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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상 잇기 May 06. 2024

2장 - 2세 이야기 (1)

왜 회사 2代 가기 어려울까?

2세 경영을 준비하거나 시작된 회사들은 여러 면에서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되는데, 먼저 그들이 자라온 환경과 회사 내에서의 입지가 유사한 점이 많다. 그들은 우수한 유전자를 물려받고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인지, 대체로 괜찮은 학벌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대부분 외국에서 유학 생활 경험이 있어 유창한 영어 실력을 갖춤으로써 해외 바이어와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는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는 인재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또한 어려서부터 여유롭게 자란 환경 때문인지, 웬만해서는 주눅 들지 않는 세련된 마인드를 갖고 있는 것이 대체로의 2세들의 표면적인 모습인 것 같다. 그들은 또한 합리적인 경영을 추구하며, 시스템에 의해 운영되는 회사로 발전시키고 경영하려는 마음이 충만한 상태에서 부친이 창업한 회사로 입사를 하게 된다. 

 그렇지만, 입사 이후 회사의 경영상황을 보면서 실망스러운 마음을 갖게 되기 쉽다. 거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는데, 경영학 관련 공부를 하였거나 회사 입사 이전에 대기업 등에서 경력을 쌓은 그들이 배우고 경험한 것과는 다른 현실에서 실망감을 느낄 가능성이 많다.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원활하지 못한 회사 오퍼레이션, 창업자의 주먹구구식 경영과 회사 구성원들의 역량 등이 본인이 생각했던 바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고 느껴지게 될 것이다. 창업자를 보필하고 있는 창업 공신들은 대체로 회사와 창업자에 대한 충성도는 높지만 창업자에게 길들여져 개선을 시행하려는 의지가 약하고, 업무적인 역량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되어, 2세는 내부 구성원들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고 새로운 인재 영입과 조직 구성을 고민하게 된다.  

그러나 회사를 개선하는 일은, 선진 경영기법에 의해 변화를 시도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오랜동안의 회사 내부업무 경험을 통한 운영 노하우를 갖고 있어야 가능하다. 회사의 기초부터 재설계가 필요한 개선을 시도하기에는 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경험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는 또한 창업자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면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개선에 대한 의견 개진을 시도하지만, 지금까지 불편함을 크게 느끼지 못하며 급격한 변화를 원치 않는 창업자에게는 회사가 개선이 필요하고 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2세가 아직 부족하고 상황을 잘 모르기 때문에, 더 배워야 한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2세가 창업자의 인정을 받기까지 거쳐야 과정이 있는데, 어떤 회사에서는 경영승계가 진행되지 못할 정도로 심한 갈등의 상황을 맞기도 한다. 후계자 후보가 한 명이라면 갈등의 상황이 덜 할 수 있지만, 두 명 이상이 되는 경우에는 경쟁구도까지 나타나 흔히 ‘형제의 난’이라고 불리는 대기업의 경영권 다툼과 같은 내홍이 중소, 중견기업에서도 나타나곤 한다. 회사에 입사하여 업무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거치며, 창업자와는 다르게 회사의 경영 상태를 보는 시각의 차이를 좁히기 위해 조율과 대화의 과정이 필요하며, 경영권 확보를 위하여 경쟁도 벌여야 하고, 전문지식과 인맥관리를 위해 외부활동도 소홀히 할 수 없는 2세의 상황은 과정 자체가 녹록지 않다.    

이런 이유로, 창업자로부터 회사를 물려받아 발전시키려는 의지가 강한 2세는 외롭고 힘들 수밖에 없다. 남들에게는 ‘금수저’라 불리는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당사자가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담감도 있을 수밖에 없다. 개인의 능력 차이는 있겠지만, 창업자의 그늘을 벗어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후계자가 되기 위한 형제간의 경쟁 상황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창업자와 뜻을 같이하여 함께 경영을 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구도라 생각되는데, 같은 회사에 몸 담는 이상 스트레스를 피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2세가 기업 경영에 완전히 뜻이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대부분은 부모가 설립한 회사로 합류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 임은 당연하다. 회사를 물려받아야 할 사람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그들도 온전히 사회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자리 잡기가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흙수저 들과 동일한 수준에서 경쟁을 할 이유가 없으므로 당연히 편할 길은 가고자 하며, 창업자가 세운 왕국에서 정착하고자 한다. 그렇지만 시스템이 갖춰진 대기업과 달라 막상 일을 시작하면 정말 많은 일들을 헤쳐 나가야 한다.

 그렇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성공한 경영자가 될 가능성은 그리 많지 않다. 왜 그럴까? 그것은 창업자만큼의 능력을 갖기도 어렵지만, 가지고 있는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기도 쉽지 않은 구조적 이유 때문이다. 창업자는 영업 또는 제조기술의 한쪽 또는 양쪽 모두의 확실한 노하우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업의 창업기에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영업력에 의해서 회사가 발전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회사를 물려받아야 할, 2세는 학교에서 배운 경영 관련 지식이나 경험 삼아 취업한 대기업 등에서 단기간 동안 배운 지식으로는 창업자의 회사에서 어떻게 활용할 지에 대해 헷갈릴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기업경영을 경영학을 통해 배우는 것이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대기업에서 짧게 배운 지식이 경영환경이 많이 다른 중소, 중견기업에서 적용 가능한 부분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배우는 모든 경영 관련 지식은, 중소, 중견기업용 지식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이론과 실제의 차이이고 2세가 넘어야 할 중요한 벽 중의 하나가 된다. 또한 창업자 수준의 업무적인 역량을 갖추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창업 초기에 주문을 받기 위해 바이어를 신처럼 받드는 처절한 영업 상황이나, 품질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기술개발을 위해 노력한 과정이나, 자금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부단히 금융권을 설득해야만 했던, 창업자의 노하우는 전수되기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 그뿐 아니라, 그런 노력을 요구하는 창업자의 바람조차 2세들에게 온전히 전달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그건 시대와 상황이 다르고, 사람이 다르기 때문에 애초에 불가능한 얘기일 수도 있으니 뜻이 다르다면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 이처럼 배운 지식의 적용은 어렵고, 창업자의 노력도 따라갈 수 없는 2세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대체로 창업자가 만든 회사가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나 쇠퇴기 단계에서 2세가 회사의 경영에 참여하게 된다. 그들은 창업 이후 지금까지 회사를 운영해 온 창업자에 대한 존경심을 가지고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회사 정체의 근본 원인이 창업자의 경영방식이 과거 성공에 집착되어 있고 주먹구구식 경영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런 경영으로는 더 이상의 발전에는 한계를 갖고 있고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자기의 의견을 피력하여 창업자의 생각을 바꿔 보려 시도하게 된다. 그러나 오랜 시간 회사를 운영하며 자리 잡은 창업자의 생각의 틀이 바뀌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그것은 자기 자식의 의견이라 해도 예외가 되기 어렵다. 다른 직원들과는 달리 일부의 중요치 않은 일들에 대해서 2세가 결정권한을 가질 수도 있으나, 중요한 의사 결정은 결국 본인만이 수행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은 바뀌기 어렵다. 이런 형식으로 의견 차이가 되풀이되면, 갈등의 양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런데 의견 차이의 해결이 쉽지 않다. 가족적인 관계는 나쁘지 않더라도, 회사 경영 관련해서는 많은 생각의 차이를 보이곤 하는데, 이런 차이가 직원들에게는 다른 업무 가이드가 되어 헷갈리게 만드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결국, 경영에 참여하게 된 2세는 많은 사람의 기대를 받으며 중심에 서게 된다. 창업자는 기업승계를 위한 역량을 빠르게 보여주기를 바라며, 직원들은 절대권력자인 창업자가 경영하는 환경 속에서 부족하거나 답답하다고 느꼈던 상황이 젊은 리더에 의해 조금이라도 개선되었으면 하는 희망을 갖게 된다. 이런 주변의 기대감과 본인이 추구하는 경영인의 모습 사이에서 방향을 잃기 쉽다.  


2세 경영자에게서 나타나는 특징과 현상 그리고 성공적인 승계를 위해 중요한 몇 가지 사항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2세들의 경영 능력은 개인의 역량 차이에 의해 다르겠지만, 생각하는 성향은 유사한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여기서 표현의 대상이 되는 2세는, 그래도 회사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고민하는 2세들이다. 그럴 평가를 받을 만한 그릇도 못 되는 사람들은 제외하고 생각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2세들이 경영에 참여하며 나타나는 회사들의 상황이 많이 다르지 않은 것은 그들의 성장 환경과 배경, 학력, 성공한 창업자들의 성향의 유사성, 회사 합류한 이후 느끼게 되는 현실, 2세들 커뮤니티에서의 정보 교환 등에 의해 형성된 가치관이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으로 강하게 추측된다. 그러면 2세들이 회사 입사 후 어떤 시도를 하고 어떤 시행착오를 거치는지에 대해 살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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