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살이 출렁여도 자존감

-아이와의 소통

by 이음언니

주일날 예배 마치고 날도 선선하니 아이들과 모처럼 임진각에 갔다.

임진각은 우리에게 특별한 곳이다.

첫 데이트 장소였고 처음 손을 잡았다.

그런데 이제는 그곳을 아이들 셋과 간다.

감회가 새롭다.

아이들은 모두 잠들고 남편은 운전을 한다. 남편에게 질문한다.

-The best choice was me?

-Yeap.

-Don't you regret?

-Nope. 여보 신청곡 있어. Joonie의 amazing.


그러곤 노래가 흘러나온다. 남편이 따라 부른다.

You are so wonderful. Baby You amaze me.

나는 세상 부러울 것 없는 행복한 여자가 된다.

내 뱃살이 얼마나 출렁이든, 육아를 하면서 내가 지녔던 사회적 능력들은 안드로메다로 가든, 옷은 홈플러스 상설할인매장에서 사든 상관없다. 이 남자는 나의 자존감을 최고로 세워준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행복할 수 있다.


우리 둘째는 태어나면서부터 누군가에게 북한 수령인 김정은을 닮았다는 소리를 들었고 백일섭을 닮았다는 말도 들었다. 볼살이 통통하게 태어난 아기에게 장난 삼아한 이야기였다.

길을 걸어도 사람들은 첫째에게만 예쁘다고 칭찬을 하고 둘째는 쓰윽 쳐다보고 갔다.

어느 날 둘째가 나에게 말했다.

"엄마 나 얼굴을 바꾸고 싶어."

다섯 살 아이에게 들은 사뭇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그래? 우리 딸이 어째서 그런 생각을 했을까?"

"이름도 바꾸고 싶어. 강채린으로."

강채린은 예전 ebs유아 드라마에서 나온 새침데기 얼굴 예쁜 아이였다.

"딸아, 엄마는 항상 궁금했어. 우리 딸은 누굴 닮아 이렇게 예쁠까 하고."

"......"

"우리 딸은 아빠랑 엄마 닮아서 이렇게 예쁜가 봐."

5살 아이에게 가장 큰 존재는 엄마, 아빠였다. 그녀에게는 이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세고 능력 있고 뭐든지 다 해줄 수 있는 존재가 엄마 아빠이고 아플 때 밤새 간호해 주고 쓰다듬어 주고 안아주는 존재가 엄마 아빠이고, 친구와 혹은 형제와 싸워 속상해 울 때 안아주는 사람이 엄마 아빠이다. 그런 둘째에게 엄마아빠를 닮은 사람이라는 사실은 굉장한 사실이었다.

"우리 딸이 잘하는 게 뭐지?"

"나는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춰."

"맞아 엄마가 보기에는 우리 딸은 영어도 잘하고 친구들한테 그림도 잘 그려주고 동생도 잘 돌봐주고 자전거도 잘 타는 거 같아. 우리 딸이 잘하는 게 정말 많아. 그렇다면 우리 딸 친구는 어때?"

"내 친구는 밥도 잘 먹고 달리기도 잘해. 근데 되게 웃기다."

"그래 둘이 친구인데 잘하는 게 다르다. 그렇지? 우리는 모두 잘하는 것도 다르고 생긴 것도 다르게 생겼어. 그래도 다들 소중하고 사랑받는 귀한 존재지. 우리 딸처럼. 엄마는 우리 딸이 얼굴을 바꾸고 싶다는 얘기를 듣고 마음이 많이 아팠어. 우리 딸이 그런 얘기를 할 정도로 속상한 일들이 있었겠구나 싶었어."

"......"

"하지만 우리 딸은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빠 엄마를 닮아서 이 세상에 나온 거니 얼마나 예쁜지 몰라. 눈도 예쁘고 코도 예쁘고 입도 예쁘고 새근새근 자는 모습도 노는 모습도 다 얼마나 예쁜지 몰라. 우리 딸 누구 닮아서 이렇게 예쁘다고?"

"엄마아빠."

"그래~~ 맞아. 우리 딸은 엄마 아빠 닮아서 이렇게 예뻐. 사랑해."

내가 어떤 모습으로 생겼든 상관없다. 관건은 내가 어떻게 생겼든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느냐가 문제다. 어려서는 부모고 커서는 반려자다.

누구보다도 본인의 약점이나 나쁜 점은 본인이 가장 잘 알고, 가장 절실하게 고치고 싶고 바꾸고 싶은 사람도 본인이다. 그걸 주변에서 지적해 봤자 절대 고쳐지지 않는다.

내가 사랑받으면 더 멋진 모습으로 거듭나고 싶다는 동기부여가 생긴다. 건강한 방식이다.

내가 사랑받지 못하고 지적당하고 비교당하면 나의 존재 자체에 대한 자격지심이 생긴다.

자존감은 그렇게 세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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