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회사 2代 가기 어려울까?
최근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오너들에 대한 기사가 심심치 않게 언론에 오르내린다.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줄잡아 10여 개 회사의 오너 리스크에 대한 내용이 쉽게 생각이 나는데 기사화되지 않았지만, 지금도 회사를 멍들게 하고 있는 오너 일가의 전횡이 얼마나 많을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언론에서 기사화된 기업들은, 기업의 가치를 크게 떨어뜨리며 때로는 법에 의해 단죄되기도 한다. 그 유형도 일명 ‘갑질’로 불리는 직원에 대한 인격모독 및 폭행 행위부터 회사자금 횡령, 경영권 불법 승계, 성적 일탈 행위, 향정신성약품 복용 등 내용과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창업자 자신뿐만 아니라 일가족에 의해 발생되는 경우도 많은데, 이것은 자기 조직 내부에 형성되어 있는 절대 권력으로도 통제가 되지 않을 만큼 문제가 심각하여 조직 밖으로 드러나게 되는 상황이 아닌가 생각된다. 구체적인 행위가 발각되지 않더라도 내부 관계자들에 의해 회사 분위기는 밖으로 전달되기 마련이다. 오너 리스크가 회사에 끼치는 악영향은 막대할 것인데 왜 끊임없이 유사한 형태의 일탈 행동은 반복되는 것일까?
제일 근본적인 이유는 역시 권력의 도취일 것이다. 창업 당시의 초심에서는 회사를 유지시키기 위해 직원들과 동고동락하며 교감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을 것이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의 성공 단계에 이르러서는 초심을 잃어버리고 직원들을 소유물인 것처럼 존중하지 못하는, 권력의 향유하고 싶은 마음이 일탈 행위의 근본원인이 됨은 분명해 보인다. 창업자 본인의 일탈은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있을 것인데 본인의 가족들을 통제하지 못해서 생기는 일탈 행동은 직원들을 더욱 허탈하게 만든다. 경영에 직접 개입하거나 개입하지 않는 가족들이 회사직원들을 상대로 갑질을 하거나 범법 행위를 통해 언론에 기사화되는 것은 흔히 금수저로 표현되는 신분세습의 박탈감까지 더해져 외부적인 기업이미지 훼손과 주가하락, 불매운동 등에 의한 매출감소의 문제뿐만이 아닌 내부적인 직원들의 자괴감까지 초래하여 금액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정도까지 회사의 유, 무형의 손실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경영능력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본인 제어조차 할 수 없는 가족들을 경영에 참여시키는 것은 죄악이다. 이는 선량한 회사 구성원들의 삶의 터전을 위협하는 배임행위이다. “자기 자식이라도 능력이 없으면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는다.”라고 말을 하는 중소, 중견기업의 오너들은 많지만 실제로 자기 자식을 경영에 참여시키지 않는 오너를 보기는 매우 힘들다. 말과 행동이 다른 상황은 이 경우에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때때로는 본인의 나쁜 경영방식을 자식들에게 전수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볼 때가 있는데, 이럴 경우에는 오너의 사리 분별 능력까지 의심하게 된다. 예를 들어, 경영수업을 받는 2세에게 직원들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이렇게 언급하는 것을 들을 적이 있었다. “너는 직원들을 너무 합리적으로 대하려 한다. 합리적으로 온건하게 대하는 게 네가 직원들에게 점수를 딸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너를 두려워하게 만들고, 야단치고, 닦달해야 네 말을 더 잘 따를 것이다.” 이는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권력자는 두려움을 기본 전략으로 깔고 민중을 통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라고 표현한 것과 같은 개념이며, 이를 회사 경영 방식에 적용하는 것에 대해 누군가는 동의할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현대 경영에서 이런 식으로 직원을 대하고 경영하는 것은 표면적인 효과는 있을 수 있으나, 직원들의 공감과 존경을 받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직원들과 소통을 하며 교감을 하지 않으면 주인들이 좋아하는 머슴들의 ‘주인의식’은 말로만 표현될 뿐이고 결국은 복지부동의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조금 더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의 50,60대에 해당하는 베이비부머 세대까지는 자아의식 혹은 자존감보다는 자신과 가족들의 생계유지를 위한 책임감이 더 크게 작용하여 회사에서 근무하며 상명하복의 분위기도 감내하며 직장생활을 해왔던 세대라면 그 자식들인 밀레니얼 세대는 완전히 다른 인류라고 생각될 정도로 자의식, 행복에 대한 관점, 회사 생활의 의미 등이 다르게 반영되고 있음을 인식할 수 있다. 강압적인 분위기로써 발전하는 회사가 과거에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수는 점점 더 줄어들게 되는 현상은 당연할 것이다.
그런데 오너 및 오너 일가의 일탈 행위에 의한 리스크 보다 훨씬 더 빈번하고 중요하게 발생되는 리스크는 경영과정에서 발생되는 업무처리와 의사결정에 의한 리스크이다. 예를 들어, 오너의 판단에 의한 대규모 투자 혹은 M&A에 대한 의사결정이 있다고 가정하면 이런 전략적 판단이 회사에 미치는 영향은 규모에 따라서는 회사의 존망을 판가름할 수도 있는 문제일 것이다. 문제는 이런 의사결정의 과정에서 얼마나 제대로 검토와 토론이 진행되었는가가 핵심일 것이다. 투자타당성에 대한 검토와 토론 없이 오너의 감에 의해서 진행된 투자가 다행히 성공적이라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할 경우 그 결과는 고스란히 직원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경영실적이 좋아지면 그 성과에 배분에 대해서 인색하지만 나빠질 경우 고통분담은 당연하고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는 것도 직원들이기 때문에 경영상의 리스크는 훨씬 빈번하고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느껴진다.
이런 경영상의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될까? 는 이 책의 제목인 “왜 회사 2대 가기 어려울까?”의 핵심적 내용과 동일한 결론으로 귀결되는데 결국 회사의 흥망성쇠 여부는 사람과 기업문화로 압축하여 표현할 수 있겠다. 어떠한 결정이 내려질 때, 그것이 중요하면 중요할수록 많은 검토를 거쳐야 한다. 물론 최종적인 결정이야 오너의 몫이지만 그전 단계에서의 기획, 검토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의사를 수렴하고 결정했는가? 가 핵심이며 결국 이런 과정을 충실히 거치는 것은 회사 운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2개의 축인 ‘사람과 기업문화’에 대한 가치가 제대로 정립되어 있는지의 문제로 볼 수 있겠다. 의사결정의 과정에서 업무적인 역량을 갖춘 관련자들이 적절한 토론과 의사결정 과정을 거칠 수 있는 기업문화가 형성되어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오너는 본인과 주변가족의 일탈 리스크와 더불어 의사결정 리스크가 없는 지를 언제나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회사가 본인의 소유물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을 때, 진정한 원팀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