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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상 잇기 May 08. 2024

2장 - 2세 이야기 (3) - 2) 교육의 역설

왜 회사 2代 가기 어려울까?

대체로의 2세들은 한국이나 미국에서 학부를 마친 후 MBA과정을 이수하고 대기업 또는 다국적 기업에서 직장생활을 경험하기도 하고 바로 부친이 창업한 회사로 입사를 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30대 초, 중반의 나이에 입사를 하게 되는데 자질이 우수한 인재들의 경우에는 회사의 업무에 대한 빠른 이해가 가능하겠지만, 회사업무를 습득하고 이해한다는 것이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것은 워낙 다양한 영역의 이해를 해야 하고 기본적인 업무지식의 습득부터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경영에 필요한 주요 부서의 업무를 개괄적으로 본다면, 생산과 영업을 기본적으로 이해해야 하는 것은 물론 회계, R&D, 인사, 구매, 기획, 전산 등의 업무 프로세스와 메커니즘을 이해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 


회사의 업무에 대한 이해뿐만이 아니라 2세 경영 수업을 위한 외부 교육을 받고, 세미나에 참석하기도 한다. 또한 대체로 외부에 멘토와 같은 존재가 있어 경영 관련 대화를 하고, 2세 커뮤니티에 참석하는 등 바쁜 생활을 하게 된다. 대내외적인 활동을 하면서 점차 본인이 공부해 왔던 경영학 관련 이론 또는 대기업들의 경영 방법이 본인이 경영을 승계할 회사와 너무 많은 차이를 느끼게 된다. 창업자의 권위주의적 경영과 직원들의 복지부동과 무기력함을 보면서 이런 기업문화가 회사의 발전에 저해요소가 된다고 생각하며 가끔 창업자에게 의견을 개진해 보기도 하지만, 수십 년 간 경영하면서 형성된 창업자의 의식구조와 성향을 바꾸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합리성을 추구하는 2세는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을 하게 된다. 결국 이런 갈등의 과정을 반복적으로 맞닥뜨리게 되면, 또한 본인의 노력으로 바꿀 수 없는 부분에 대한 더 이상의 고민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서 문제를 회피하게 될 가능성이 많다.


한편으로 2세는 교육에 대해 많은 관심이 있다. 본인이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물론, 직원들을 위한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신설하여 역량 개발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경영 관련 서적도 구매하여 나눠 주기도 하고 정기적인 독서토론을 주관하는 2세도 있다. 그런데 직원들의 반응은 처음에는 나름대로 참신한 시도이고, 변화하려고 노력하는 2세의 모습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하지만, 교육이 반복됨에 따라 처음 의도했던 바와는 다른 양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교육에 대해 직원들이 반감을 갖게 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교육은 반복해서 수행되지만 회사의 실제 모습은 교육의 내용과는 달리 변화를 시도하려는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 실망감으로 나타나게 된다.


필자가 생각하기엔 경영 관련 서적에서 특히 조직문화 또는 리더십을 주제로 하는 것은 대부분 직원들보다 회사 경영층에게 더 필요해 보인다. 임원이나 중간 관리자에게 리더십이 의미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이런 교육의 본질은 기업문화와 깊이 연관되어 있고 중요한 기업문화의 형성은 경영층으로부터 내려오는 Top-Down에 의해 형성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책이 좋은 문구로 나열돼 있다고 하더라도 실상이 현실과 다르면 괴리감만 커질 뿐이다. 이렇게 현실과 이론의 차이가 존재하는데 근본적인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차이를 좁히기 위한 작은 실행이라도 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한 채, 교육과 독서가 반복되는 것은 문제 해결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다. 2세가 현재 회사의 기업문화와 본인이 추구하는 기업문화 사이에서 내적 갈등이 발생되고, 그것을 단시간 내에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에 점진적인 변화라도 시도해 보고자 하는 마음에서 교육과 독서를 강조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회사의 발전을 위해 더 많이 변해야 하고 고민해야 할 사람들은 정작 오너 일가가 아닐지 더 깊은 성찰이 필요해 보인다. 


2세 경영자들이 가장 경계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교육의 역설’이라고 생각한다. 이 용어는 내가 생각한 본 개념인데, 동일한 용어로 다른 개념을 설명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는지, 또는 유사한 내용이 다른 말로 표현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우수한 자질에 좋은 교육을 받은 금수저로, 입사한 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가면 중소, 중견기업 직원들의 역량이 별게 없음을 금방 알게 된다. 또한 창업자에 대한 존경심과는 별개로 주먹구구식 경영과 독선이 회사 발전에 도움이 될까?라는 의구심을 동시에 갖게 된다. 


그런 과정 중에, 외부의 비슷한 환경에 있는 2세 경영자 모임에 참여하고 교류하여 시야를 넓혀가고, 또한 이를 통해 대학교수 등의 전문지식을 가진 유력 인사들과 친분이 맺어지기도 해서 경영에 대한 자문도 받고, 고민을 상담하기도 한다. 그런데 필자는 이때가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회사 내부의 사람들은 역량이 부족해 보이고, 외부 사람들은 최신의 경영 트렌드 등을 주제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역량이 있는 것으로 보여 이에 의존하기가 쉬워지며, 내부 직원들과의 관계는 본인이 우월한 지위에 있기 때문에 권위주의적인 모습으로 변하기가 쉽다. 


사실 본인과 대화 수준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대화의 본질에 접근하지 못하는 많은 직원들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본인이 회사를 물려받을 사람이면, 외부 인사들만이 아닌 내부 직원들의 의견도 경청하며 종합적인 판단을 해야 할 위치에 있는 것이 2세의 자리이다. 본인의 지식이 우월하다고 생각하여 내부 직원의 의견을 듣지 않으려고 하거나 무시하는 행위를 한다면, 이미 경영을 물려받아야 할 2세가 갖춰야 할 조건 중에서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잃은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나는 2세들이 점점 많은 교육을 받으며 바람직하지 못한 태도로 변해가는 것을 ‘교육의 역설’이라고 부르고 싶다. 많이 배우고 생각하되 겸손함을 잃어서는 안 되는 것이 2세 경영자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활동을 통해 2세 자신이 얻는 지식이 많아질수록 직원들의 교육과 효과에 대해서 고민해야 할 뿐만 아니라 권위주의적인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은 아닌 지 성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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