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코너스톤 Feb 10. 2019

슈즈부터 드레스까지, 패션을 점령한 주얼리

올해는 또 어떤 색이 새로운 블랙일까. 팬톤은 2019년의 색으로 리빙 코럴을 꼽았다. 패션 잡지에서는 상반되지만 뉴트럴 베이지와 네온 라임을 꼽기도 한다. 코럴이 진녹색을 대신하고 베이지가 블랙을 대신하고 네온컬러가 호피를 대신하겠지만, 여전히 블링블링함을 놓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코럴의 러블리함에 균형감을 주고, 베이지의 단조로움에 포인트를 주고, 네온컬러의 유니크함을 배로 만들 아이템이 블링블링함이기 때문이다. 반짝이는 보석과 스팽글은 재작년에 이미 디자이너 컬렉션을 점령한 지 오래지만, 다가오는 올해에는 더 크고 화려한 블링블링함이 돋보일 것이라고 감히 예견해 본다.



지미추 웨딩슈즈와 마놀로 블라닉 한기시


블링블링한 보석들이 단순히 액세서리를 넘어, 구두부터 옷과 가방까지 모든 패션 아이템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로 유명해진 마놀로 블라닉의 한기시가 시작이었다. 클래식한 새틴 위에 보석처럼 반짝이는 펌프스 힐. 화이트 다이아몬드냐, 샴페인 다이아몬드냐를 두고 고민하듯, 블랙 큐빅이냐 화이트 큐빅이냐를 고민하게 만드는 보석 같은 구두다. 어느덧 마놀로 블라닉의 한기시는 웨딩슈즈로 자리 잡았고, 이에 질세라 펌프스 힐부터 스니커즈, 나아가 슬리퍼에도 보석이 붙어 반짝이기 시작했다.


로저 비비에의 힐, 스니커즈, 그리고 샌들
미우미우의 샌들과 스니커즈, 그리고 구찌의 운동화

클래식함의 상징이었던 로저 비비에의 시그니처 버클도 블링블링해졌다.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로 장식된 플랫폼 샌들은 없어서 못 살 지경에 이르렀다. 지미추도 끝없이 블링블링해졌다. 처음에는 골드나 실버호일이었지만 점차 클러치부터 신발까지 크리스탈로 도배하더니, 엘사가 신을법한 웨딩슈즈를 출시해서 광풍을 이끌었다. 그 와중에 미우미우에서는 스니커즈와 슬립온을 크리스탈 글리터로 도배해서 명품 운동화 시대의 서막을 올렸고 여름용 샌들과 슬리퍼에는 큼직한 진주를 달기 시작했으며, 구찌에서는 투박한 어글리 슈즈에 보석처럼 반짝이는 체인 스트랩을 둘러 출시해서 어글리 슈즈에 대한 논란에 불씨를 더 크게 지폈다.

구찌 브로드웨이 비와 밤비 체인백
로저비비에와 알렉산더 맥퀸의 클러치

가방도 예외는 아니다. 천과 가죽을 넘어, 이제 보석까지 총동원되어서 블링블링한 가방이 탄생하고 있다. 구찌는 가죽이 아닌 화려한 벨벳 재질에 호랑이 무늬에 벌꿀 무늬 패치를 덧입히면서 안 그래도 화려해진 디자인에 보석까지 붙이기 시작했다. 보고 있자면 마몽트가 얼마나 더 화려해질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화려함이라면 질 수 없는 알렉산더 맥퀸이나 베르사체도 두고 볼 수만은 없어, 가방과 클러치는 물론이고 자켓과 드레스에까지 크리스탈과 큐빅, 세퀸을 붙여 한껏 블링블링함을 자랑한다.


발망과 맥퀸의 의류 컬렉션
네일 아트와 바디 주얼리 타투

주얼리의 블링블링함은 대체 어디까지 확장 가능할까. 네일 아트에 스와로브스키 스톤과 파츠를 붙인 것은 꽤 오래된 일이다. 스티커처럼 일시적으로 붙일 수 있는 바디 주얼리 타투는 물론이고, 송곳니에 크리스탈을 붙여서 반짝거리게 하기도 한다니, 가방, 신발, 옷, 네일, 이제는 피부에까지. 반짝임을 향한 도전은 정말 끝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나는 심플한 게 최고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커왔다. 엄마는 스티브 잡스 마냥 서로 똑 닮은 무채색의 옷으로 옷장을 가득 채웠고, 아빠는 스칸디나비안 자작나무로 만든 것 같은 원목 가구를 좋아했다.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구찌의 변심을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고 보테가 베네타의 초지일관을 응원하는 엄마의 취향이 곧 우리 집의 취향이었고,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루브르 미술관을 뛰쳐나와서 오랑주리 미술관에 있는 수련 앞에서 한 시간을 보내는 아빠의 취향도 엄마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내 취향은 우리 집 가풍과는 조금 달랐고, 그래서 반짝이는 것과 원색의 새틴이나 실크를 좋아했다. 쨍한 보라색 레이스로 된 손바닥만 한 라펠라 속옷 앞에서 탄성을 자아내는 나를 엄마는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내가 평생 가지지도 못할 손바닥만 한 다이아몬드 앞에서 서성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마도 나처럼 절제가 미덕이라고 배운 내 또래 세대들이 본격적으로 돈을 벌기 시작하자, 커다란 다이아몬드는 도무지 돈을 모아도 사지를 못하니, 기성세대들은 요란하다며 피할 법 한 각종 스팽글과 큐빅과 크리스탈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주렁주렁 달고 다니려고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부모님의 고루한 취향에 반기를 들며 감히 외쳐본다.

Bling is the new black.


                                                  www.connerstone.com


코너스톤은 누군가의 소중한 날, 그 날의 아름다움을 최고로 만들기 위해 수만 시간을 노력한 사람들의 노고가 합리적으로 소비될 수 있도록 돕는 주얼리 플랫폼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피카소의 막내딸, 팔로마 피카소의 정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