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회사 2代 가기 어려울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2세는 경영 참여 이후 본인을 서포트하는 조직 구성의 필요성이 있어 대체로 기획실 이름으로 조직을 설립한다. 비용 부담으로 인해 중소기업에서는 이런 역할의 조직 구성은 생각하기 어렵고 중견기업에서도 충분한 인원수를 유지하기에는 부담이 따른다. 이 조직은 그동안 회사에 없었거나 있더라도 충분한 역할 수행을 못해 창업자에게 인정받기 어렵고, 기능적으로 그동안 수행되지 않았던 새로운 역할로 인해 오히려 견제의 대상이 되고 갈등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많은데, 무슨 일을 어떤 방식으로 해야 2세가 목적한 대로 회사의 발전을 이끌며, 창업자와 2세 사이의 갈등 상황을 만들지 않고 안정적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될까? 또한 창업자는 이 조직을 어떻게 관리하고, 어떠한 시선에서 바라봐야 할지가 2세로의 경영 승계 과정에서 중요한 한 가지 요소가 된다.
창업자는 회사의 개선 방향과 핵심 문제점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도 그럴 것이 창업 이후로 사업의 존속과 확대를 위해 영업과 생산부문을 중심으로 노력해 왔지만, 관리적인 역량을 제고하는 것이 경영 상황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대해서 깊은 고민을 할 여유가 충분치 않았으리라 생각된다. 그래서 양적인 성장은 이루어지더라도 질적인 성장이 보조를 함께하지 못해서 나타나는 현상들을 종종 발견하게 된다. 이런 기업은 어느 정도까지의 성장이 이뤄지면, ‘업무의 혼선’이 필연적으로 발생되고 이는 회사의 더 이상 성장에 결정적인 걸림돌로 작용하게 된다. 또한 외부 경영인들의 모임 또는 각종 언론 매체를 통해 전달되는 새로운 경영의 트렌드나 선진시스템에 대한 이해의 폭이 좁아, 회사에 도입이 필요한 것인지 아닌 지에 대해 판단이 잘 서지 못한다.
중견기업에서의 기획실은 조직 형태와 기능적인 면에서는 대기업의 그것과 유사한 구조로 만들어진다. 그렇지만 취약한 인적 구성과 부족한 역량, 소신껏 업무를 추진하기 어려운 조직 문화 등의 이유로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으며, 다분히 형식적인 업무에 치중되어 있는 부분이 많다. 앞에서 업무 우선순위의 설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였고 ‘혼선이 많은 업무’가 ‘돈이 되는 업무’ 일 가능성이 많으니 그것에 집중하자라고 하였는데, 이번 장에서는 2세를 보필하며 개선의 중심이 되어야 하는 기획실의 업무 기능과 방향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필자는 기획 업무의 성격을 크게 두 가지 나누어 생각한다. 기획실의 업무는 절대적인 구분법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일반적인 구분 방법으로 보면, ‘전통적인 기획의 업무’인 경영기획 (관리회계적 관점에서의 성과평가, KPI 관리), 경영계획 주관 (중장기 및 연간의 경영전략 편성, 지표관리), 전략기획 (신규사업 진출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의 수립 및 사업성 검토, M&A 검토), 가치관 경영 (Mission과 Vision의 설정 및 관리), 투자타당성 검토 등의 한 축이 있다. 기획 업무는 그 범위가 방대하다고 할 수 있는데, 특히 중소, 중견기업에서 더욱 그러한 것은 재무(재무회계 및 자금), 인사, 총무, 전산, 물류 등의 일반관리 업무 중 어떤 영역으로 할당할 것인지 애매하거나, 새롭게 도입이 필요한 업무는 현재 담당하는 적절한 부서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이후 전담 부서가 생성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까지 일단 기획업무를 담당하는 곳에서 추진될 가능성이 많다. 예를 들면, ESG (Environment, Social and Governance) 관련 업무나 디지털전환 (Digital Transformation, DT 또는 DX) 같이 근래 경영의 화두가 되고 있는 신규 업무 등에 대해서 그렇다. 그런 이유로 창업자나 2세의 지시에 의한 수명 업무의 많은 부분을 기획실에서 담당하게 된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 두산백과]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 IT용어사전]
다른 한 축은 ‘업무개선 영역’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부분은 비즈니스 프로세스가 불분명하고 부서 간의 책임과 권한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또는 현재 도입되어 있는 IT 시스템 구축이 되어 있지 않아서 발생되기도 하는, 업무 비효율성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둔 개선 업무가 될 것이다. 두 가지 축의 업무를 보는 창업자의 시각이 회사를 어떤 방향으로 경영할지를 판단하는 차원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만일 2세의 주도하에 창립된 조직이 자리를 못 잡고 방황하게 되면 그 조직뿐만이 아닌 2세의 경영능력에 대한 평가사항도 되기 때문에 향후의 경영권 승계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된다.
첫 번째의 전통적 기획 업무 수립 업무는 창업자의 입장에서는 좋은 시각으로 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일정 부분의 업무는 이미 진행하고 있는 것도 있겠지만 관리적인 차원의 업무들이 궁극적으로 회사의 어떤 개선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바라볼 수 있게 되는데, 이는 회사가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넘어가는 단계에서는 한 번쯤은 겪게 되는 고민으로 보인다. 영업과 생산위주의 회사에서 새로운 관리적인 기법을 이용하여 분석하고, 분석된 내용을 영업과 생산에 피드백하려는 시도가 회사 내부직원들의 공감을 갖게 하려면, 오너의 이해와 격려가 필요한 지점이다. 만일 영업과 생산에 대한 분석의 깊이가 없고 개선 사항의 핵심이 비즈니스와 다소 거리가 있는 방향이라고 하더라도, 향후 좀 더 발전된 조직으로 커서 회사의 경영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깊이를 갖게 되려면 그러하다는 것이다. 본인이 잘 알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기획조직의 업무적인 지식이 부족하다고 무시를 한다면, 2세가 기획실을 통해 추진하려고 하는 개선은 좌절될 가능성이 많다. 그런데 오너가 한 가지 알아 두어야 할 것은 비록 회사가 운영되어 온 영업의 환경과 제조기술과 관련된 상세한 지식은 다소 부족할 수는 있겠지만, 다른 회사에서의 경영시스템 (특히 대기업 또는 컨설팅 출신의 팀장이 이끈다고 하면)을 연구하고 온 사람의 전문성도 어느 정도는 존중이 돼야 할 필요가 있다. 사실 이런 이유로 중소, 중견기업에 외부에서 새로 영입된 많은 임직원들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도태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새로 영입된 직원뿐만이 아니라 회사에게도 손실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런 성격의 업무는
중단될 수는 없기 때문에, 또다시 누군가를 영입해 다시 시작해야 하므로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고 그만큼 개선의 효과를 갖기에는 시간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적정한 인선이 되어 역량이 충분한 지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나, 조직의 성과에 대해서 여유를 갖고 지켜보는 마음 가짐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