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a 아끼면 똥 된대.
저 사람은 어떻게 살까 궁금해지는 사람이 있다.
대부분은 내가 살고 싶은 모습을 살고 있는 사람이거나 긍정적인 의미로 예측되지 않는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하정우는 후자의 의미로 궁금해하던 사람이다.
걷는 사람 하정우라는 책을 읽기 전 나는 우리 회사의 심리상담센터에 상담을 갔다.
주기적으로 compliance 교육을 받는데 마지막 시간에는 마음관리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심리상담센터는 내가 보루처럼 아끼던 곳이다. '저곳은 내가 진짜 힘들 때 가야겠다.'라고 생각하고 종종 더는 못 버티겠다고 생각이 들면 나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상담센터에 갈 정도로 힘든 거야?' 그럼 나는 잠시 고민하다 '아니 좀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라고 이내 이를 악물었다.
그러던 중 교육시간에 사막마라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사막마라톤을 하다 실제로 수분부족으로 죽는 사람이 있는데 아이러니컬하게 물통에 물이 남아있더라는 것이다. 내막을 들여다보니 그렇게 죽은 사람은 자기가 목이 마를 때까지 물 안 먹고 버티고 있더란다. 몸에서 갈증을 느낄 때에는 이미 수분부족이 심각한 상태여서 물을 마시기엔 꽤 늦은 시간일 수 있다고 했다. 사막마라톤을 완주한 사람들은 목이 마르지 않더라도 주기적으로 수분을 섭취했다고 한다.
무릎을 탁 쳤다. 나의 멘탈도 번아웃 되기 전에 먼저 상담을 받아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상담을 신청했다.
그런 의미에서 하정우는 사막마라톤을 몇 번이라도 완주하고도 남을 사람이었다. 나는 꽤 기복이 심한 편이었고 상황에 휩쓸려 행동하는 편이었다. 예를 들면 오늘은 일차만 하고 집에 가자 다짐했다면 어김없이 그다음 날 그러지 못한 나를 자책하는 일이 왕왕 있었다. 아이 셋과 남편은 나의 기복을 잡아주기에 충분한 역할을 해주어 이제는 일차만 하자고 다짐하면 거의 그렇게 지키는 편이다.
상담센터를 갈 때만 해도 사실 그렇게 할 말은 없는데 괜히 신청한 게 아닌가 좀 뻘쭘하기도 했다. 상담이 시작되면서 내가 바라보는 나를 담담히 얘기했다. 톱니바퀴 중 하나인 내가 멈춰버리면 다른 것들도 멈춰버릴까 봐 힘들어도 멈추질 못하는 나의 불안감. 나의 아빠가 내 남편에게 나는 메인 엔진감이라고 말할 때 "그렇지. 난 그 정도지."라며 어깨를 으쓱하면서도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실망감을 주면 어쩌나 두려운 마음들을 털어놓았다. 내 얘기를 들어주시던 상담사님은 내 톱니바퀴를 멈춰보고 진짜 다른 바퀴들이 안 돌아가나 보라고 했다. 의외로 잘 돌아가서 놀랄 수도 있다고 했다. 또 유일하게 이 사람한테는 내 어떤 모습을 보여도 실망할까 두렵지 않은 남편이 내게는 메인 엔진일 수 있다는 얘기를 하셨다.
걷는 사람 하정우라는 책이 나오고 주변에 꽤 많은 분들이 읽고 후기를 올릴 때 꾹 참고 읽지 않고 있었다. 진짜 보고 싶을 때 봐야겠다면서.
상담도 받았고 책도 읽어보니 왜 진작 하지 않았나 반성 어린 마음이 든다. 좋은 건 바로 하는 게 좋겠다.
어느 날 첫째가 어디서 듣고는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아끼면 똥 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