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코니 Dec 01. 2015

어떤 결심

하루를 평생처럼


사는 게 문득 버겁게 느껴졌다.

내일이 꼭 오지 않아도

크게 미련이 남을 것 같지 않은 기분이

자꾸만 들었다.


밀려드는 후회와

걷잡을 수 없이 깊어지는 자기혐오

끝을 모르고 밑으로만 떨어져 내리는 마음


나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 아니었다는 걸

내 눈으로 확인하고 그걸 인정하는 기분은

지옥같이 괴로웠고, 슬펐다.

그리고 그  괴로움은 현재 진행형이다.


다른 어떤 누구에 대한 원망이 아닌

나 자신에 대한 미움이 커지니

숨을 쉬기가 사치스럽게 여겨질 만큼

어떤 행동도 할 수가 없었다.


음악을 듣는 것도 괴로웠다.

즐거운 음악은 나 빼고 즐거워 보여서

슬픈 음악은 내 기분을 들킨 느낌이어서

빠른 템포는 마음이 어지러워져서

느린 템포는 한숨이 자꾸만 나와서


아무것도 보지도 듣지도 못하겠어서

그냥 눈감고 잠만 잤는데

이렇게 눈 감은 채로 밤만 계속되면

참 좋겠다고, 그런 생각이 자꾸 들었다.


그 와중에 겨우 할 수 있는 게

글을 쓰는 거였다.

아무 필터 없이 내 머릿속 생각을

자꾸자꾸 글로 써 내려가니

복잡하게 얽힌 마음이

종이 위로 옮겨가는 느낌이었다.


그러다가 이 시를 읽었다.


끝없이 파도치듯 흔들리던 마음이

조금은 잔잔하게 가라앉았다.


누구도 미워하지 않고

사랑만 기억하면서

나 자신만 들여다보자,

그러다 보면 내일의 나는

오늘보다 조금 더

어제보다 조금 많이 더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마음의 어지러움은

결국 내가 만든 것이고

세상은 잘못이 없다.


이 괴로운 시간을 거쳐

조금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정말 간절히 바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