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트 패션의 유행이 럭셔리 브랜드의 방향성을 바꾸어 놓고 있다.
며칠 전 젊음의 거리라는 홍대에서 약속이 있었다.
간만의 홍대 구경에 신이 났던 나는, 역시나 내가 더 이상 젊지 않구나, 라는 깨달음에 시무룩해졌지만,
무엇보다도 그날 내가 놀랐던 점은 소위 말하는 '요즘 젊은이들'의 스타일이었다. 쇼룸이 있는 한남동이나 주로 약속을 잡는 광화문 또는 압구정 일대에서 익숙한 스타일은 절대 아니었다.
무신사 스토어 매거진에서 본듯한 오버핏, 아찔한 힐 대신 푹신한 스니커즈, 그리고 개성넘치는 모자들.
바야흐로, 스트리트 패션의 시대로구나.
물론 내가 홍대를 한창 누비던 시절에도 스트리트 룩은 분명히 존재했다. 시부야 길거리에서 볼 법한 패션이 그때도 유행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마이너 문화였다. A라인 스커트와 폴로셔츠 무리 속에서 가끔 눈에 띄는 정도였으니까.
이제는 달라졌다. 모두가 스트리트 패션에 열광한다.
쇼미더머니가 7시즌까지 나오며 길거리에서 흥이 넘치는 비트와 랩이 울려퍼지고 있고, 힙합은 단순 음악을 넘어 예술 산업을 지탱하는 핵심적인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덩달아 뒷골목 패션이라고 업신여김 당했던 스트리트 브랜드들은 여느 때보다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고. 오프화이트, 배트멍, 닐바렛, 비즈빔처럼 요즘 뜨는 브랜드들은 모티브 자체를 골목에서 얻는다.
슈프림과 루이비통이 콜라보를 했다.
그저 콜라보를 하는 것이 아니라, 2017년 콜라보 당시에는 대란이 일어났다. 루이비통X슈프림은 고가의 가격에도 불구하고 금방 솔드아웃될 뿐 아니라, 수십 배에 되팔리고 있다. 이쯤 되면 샤테크가 아니라 슈테크다.
아디다스가 알렉산더왕이나 스텔라 맥카트니 같은 디자이너 브랜드와 콜라보를 한 역사는 꽤 오래되었다. 10대들이 열광하는 칸예 웨스트를 비롯한 밀리어네어 래퍼와 셀럽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브랜드인데다가, 스포츠 브랜드임에도 아디다스의 모델 문가비 씨가 요즘 어린 여성들의 워너비인 점 또한, 얼마나 패션 지형이 많이 바뀌었는지 보여주는 증거다.
하이엔드 주얼리를 장차 구입할 잠재적 고객들, 또는 이미 그럴 구매력이 있는 영리치들의 취향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웨딩밴드를 맞출 때, 이들이 프러포즈 링을 고를 때, 이들이 파인주얼리를 선택할 때, 어떤 디자인과 어떤 보석을 선호하게 될까.
아무래도, 전통적인 결혼 주얼리 3종 세트인 다이아-루비-진주는 아닐 것 같다.
작년에 티파니에서 레이디가가를 뮤즈로 영입하면서, 스털링 실버와 18K 골드를 재해석한 하드웨어 주얼리 컬렉션을 출시했다. 기존의 모던한 디자인이 더 과감하고 구조적인 디자인으로 재해석되면서 영하고 유니크한 감성을 살렸다. 처음으로 컬렉션을 선보인 베뉴도 미국 슈퍼볼 TV 광고였다는 점도 눈에 띄었다.
올해에는 티파니는 갓 스무살의 엘르 패닝을 모델로 영입하면서, 새로 출시한 페이퍼 플라워 컬렉션 광고에는 젊은 감각을 더더욱 많이 불어넣었다.
플래티늄에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주얼리를 후드 티와 찢어진 청바지에 코디한다. 더 이상 주얼리가 풀세팅한 정장이나 드레스에만 어울리는 아이템이 아니라, 캐주얼한 패션에도 고급스러움을 더하는 믹스매치 가능한 아이템이라는 것을 공히 선언하는 셈이다.
아직 해리 윈스턴, 까르띠에, 피아제 같은 럭셔리 브랜드들은 티파니 같은 파격적인 시도는 하고 있지 않다. 구찌나 버버리에서 감각적이고 영한 컬렉션들이 쏟아져나오는 걸 보면, 의류업계는 이 트렌드를 이미 반영하고 있는 듯하지만 주얼리 시장은 아직 영함이 대세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정판 슈프림을 사려고 2~30배 가격을 지불할 용의가 있고, 금목걸이와 롤렉스 시계를 자랑하면서도 아디다스 오리지널 트랙팬츠와 저지를 입는, 힙합 문화와 스트리트 패션에 익숙한 10대들의 취향이 주얼리 시장에서는 어떻게 반영될지는 두고봐야 할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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