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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너스톤 Sep 19. 2018

7080 맥시멀리즘이 돌아왔다

화려한 패션 트렌드, 그 이면에 드리운 경제난의 어두운 그림자

경기가 어려워질수록 립스틱이 잘 팔린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테다. 작은 돈으로도 이미지 변신을 할 수 있기에 다른 고가의 아이템보다도 더 잘 팔린다는 게 정설이다. 손을 대기도 입에 넣기도 아까운 까눌레나 마카롱 같은 디저트를 먹으며 스몰 럭셔리를 체험하고,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뜻의 '소확행'이 올해의 단어처럼 쓰이는 것도 같은 차원이다.


패션업계에도 그런 트렌드가 있는 걸까. 수년간 무채색의 미니멀리즘 디자인이 백화점 매대를 가득 채웠지만, 언제부터인가 과감한 패턴과 실험적인 소재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아무래도 전문가들이 글로벌 경제 위기라고 경고하던 2016년을 기점으로 내 ootd도 조금씩 화려해진 것 같다.


과감한 호피 패턴, 스팽글과 벨벳의 조화, 거대한 브랜드 로고, 비비드한 컬러 일색. 오일쇼크 당시 70년대와 80년대를 누린 맥시멀리즘을 무색하게 만드는, 화려함 뿜뿜한 당돌한 패션의 완성을 위해서 볼드한 액세서리도 빼놓을 수 없다.



맥시멀리즘이란 무엇인가.


원색적이고 화려한 색상, 과감하고 과장된 장식과 풍성한 부피감 등 과장된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이 특징인 문화예술 사조다.


장황한 문체의 복잡하고 대서사적인 문학을 지칭하는 데에도 맥시멀리즘이라는 단어가 쓰이고, 심지어는 거대담론과 거시적 분석틀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과거 사회과학의 흐름을 비판하는 데에도 맥시멀리즘이라는 단어가 유용하게 쓰인다. 만연체와 완곡어법을 의도적으로 사용해서 관료주의를 비꼬는 풍자 또한 같은 맥락의 비판이라 할 것이다.


동시에 만약 프랑스의 왕정시대의 화려함을 이끌었던 태양왕 루이가 다시 부활한다면, 향락과 속에서 빛나는 화려한 삶을 누렸던 20년대 아르데코 스타일이 부활한다면, 분명 그 화려한 색감과 금빛의 향연은 맥시멀리즘이라는 칭호를 얻기도 할 것이다.


어찌보면 촌스럽고 어찌보면 우스꽝스럽지만,

또 어찌보면 화려함의 정수이자 또 가장 심미주의의 끝판왕이 맥시멀리즘의 풍조라 할 수 있지 않을까.


2019 S/S 짐머만, 마크 제이큽소, 케이트 스페이드, 필립림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과장된 미소로 우울을 가리고, 과장된 친절로 서먹함을 가리고, 과장된 몸짓으로 어색함을 가린다.

맥시멀리즘이 경기 불황 때 더 큰 인기를 누린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는, 과장된 패션 또한 좋은 원단의 옷을 사기에는 쪼들리는 주머니 사정을 짐짓 숨기기 위함일지도 모른다.


그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억지로 라도 웃음을 짓다 보면 정말 기쁜 감정이 들지 않는가.

어쩜 풍자와 해학의 민족인 우리에게는 맥시멀리즘이 하나의 풍자 코드로 사유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러고 보면 패션은 절대 독립적인 하나의 필드가 아니다. 결국 경제, 정치, 역사, 철학, 그 모든 것들이 그렇듯 유기적으로 얽혀 있는 하나의 문화다. 누가 패션이 그저 '예뻐 보이는 것'이라 하는가, 패션은 '나를 나로서 드러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 '나'는 절대 내가 사는 '이 시대, 이 사회'와 동떨어져 존재할 수 없는 개체다.


패션은 돌고 돈다는 옛말이 하나 틀린 게 없다.

나조차도 얼마 전 엄마가 대학시절 입었다는 자켓을 꺼내입고 옷이 예쁘단 칭찬을 잔뜩 들었으니.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 2018년의 볼드한 액세서리의 유행을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자.


1. 이어링 - 더 볼드하게, 더 언발란스하게


이어링의 몸집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단순히 귓볼 아래로 차르르 떨어지는 드롭형이 아니라, 턱 끝을 넘어 쇄골 맡까지 닿을락 말락 오버사이즈 이어링이 대세다.


(좌,중) 오스카 드 라 렌타, (우) 이자벨 마랑

금속뿐 아니라 플라스틱, 섬유를 꼬아 만든 태슬, 가죽과 우드 나아가 꽃까지, 소재도 다양해지고 있다.

같은 금속이라도 더 화려한 큐빅과 다이아, 유색 보석을 사용해 블링블링함의 끝판왕을 달린다.


중세 드레스에 어울릴까 싶은 디자인에도 특유의 키치함이 더해지면, 청바지 같은 캐주얼한 의류에도 믹스매치하면 잘 어울린다는 점.


가끔 귀걸이 한쪽을 잃어버려 마음 아파한 적이 있지 않은가. 이제 언발란스함이 스커트나 블라우스를 넘어 이어링 사이에서도 트렌디하다. 기하학 모양의 빅사이즈 이어링과 한쪽에는 미니멀한 볼 디자인의 이어링이 하나의 페어로 유니크함을 더한다,


2. 브레이슬릿 - 주렁주렁, 체인과 참


학창 시절 주렁주렁 참 팔찌가 유행했다.

리즈 위더스푼 주연의 '금발이 너무해' 같은 영화 속 핫핑크 드레스를 입은 금발 여주인공이나 가질 법한, 자신의 이니셜과 추억이 가득한 참을 달아서 달랑거리는 어딘가 유치한 참 팔찌.


이제는 유치함이 키치함으로 거듭나, 디올에서도 투박한 자물쇠형 펜던트가 눈에 띄는 팔찌를 내놓았다.


(좌) 디올 (우) 코너스톤

데일리로 하던 얇은 실팔찌와 함께 참 팔찌를 같이 걸쳐주면 세련됨과 트렌디함이란 두 마리 토끼를 같이 잡을 수 있을 것!


3. 네크리스 - 존재감을 드러내는 초커와 펜던트


과거에는 목걸이라고 한다면 얇은 실버 체인줄에 작은 펜던트가 달린 것을 떠올렸다. 언제부터인가 아이유 같은 아이돌 가수들이 소위 '개목걸이' 같은 초커를 하고 나오더니, 이제 일반인들에게도 초커는 퍽 익숙한 아이템이 되었다.


(좌) 알렉산더왕 (우) 디올

하지만 초커도 그냥 초커는 재미가 없다.

좀 더 유니크하고 볼드한 초커와 목걸이가 등장하고 있다. 올해 각종 브랜드의 주얼리 컬렉션에서는 소재도 모양도 펜던트도 더 다양해진 목걸이를 만날 수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기하학 무늬의 사이즈별 변주를 통해 엮어놓은 듯한 디자인이 많다는 점.



물질로 허한 마음을 채우는 것만큼 공허한 것도 없다고들 한다. 아무리 맛있는 것을 먹어도 아무리 예쁜 옷을 사도, 어딘가 허전한 마음 한 구석은 채울 수가 없다. 그건 어쩔 수 없는 현대인의 고질병, 아마도 속세를 떠나지 않는 한 쉽사리 떨쳐지지 않는 빈자리일 테다. 한낱 쇳덩어리가 어찌 우리 영혼을 어루만져줄까.


하지만 마음 깊은 곳 외로움이 아리다고 해서, 일상을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 세상은 어릴 적 꿈꾸던 것처럼 항상 공식에 맞춰 거창하게 돌아가지 않으니까. 삐걱대면서 고군분투하면서 때로는 문제를 슬그머니 덮고 지나가지만 세상을 저대로 굴러가고,

그런 고민과 노력이 하루하루 쌓여서 그 하루하루에서 보람을 느끼는 것이니까.


영화 '리틀 포레스트' 포스터

가끔은 한낱 작은 것들이 행복을 가져다준다.

그래서 경기가 힘들수록, 팍팍한 현실에 외로움이 더 깊어질수록, 우리는 더 작은 것들을 소중히 여기게 된다.


이를테면,

사무실 책상 위 스투키, 손목에서 은은하게 머물러 있는 머스크향,

커피 한 모금에 베어 무는 피스타치오 마카롱, 애인의 귓볼에서 반짝이는 실버볼 이어링.


                                                  www.connersto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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