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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상 잇기 May 12. 2024

2장 - 2세 이야기(6) - 5) 경영 역량

왜 회사 2代 가기 어려울까?

2세에 대한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쓰는 이유는, 회사를 2대까지 유지하기 위해서 본인들이 스스로를 성찰하며 노력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사항임을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회사 경영의 자질을 갖춘 사람이라면, 지금까지의 말들을 고민하고 행동하면 어느 정도는 해결될 수 있을 수 있으나, 이번에 말하려고 하는 것은 그들에게 제일 어려운 부분이 아닐까 한다. 앞에서 언급한 내용들이 2세의 됨됨이나 가치관에 대한 내용이라면, 이번 장은 그들의 ‘경영의 역량’을 말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창업자의 역량으로 회사를 일구어서 몇 십 년 동안 회사는 지속되어 왔지만, 승계 이후에는 오롯이 2세의 몫이다. 역량이 후천적으로 길러지는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 부분은 타고나야 하는 부분도 있다고 믿는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예체능 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이 타고난 재능 없이 후천적인 노력에 의해서만 그 위치에 오르기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며, 공부 또한 선천적인 재능이 주요한 역할을 차지할 것이기 때문이다. ‘경영 역량’ 또한 여타의 재능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태어날 때부터 갖춰지지 못한 경영 역량이 2세가 되어 노력하면 ‘그릇 키우기’가 가능할 것인가?


경영 역량의 본질은 무엇 일지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각 자의 의견이 있을 터인데, 기본적으로 정답은 없는 물음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뛰어난 경영 역량이 있으면 기업체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다’라는 명제는 충분조건이 아닐 것이다. 이 말은 기업체를 성공적으로 이끈 널리 알려진 유수의 경영자들도 반드시 ‘뛰어난 경영역량’을 가진 것은 아닐 수 있다’라는 의미지만 역량을 갖추는 것이 성공의 확률을 확실히 높일 수 있음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경영 역량은 어떤 것들이 있고 그것을 갖추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아마도 창의력, 통찰력, 업무 및 산업 이해력, 소통역량, 전문지식 습득역량, 영업력, 기술력, 관리역량, 인간적인 매력 등의 종류로 표현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각 역량들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그릇에 의해 차이가 있다고 생각되며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하여 스스로의 부단한 노력이 당연히 필요한 사항으로 생각된다. 그렇지만 노력만으로 되지 않을 것들 도 있고, 개인의 성향과 관련 부분도 많아 쉽게 개선되지 못할 수 있다.  

  

어느 한 방면으로 뛰어난 재능이 있어 그 전문성으로 회사의 먹거리를 제공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위 사항들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불편 부당하지 않은 균형감을 갖고 있어야 언제나 여러 분야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일들을 제대로 처리하는 경영자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이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창업자와 직원들이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경영자가 될 것으로 믿는다.   


필자가 생각하는 경영자로서 역량이 부족한 2세의 업무 접근 특징 중 하나는, ‘비용 절감’을 집중적으로 강조하고 전달한다는 것이다. 물론 비용 절감 활동이 중요치 않다는 것은 아닌데, 비용 절감을 추진하는 방식과 효과에 대해 충분한 고민을 하고 시도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비용절감 활동은 ‘좋은 비용 절감’과 ‘나쁜 비용 절감’ 두 종류가 있다고 한다. 이 말의 의미를 생각해 보면 불필요한 낭비요소를 제거하는 활동은 회사경영에서 당연히 필요한 부분으로 ‘좋은 비용 절감활동’에 해당되는 것이지만, 중소, 중견기업의 그나마 얼마 안 되는 복리후생의 절감은 직원들의 사기저하와 반발심을 키울 요소가 다분한 ‘나쁜 비용 절감’이 될 수 있다. 중소, 중견기업은 관리 수준이 낮기 때문에 단순한 인력의 감축이나 비용절감이 가져오는 직접적이고 표면적인 효과보다 경영 효율 제고를 통해 수익성 향상을 꾀할 수 있는 요소가 상당히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2세가 충분히 고민 없이 비용 감축을 시도하는 것은, 아마 경영효율을 높일 수 있는 역량은 부족한데 반해 상대적으로 손쉬운 활동으로 성과를 보여주기 용이하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특히 위기 상황에서의 비용 감축은 더욱 그러하다. 오너와 직원 사이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개선 활동이 시도되어야 한다. 얼마 안 되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2세의 관여는 좁은 그릇의 크기를 보여주게 되고 직원들의 신임을 잃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므로 소탐대실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소, 중견기업에서 직원들을 유지하기 어려운 이유 중의 하나는, 급여, 복리후생 등의 처우가 매우 중요한 요소임은 당연할 것이다. 많은 회사들이 회사의 모토에 직원 만족을 포함시키고 있다. 얼마 전까지 만해도 고객만족이 주요한 테마였으나 직원이 만족스럽지 않은데 어떻게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대두되면서 직원 만족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커져 가고 있다. 직원이 일할 맛 나는 회사인지를 판단하는 척도는 크게 두 가지일 것이다. 하나는 일하는 방식이 결정되는 기업문화이고, 다른 하나는 급여, 복리후생 등 보상의 수준일 것이다. 기업문화에 대해서는 별도의 장에서 다루기로 하고 급여 및 복리후생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모든 직원이 다다익선(多多益善)을 바라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내부의 실상은 잘 모르지만, 언론에 많이 오르내리는 어느 대기업의 노조원들처럼 회사의 경영 상황과 관계없이 본인들이 챙겨야 할 몫 만을 외치는 소위 말하는 도덕적 해이(Moral Hazard)에 빠져 있는 중소, 중견 기업체 직원들은 소수라고 생각한다. 직원들의 대부분은 충분치는 않아도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본인이 속한 회사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대기업 직원들보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살지만 회사를 떠나면 다른 선택지가 별로 없어 할 수 없이 현재에 만족하며 살고 있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이런 직원들에게서 회사가 어려운 경영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무리한 행동을 보기는 어려웠다. 회사의 경영상태가 좋은 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회사의 방침을 수용하며 출근한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는 직원들 보상 문제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해야 하고 올바른 경영을 위해 힘써야 하는 것이다. 


직원들에 대한 대우가 좋아야 주인의식이 생겨 회사를 위해 노력하고 그 결과로 경영상태가 좋아지는지, 아니면 회사의 경영상태가 좋아져야만 직원들에 대한 처우를 개선할 수 있게 되는지, 무엇이 우선인지는 결론내기는 어렵다. 하지만 오너가 직원들을 생각하는 마음은 확실히 직원 개개인에게 전달된다. 결국 창업자가 직원들에게 베풀고자 하는 도량이 부족하다면 2세는 창업자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고 직원들을 위해서 베풀고자 한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 당연히 경영 환경이 허용되는 내에서 고려되어야 하겠지만 직원과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오너가 탐욕스럽지는 않다’라는 인식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경험한 2세 중에 한 사람은 외부 인사들과 많은 교류를 해서 그런지 아는 것이 많고, 아는 지식을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 사람은 직원 들과의 대화 시간을 많이 만들지 않는데 대화할 기회를 갖게 되면, 대부분 본인이 말하는 시간으로 할애한다. 이는 좋게 보면 회사의 경영 방침과 비전, 본인이 아는 업무지식을 직원들에게 설명하는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지만, 직원들이 말하고 싶어 하는 사항을 경청할 자세가 되어 있는지는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 다른 한 사람은 직원들과 정말 많은 대화를 하는 사람이었다. 편한 자리를 많이 마련하고 때로는 창업자에 대한 비판도 같이 하면서 회사를 위한 제안을 듣기를 원했다. 그런데 많은 얘기를 들으면서, 막상 의사결정을 할 때는 직원들이 공감하기 어려운 결정을 반복하는, 이해하기 힘든 타입의 2세였다. 지금도 나는 가끔 둘 중에 누가 더 직원들을 힘들게 하였는지를 생각해 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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