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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걷는다 May 17. 2020

남산의 세계

10분 거리에 남산 진입로가 있다는 건

봄꽃들 진 자리에 바야흐로 쭉쭉 올라와 퍼지는 초록초록의 계절.

풍경 을씨년스러운 겨울엔 실내 수목원이나 허브아일랜드, 식물원 등을 일부터 찾아다니는 엽록소성애자인 나에게! 이 초록의 계절이 올해도 와주었다.


퇴근 후 남산 가는 피크타임은 일 년 중 딱 이맘때. 4, 5, 6월.

가을도 컨디션이 맞긴 하지만 봄철보다 낮이 짧아서 저녁 6시 후엔 이미 어둑어둑하다.


"부부의세계"는 몰라도 "남산의세계"는 쫌 알고 사는 나의 몇 가지 코오스.



#1

예전에 가장 애용하던 코스는 02번 노란 버스를 타고 가다가 북측순환로 입구에 내려

완만한 경사를 밞아 올라가는 길이었다. 팔을 벌려 스트레칭도 하고 ...

심호흡인지 복식호흡인지 모를 것들을 해대며 안에 있는 것들을 다 내보내는 힐링타임 마~

완만하다고는 하나, 걷다 보면 숨이 차고 은근히 운동된다.

오르다 보면 지역구가 바뀌고,

멋진 풍경이 시선 아래쪽으로 펼쳐지지 시작하며

(와우-  언제나 옳아, 이 픙경은)

일몰 시간과 만나면 중간 쉼터에서 멋진 풍광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는 건 걸어 올라가는 사람의 특권.


/ 02번 버스는 북측순환로를 마지막으로 그다음 정류장이 종착지인 N타워라

왼쪽으로 이런 풍경들이 펼쳐지는 중간에는 내릴 수 없다. 창밖으로만 감상.

사실 너무 피곤한 날엔 엉덩이가 움직이지 않아 그냥 앉아서 올라간다.  /



#2

남산 한옥마을을 통과하여 올라가 만나는 진입로.

점심시간을 이용한 짤막 코스라 할 수 있겠다.

사실 익숙한 사람에겐 10분 커트인데

처음 가는 사람은 한옥마을 정문에서 출발해서 여기까지 올라오는 것만으로도 숨이 꽤 찰 것 같다.

육교 계단을 올라 남산 쪽 진입을 앞두고 뒤를 돌아보아도 ... 좋은 풍경.



#3

이쪽은 음 ... 설명하기가 썩 간단치 않다.

멀리 보이는 소방재난본부 건물을 목표로 삼아서 올라가면 커브를 만나게 되고 그 길 양쪽에는 울창한 연리지와 은행나무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길목. 크고 소듕해)

다 알겠지만, 우리에게 "남산"은 아픈 역사 또한 가지고 있는 곳. 이 코스는 군데군데 그런 의미와 만나게 된다. 나중에 알게 되었다. 이곳을 남산인권숲이라고 한다는 걸.

변화가 많아 지루하지 않은 길.

서울특별시청 남산 제1별관을 통과하면 드디어 북측순환로 입구와 만나게 된다.

진입하자마자 반겨주는 울창한 힐링 스폿.

순환로를 걷다 보면 이정표가 자주 나오니 빠지고 싶은 길로 빠지면 된다.

필동 쪽으로 내려가는 것으로 코스를 마무리하던 날.



오름과 곶자왈과 화산송이가 좋아 제주도에서 몇 달간 살았을 적에도

그토록 그리웠던 건 서울의 한강과 남산이었다.


남산은 그렇다. 걷기에 최적화된 바닥. 차량통제 덕분에 이맘때면 더욱 짙은 녹음의 냄새와 온통 초록인 풍경.

그 안으로 쏘옥 들어가 걷기 시작하면 풀리지 않는 그날의 스트레스는 거의  없는 것 같다.

찝찝한 일을 뒤로하고 사무실을 나왔더라도 어차피 내일 가면 또 다른 일들이 날 위해 준비된 곳이 바로 회사 아니던가.

이번엔 또 어떤 진입로를 찾아볼까, 운동화를 신고 물  한 병 챙겨서 퇴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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