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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상 잇기 May 08. 2024

2장 - 2세 이야기(2) -1) 조직의 구축과 갈등

왜 회사 2代 가기 어려울까?

창업자의 경영방식으로는 더 이상 회사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될 때, 2세는 개선에 대한 강한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그렇지만, 회사의 주요 보직은 대부분 창업공신들이 담당하고 있는 상황으로 그들은 2세가 처음 입사하게 되면 멘토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하는데, 대체로 창업자 연배이거나 그보다는 다소 젊더라도 2세가 마음 편하게 대하기는 쉽지 않은 관계가 형성된다. 게다가, 회사 업무에 대한 나름대로의 경험은 있지만, 관리적으로 앞선 회사에서의 근무 경력이나 선진 경영시스템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여 개선의 의지를 갖기 어렵고, 개선의 의지가 있더라도 방향 설정이 쉽지 않다. 이런 회사 내부의 환경은 변화를 꾀하는 2세가 그들과 함께 개선을 추진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본인의 이상을 실현하고 실행을 서포트할 인원과 조직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고, 역량 있고 젊은 인력 위주로 본인과 소통할 수 있는 구성원이 함께 하기를 원한다. 첫 번째로 생각할 수 있는 방향은, 창업자 세대에는 없거나 기능이 매우 약했던 기획실을 만들거나 강화하게 된다. 내부에는 개선을 시도해 본 경험자가 없고, 직원들의 역량도 부족하다고 생각되어 외부에서 역량 있는 인원을 채용하여 팀장의 역할을 수행케 하고, 내부의 젊고 의지가 있다고 생각되는 직원을 조직에 합류시켜 본인의 직할조직으로 기획실을 운영하게 된다. 


이렇게 조직을 구성하여 운영을 시작하지만, 초기 기획실은 업무 방향 설정에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많다. 일단 팀장이 동일 업종 출신이면 모르겠지만, 타업종 출신이라면 업종을 이해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현업의 업무개선을 즉시 도모하지 못하고 경영기획 차원에서의 활동들, 즉 수익성 측정과 평가, 주요 성과측정 지표 (KPI, Key Performance Indicator) 수립, 관리회계적 분석, 경영계획 편성 방법의 검토 및 변경, 비용관리 등에 업무적인 포커스가 맞춰지기 쉽다. 이런 업무들을 셋업 하거나 고도화하는 것이 회사의 관리 수준 향상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필요가 있지만, 창업자와 회사의 기존 조직원들이 보기에는 ‘인정하기 어려운 업무’ 이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업무’ 또는 ‘당장 필요치 않은 업무’ 영역으로 인식되기 쉽다. 


영업과 생산의 오퍼레이션 방면에 치중해 온 중소, 중견기업들은 ‘측정’하고 ‘평가’하려는 그들의 의도가 쉽게 와닿지 않거나 필요성을 느끼더라도 그것이 갖는 효과에 대해 경험한 적이 없어서 애써 부인하려는 입장을 취하기 쉽다. 이는 새로운 조직이 시도하는 새로운 관리 체계에 대한 저항이라는 부분도 조직 생리적으로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새로운 조직의 신설과 업무의 진행이 연착륙하지 못하면 오히려 SILO 현상 (사일로는 곡물을 보관하는 대형 원통 창고인데 사일로는 부서들이 서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사일로처럼 부서 간 장벽을 쌓고 협조하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의 원인이 되어 내부적인 갈등의 구조가 생겨나게 되는 부작용이 발생되기도 한다. 


창업자에게도 생소한 조직으로 인식되기 쉬운 것은, 기획실에서 수행하는 업무들이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창업의 바탕이 되었던 기술과 영업의 틀에서 벗어난 활동들이기 때문이다. 업무의 성격이 본인이 원하는 방향과 다를 수 있고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어서 마뜩지 않게 여겨질 수 있는데, 이런 이유로 기획실은 창업자와 2세의 갈등 요소가 되기도 한다. 회사가 안정적인 수익을 기반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면, 몇 명으로 꾸려가는 기획실 조직을 굳이 문제 삼지 않겠지만, 회사의 경영위기가 감지될 때는 양상이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곤 한다. 창업자는 회사를 유지하는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조직인 지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조직의 성과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며 간접비를 발생시키는 부서로 인식하고, 2세는 발전을 위한 투자의 개념으로 성과를 보이기 위해서는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창업자와 갈등이 발생되기도 한다. 


이런 상황이 되풀이되면, 기획실의 구성원들은 현실적인 업무 진행에 어려움을 느끼게 되어 처음의 의욕은 점차 퇴색되고 자조적인 조직으로 전락될 가능성이 높다. 경영층의 강력한 의지아래 힘을 받고 진행해도 개선은 어려운데, 존속의 가치가 의심을 받는 단계에 이른다면 타조직을 이끌며 개선을 주도할 동력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개선을 위한 조직이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는데, 이는 회사의 성장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현상 중의 하나로 인식된다. 핵심적인 사항은, 조직 속성의 문제라기보다 조직을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일 것이다. 다시 말해, 개혁을 주관하는 조직으로써 기획실의 존재가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어떤 개혁 플랜이 있고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의 관점에서 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된다. 결국 회사의 개선과 발전을 위한 중장기적인 목표가 있어야 하고, 목표에 적합한 단계별 활동을 정의하고, 운영을 위한 지침을 마련하여 창업자와 2세가 공유해야 조직이 존속 가능하며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기획실 초기의 활동은 위에서 말한 성과 측정과 평가를 위한 부분이 중심이 된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현업 오퍼레이션의 업무 개선을 주도하여 시스템에 의한 경영이 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런 체계적인 준비 과정을 거쳐야 내부의 반발을 최소화하며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개선을 이끌 기획실(조직 이름이 다르더라도)의 업무 역할은 매우 중요하므로 다른 장에서 별도로 상세하게 다루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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