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된 존재로 산다는 것

: 자존감을 너머, 연존감의 시대를 위해

by 심연온

인류학자 애나 로웬하웁트 칭의 책 『세계 끝의 버섯』은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시대에, 송이버섯이라는 독특한 생명체를 통해 새로운 삶의 방식을 모색한다.

송이버섯은 인간에 의해 파괴되고 황폐해진 숲, 다시 말해 ‘폐허’에서 가장 먼저 자라나는 귀한 버섯이다. 그 가치는 단순히 희귀해서가 아니라, 인간이 아무리 애써도 인공적으로 재배할 수 없기 때문에 생긴다.

송이버섯은 자연이 통제되지 않는 공간에서, 나무와의 특별한 공생을 통해 자라난다. 척박한 숲 속에서 서로의 생존을 위한 연결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 관계는 단순한 생태학적 상호작용이 아니라, 공존을 전제로 한 ‘의존적 연결’이다.

이 버섯을 채집하는 이들도 어쩌면 송이버섯과 닮아 있다. 동남아시아에서 온 정치적 난민, 미국의 참전 용사, 남미의 이주민들. 자본주의의 주변부에서 밀려난 이들은 고정된 직장도, 안전한 삶도 없이 숲을 떠돈다. 그러나 그들은 송이버섯을 발견하고 채집하며, 나름의 생존 방식을 만들어간다.

흥미로운 것은, 이 채집된 버섯이 다시 자본주의의 공급사슬 속으로 편입되어 동아시아로 팔려 나간다는 점이다. 하지만 송이버섯은 종종 돈을 위해서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귀한 선물’로 주어지며 사적 연결의 영역으로 다시 빠져나가기도 한다.




이 긴 여정을 따라가며 애나는 묻는다.

"황폐화된 세계에서 생존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흔히 생존을 ‘개인의 능력’으로 간주한다. 불안정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스스로 강해져야 하고, 끝없는 자기계발을 통해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송이버섯은 말한다.

생존이란 독립이 아니라, 관계 맺음의 능력일지도 모른다고.

애나는 숲을 거닐며 우연히 마주치는 존재들, 성장과 채집, 유통과 선물의 연결망 속에서 하나의 깨달음에 도달한다.


그것은 ‘연결된 나’에 대한 알아차림이다.

이 알아차림은 단순한 의식의 변화가 아니다. 그것은 나의 존재가 늘 누군가와, 무언가와 연결되어 있으며,

그 연결 속에서 나는 늘 취약할 수 있다는 자각이다. 그러한 자각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존중을 가능케 한다.

그것은 ‘자존감’이 아니라, ‘연존감’으로의 전환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말 자존감일까?

만약 그것이 자기 능력, 자기 확신, 자기 경쟁력에 기반한 자존감이라면

그것은 결국 또 하나의 자본주의적 무기로 전락하고 만다.

성공한 자는 ‘자존감이 높다’고 칭송되고, 실패한 자는 스스로를 탓하며 무너진다.

그러나 이 세계는 이제, 그런 자존감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게 되었다.


우리는 모두 거대한 불확실성과 마주하고 있다.

기후위기, 전쟁, 양극화와 불평등, 이로 인한 사회적 해체…

개인의 힘만으로 버티기엔 이 세계는 너무 거칠고, 너무 황폐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새로운 감각을 회복해야 한다.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

나 하나만의 고유한 세계가 아니라,

나를 둘러싼 수많은 존재들과의 연결망 속에서 살아간다는 실존적 인식.

그 인식 속에서 우리는 겸손해지고, 조심스러워지며, 돌봄의 감각을 되찾는다.

나는 우주의 먼지 같은 존재일지 모르지만, 그 먼지 하나가 바람을 타고 닿는 세계는 결코 작지 않다.

우리는 결국 또 다른 존재방식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혼자서 잘 사는 나’가 아니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나’를 상상하는 방식이다.

자존감의 시대를 지나,

이제 우리는 연존감의 시대를 살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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