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때리는 아이

자녀와의 소통

by 이음언니

"분노는 크게 네 가지 방식으로 표출됩니다. 욕설, 고성, 물리적 폭행, 방치. 주로 어떤 식으로 분노를 표출하시죠? "


여기서 잘못 얘기했다가는 내가 진짜 미친년으로 보일까 봐 애써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차분하게 이야기했다.

"때에 따라 네 가지 방식을 고루고루...... "

의사 선생님은 덤덤하게 차트에 나의 말을 받아 적었다. 지나고 보면 사소한 말 한마디였을 수 있는데 나는 그걸 참지 못하고 대환장폭발을 일으켰다. 이런 상황을 원하지는 않았다. 해결하고 싶었고 이유를 찾고 싶었다.

내 생각에는 분명 패턴이 있는 분노였다. PMS(생리 전증후군)인가 싶어 의사 선생님께 물어봤지만 연관관계를 찾기에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는 매일 감정일기를 써보라고 했다. 1부터 10까지 감정지수를 매일매일 기록해서 정말 생리 전에 우울감이나 분노가 심해지는지 확인해 보자고 하셨다.


부모가 되고 나서 가장 어려운 것은 나의 감정이었다. 내가 전파하는 부정적인 감정이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까 두려운 마음에 평소에는 힘이 들어도 꾹꾹 눌러 참았다. 하지만 역으로 스프링이 눌릴 대로 눌리면 조그만 힘에도 빵 터지고 말았다. 홧김에 내뱉은 말이나 행동이 서로의 관계를 해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이 분노에 대해 고찰하게 됐다.

처음에는 분노를 없애야 할 대상으로 여겼지만 분노에 대해 공부할수록 자연스럽고 또 필요한 기능을 가진 것임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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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겨운가요? 힘든가요? 숨이 턱까지 차나요?" [달리기] 노래가 절로 나오는 하루를 보내고 아이들에게는 '할 거 하고 놀아라, ' '어서 씻어라.' '뛰지 말아라.' 내가 들어도 달갑지 않은 잔소리들을 뱉어내고 있었다. 저녁은 배달음식으로 보쌈을 시켰다. 야들야들한 보쌈 고기에 주먹밥 하나씩 얹어 무쌈에 싸서 아이들 입에 넣어주니 아이들이 그제야 활짝 웃는다. 엄마의 긴장이 좀 풀린 것을 느낀 아이가 자기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엄마 나는 화가 너무 나면 나를 때리거나 아프게 할 때가 있어. 내 손등을 꼬집거나 머리를 때리거나 하지."

예열도 없이 훅 들어온 아이의 고백에 나는 무어라 답을 해줘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이 애미도 빡이 칠 때 말이다. 이런 she8하고 쌍 욕을 지껄이기도 하고, 어떨 때는 술을 진탕 마시기도 하고, 남 탓을 하기도 하고, 어떨 때는 담배를 피워버릴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단다.'라고 말할까도 생각했지만 조금 더 좋은 방법이 있을 것 같아 참았다.

분노라는 엄청난 에너지는 표출되지 않으면 어디에서든 영향을 끼친다. 태어난 성향에 따라 의존적인 사람은 관계 안에서 더 크게 영향을 받을 수도 있고 감정을 잘 느끼는 사람은 이성적인 사람보다 감정을 느끼는 폭이 커질 수 있다. 나는 어떤 기질의 사람인지 파악하고 나는 어떤 환경에서 분노가 이는지를 차분히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했다. 그리고 그 분노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지도 직면하는 것이 중요했다.

[분노 컨트롤]이라는 책 21쪽에서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내가 분노에 건강하지 못하게 반응하는 방식을 파악한다.
내가 분노할 때 그 배후 감정을 찾아낸다.
분노를 하나님이 주시는 정서적으로 건강한 방식들로 처리하기로 선택한다.

이 세 가지를 잘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후회할 말과 행동은 많이 줄어들 것이다.

나는 아이를 따로 불러 이야기했다.

"엄마가 우리 딸 이야기 들으니 마음이 많이 아팠어. 화가 나서 스스로를 때리는 건 절대 누구 잘못이 아니야. 다만 어떤 이유로 화가 났는지 파악이 되지 않은 상황이면 힘든 상황이 반복될 수 있지. 딸 스스로도, 주변에서도 화 난 감정을 들어주지 않거나 더 억압하면 화는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앞으로 파고들어 가면서 스스로를 때리게 되는 것 같아.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엄마도 잘못이 크다는 생각이 들었어. 엄마가 힘들고 짜증 나니까 우리 딸한테 화를 낸 적은 많았고 은근히 비난하듯 이야기했던 적도 많은 것 같아."

아이는 나의 고백을 듣고는 오히려 괜찮다고 이야기해주었다.

나 역시도 내게 일렁이는 분노의 이유를 들여다보며 PMS를 조절하는 약을 먹기도 하고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에는 큰 소리로 기도를 하기로 했다.

"하나님. 제가 지금 너무 화가 많이 나요. 이런 저의 마음을 부디 알아주시고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는 힘을 주세요."

아이를 향했던 비난과 분노가 하늘로 울려 퍼지니 아이들도 나의 상태를 알아차리고 조심하고 나도 즉각적 분노를 저지할 수 있었다. 분노는 누구나 느끼는 흔한 감정이라는 것을 인지하니 분노하는 나에게 실망하기보다는 분노에 힘들어하는 나와 주변을 위로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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