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평생처럼
사는 게 문득 버겁게 느껴졌다.
내일이 꼭 오지 않아도
크게 미련이 남을 것 같지 않은 기분이
자꾸만 들었다.
밀려드는 후회와
걷잡을 수 없이 깊어지는 자기혐오
끝을 모르고 밑으로만 떨어져 내리는 마음
나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 아니었다는 걸
내 눈으로 확인하고 그걸 인정하는 기분은
지옥같이 괴로웠고, 슬펐다.
그리고 그 괴로움은 현재 진행형이다.
다른 어떤 누구에 대한 원망이 아닌
나 자신에 대한 미움이 커지니
숨을 쉬기가 사치스럽게 여겨질 만큼
어떤 행동도 할 수가 없었다.
음악을 듣는 것도 괴로웠다.
즐거운 음악은 나 빼고 즐거워 보여서
슬픈 음악은 내 기분을 들킨 느낌이어서
빠른 템포는 마음이 어지러워져서
느린 템포는 한숨이 자꾸만 나와서
아무것도 보지도 듣지도 못하겠어서
그냥 눈감고 잠만 잤는데
이렇게 눈 감은 채로 밤만 계속되면
참 좋겠다고, 그런 생각이 자꾸 들었다.
그 와중에 겨우 할 수 있는 게
글을 쓰는 거였다.
아무 필터 없이 내 머릿속 생각을
자꾸자꾸 글로 써 내려가니
복잡하게 얽힌 마음이
종이 위로 옮겨가는 느낌이었다.
그러다가 이 시를 읽었다.
끝없이 파도치듯 흔들리던 마음이
조금은 잔잔하게 가라앉았다.
누구도 미워하지 않고
사랑만 기억하면서
나 자신만 들여다보자,
그러다 보면 내일의 나는
오늘보다 조금 더
어제보다 조금 많이 더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마음의 어지러움은
결국 내가 만든 것이고
세상은 잘못이 없다.
이 괴로운 시간을 거쳐
조금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정말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