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와의 소통
애시당초 뭐 하나라도 맞는 게 없는 남녀가 서로에게 이끌려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되면 난감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서로의 다른 점에 끌려서 결혼까지 했지만 서로의 다른 점 때문에 못살겠으니 환장할 노릇이다. 우리 부부도 마찬가지였다. 너 없으면 못 사는데 이제는 너 때문에 못살겠다고 하니 낳아놓은 자식은 어쩔 것이며 그렇다고 다른 사람을 만나면 다를 것이라는 보장도 없고 어떻게든 맞춰 살아야 했다. 그래서 찾아본 것이 marriage course(결혼학교). 결혼하기 전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제대로 배워본 적도 없던 우리가 아이를 셋 낳고 나서야 이런 교육을 듣는 것이 늦어 보였지만 인생 백 년으로 봤을 때는 지금이라도 듣게 된 것이 다행이었다. 거기서 알게 된 것이 게리채프만의 사랑의 다섯 가지 선물이었다. 인정의 말, 함께하는 시간, 선물, 봉사, 스킨십이 그것이다.
인정하는 말은 칭찬과 격려를 통해 사랑을 느끼게 하는 선물이다. 인정하는 말을 사랑의 선물로 고른 사람은 상대가 하는 비판의 말을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공격으로 느껴서 감정적으로 상처받기 쉬울 수 있다.
"당신 그런 생각을 하다니 정말 대단해."
"여보는 그런 생각을 했구나. 나는 이런 이유에서 반대로 생각했는데
여보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어."
인정하는 말은 상대방의 의견과 나의 의견이 합일해야만 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상대의 입장을 그대로 봐주고 상대의 입장에 서서 생각해 보고 이야기해주는 것 자체가 인정이다.
함께하는 시간은 상대와 오롯이 함께 하며 서로에게 몰입하는 시간이다. 긴 시간이 아니더라도 서로 합의한 시간에 상대에게 집중하고 취미생활이나 식사를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친밀감이 높아진다. 이것은 비단 부부뿐만 아니라 자녀에게도 통용된다. 상대의 근황을 들어주고 고민에 공감해 주거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은 내가 상대를 얼마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게 된다.
선물은 말 그대로 상대가 원하는 것을 기억해 두었다가 주는 것이 될 수도 있고 마음을 담은 편지도 될 수 있다. 요점은 상대가 원하는 선물을 주는 것이다. 나는 생일 때 마음이 담긴 손 편지를 받는 것만으로도 배우자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반면에 배우자는 선물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으로 내게 배려받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이것처럼 비싼 선물이 아니더라도 상대가 원하는 것을 선물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봉사는 말보다는 행동에 관한 것이다. 상대가 필요로 하는 것을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서 해주는 것이 되겠다. 그것은 집안일이 될 수도 있고 아이를 돌봐주는 일이 될 수도 있겠다. 봉사를 통해 상대가 숨을 고르고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사랑의 봉사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스킨십이다. [해리 할로]의 원숭이 애착실험이 있다. 새끼원숭이에게 두 종류의 원숭이를 보여준다. 하나는 차가운 금속에 우유가 나오는 로봇 원숭이이고 하나는 우유는 없지만 포근한 털을 가진 원숭이 인형이었다. 새끼 원숭이는 주로 어느 곳에서 시간을 보내는지 보는 실험이었다. 결과는 새끼 원숭이는 배가 고파 우유를 먹을 때를 제외하고는 포근한 털을 가진 원숭이에게 안겨 시간을 보냈다. 이처럼 상대를 안아주거나 손을 잡아주거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작은 스킨십만으로도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고 마음에 안정감을 느낀다.
우리는 그동안 상대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고 내가 좋아하는 걸 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엄청난 도파민으로 서로에게 끌릴 때에는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지만 관계가 생활이 되면 불편은 불화가 된다.
여우와 두루미가 서로의 집에 초대해 서로의 방식대로 식사를 대접하면 두루미는 납작한 접시에 놓인 음식을 먹지 못하고 여우는 긴 주둥이가 있는 그릇에 담긴 음식을 먹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단순한 진리인데도 삶에 적용하지 못하고 있던 이제야 서로가 원하는 방식으로 표현해 줄 수 있었다. 나는 인정의 말, 함께하는 시간이 사랑의 언어였다면 남편은 인정하는 말, 봉사가 사랑의 언어였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사람인데 늘 집에 오면 복작복작대니 주기적으로 아이들을 혼자 돌보고 상대는 자유로운 시간을 갖게 하는 것이 서로의 숨통을 트이게 하는 방법이었다.
서로가 원하는 언어로 대해주다 보면 여유가 생기고 여유가 생기면 상대를 긍휼하게 여기는 마음이 생기는 것 같다. 평범한 일상을 함께 하는 남편에게 감사하고 오늘이 행복했다. 일찍 일어난 내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남편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이야기했다.
"여보 사랑해."
그러곤 잠결인 남편에게 묻는다.
"여보는 나 없으면 살 수 있어?"
남편은 잠결이지만 이야기한다.
"당신 없으면 못 살지."
"진짜 나 없으면 못 살아?"
남편은 잠결이지만 명확한 의식을 가지고 이야기한다.
"못 살지. 여보 없으면 주식에서 돈 어떻게 빼는지도 모르는데......"
남편이 정말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