=39            


 

유명한 샤콘느가 하나 더 있는데요, 바흐보다 17년 먼저 태어났던 이탈리아 작곡가, 비탈리의 <샤콘느>입니다. 서양음악, 클래식음악의 시작을 바흐로 보기 때문에 아무래도 바흐보다는 유명세나 유명작품의 수가 적습니다. 하지만 비탈리의 샤콘느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이라는 별명이 붙으며 많은 이의 가슴을 울리고 있습니다.      


비탈리의 <샤콘느> https://youtu.be/KbLd7abMPUM           









<골드베르크 변주곡> 


<골드베르크 변주곡>라고 흔히 불리는 이 곡의 원제는 <2단의 손건반을 가진 쳄발로를 위한 아리아와 여러 변주>. 바흐가 건반악기를 위해 작곡한 작품 중에 제일 긴 길이를 가진 곡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연주하면 50분 정도 걸리는데 건반악기를 위해 바흐가 작곡한 마지막 작품이기에 유난히 애정을 쏟았는지도 모릅니다. 

 

이 곡의 독특한 구조를 살펴볼까요. 주제 아리아, 30개의 변주곡이 나오고 나서 수미쌍관으로 맨 처음의 아리아가 다시 한 번 나옵니다. 아리아는 느리고 우아한 궁정 춤곡에서 유래한 ‘사라방드’ 풍으로 이 아리아의 멜로디는 그가 예전에 작곡했던 <안나 막달레나 바흐를 위한 클라비어 소곡집 2권>에서 가져왔습니다. 안나 막달레나 바흐는 바흐가 사별 후 맞이한 2번째 부인으로 바흐의 작곡활동에 큰 도움을 주었던 인물이죠. 아내에 대한 사랑이 담긴 곡에 쓰인 멜로디를 <골드베르크 변주곡>에 다시 한 번 사용했다는 점도 독특합니다. 


제목의 ‘골드베르크’는 사람 이름입니다. 어떤 이유에서 그의 이름이 음악사에 길이 남게 되었을까요? 

1741년 경, 드레스덴 주재 러시아 대사였던 카이저링크 백작은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는 바흐가 작센 궁정 음악가 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힘 써준 인물이었죠. 카이저링크 백작은 바흐에게 자신이 잠자리에 들 동안 개인적으로 고용한 건반악기 연주자, 고트리프 골드베르크가 연주할 음악을 의뢰합니다. 자신만을 위한 잠자리용 음악을 부탁한 것이죠. 


몇몇 사람들은 복잡하고 때때로는 격렬한 이 곡이 잠자리용 음악으로 쓰였을 리가 없다며 부인합니다. 어디까지나 비화이기에 정확한 사실 여부는 확인할 수 없죠. 하지만 이러한 비화들이 가끔은 작품에 대한 흥미와 집중도를 높여주는 것 같습니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권위자라고 불리는 글렌 굴드의 연주 https://youtu.be/Ah392lnFHxM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3


바흐가 일전에 쾨텐 공의 궁정악단을 위해 작곡해 놓았던 여섯 곡을 정리한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집>. 바흐가 1721년 음악 애호가였던 브란덴부르크 공에게 헌정했기 때문에 이런 제목이 붙었습니다. 비발디를 연상시키는 이탈리아 스타일의 협주곡 형식, 바흐가 무척 잘 다루었던 독일 스타일의 대위법 형식을 잘 버무려 만든 곡들이죠.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집>을 헌정 받은 브란덴부르크 공은 이 곡들을 무척 마음에 들어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바흐 시대 사용되던 거의 모든 악기들을 동원한 편성이 큰 이 곡을 연주하려면 브란덴부르크 궁정악단 멤버들 외에도 연주자들이 추가적으로 필요했습니다.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집>은 합주협주곡 장르로 분류됩니다. 여기서 ‘합주협주곡’이란 여러 명의 독주 악기군과 오케스트라군이 함께 연주하는 편성을 말합니다. 이 협주곡집은 총 6개로 구성된 각 곡마다 악기 편성이 다른 것이 특징입니다. 현악기, 목관악기, 금관악기 모두를 독주 악기군으로 사용한 2번, 바이올린 파트를 아예 제외시킨 6번이 유난히 독특합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3번은 독주 악기군과 오케스트라군을 구분지어 놓지 않았기 때문에 엄밀하게는 합주협주곡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바이올린이 3성부, 비올라가 3성부, 첼로가 3성부로 나뉘어 비슷한 듯 조금씩 다른 음들을 연주하기 때문에 겹겹이 쌓인 화성의 푹신한 울림을 느낄 수 있습니다. 3번의 1악장은 6개의 곡들 중 제일 유명한 멜로디를 갖고 있기도 하죠. 과하지 않게 화려한 현악기와 대비되는 쳄발로의 청명한 음색 또한 이 곡의 매력을 더해줍니다.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3번 연주 영상 https://youtu.be/pdsyNwUoON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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